경찰관 형사 면책에 ‘면죄부’ 우려…핵심 쟁점 3가지

입력 2021.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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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급물살을 탄 법안이 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입니다. 경찰이 직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감경해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경찰이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테이저건 사용 등 물리력 행사에 소극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오늘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여야 이견도 크지 않아 올해 안에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컸는데, 시민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입니다. 오늘 법사위에서도 시민단체가 제기한 문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쟁점이 뭔지 따져봤습니다.

■ 쟁점① "면책 범위 포괄적" VS "긴박한 범죄 현장에만 적용"

가장 첨예한 쟁점은 '면책 대상이 되는 직무 범위'입니다.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은 면책 직무 범위에 대해 "경찰관이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면책 직무 범위가 과도하게 포괄적이어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교통단속과 순찰, 파출소의 초동조치부터 대테러, 정보수집, 집회시위 관리까지 시민의 일상과 관계된 모든 영역에서 경찰에 의해 어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시민단체들이 법안의 면책 직무 범위를 너무 확대 해석하면서 나온 우려라고 봅니다.

조문을 보면, '범죄와 관련된' '긴박한 상황'에서 수행한 직무에 대해서만 면책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입법 목적을 감안하면 형사나 교통 경찰, 지구대 소속 경찰관 등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이 그 적용 대상이 된다고 봅니다. 만약 직권남용 행위가 있으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돼 있는 처벌 조항에 의해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법안의 면책 직무 범위는 절충안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당초 행안위에 올라온 관련 법안은 모두 4개였습니다. 행안위원들은 이들 법안을 한꺼번에 심사해 하나의 대안을 도출했는데, 4개 법안이 규정한 면책 범위는 각각 아래와 같습니다.

①서영교 의원안 :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직무
②이병훈 의원안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른 직무
③김용판 의원안 :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와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구조하기 위해
④임호선 의원안 :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서영교 의원 안은 '중장년층 남성을 보호하기 위한 직무'가 빠져 있어서 너무 좁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반대로 이병훈 의원 안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에 따른 직무 전체를 면책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찰권이 과도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행안위 전문위원은 두 법안을 절충해서, 임호선 의원 안대로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로 한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큰 이견 없이 임 의원 안을 기초로 대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쟁점② "지금도 정당행위는 면책" VS "경미한 과실은 감경 안 돼"

시민단체들은 현행법에서도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은 면책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행위 조항입니다.

법무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법무부는 행안위에 제출한 의견에서 " 현행법상으로도 직무상 행위는 면책될 수 있고, 유사 직역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경찰공무원에게만 형사책임 면책・감경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형법의 정당행위로는 포섭할 수 없는 직무 행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당행위의 경우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책임을 완전히 면해주는 경우만 상정하고 있고, 일부 과실이 있지만, 책임을 줄여주는 경우는 상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행안위 소위에서 "경찰이 다양하고, 변화되는 치안 현장 속에서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 때 거기에 경과실 같은 부분이 반드시 있을 수가 있다"며 "그것은 정당행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쟁점③ "근본 해법 아냐" VS "소송 부담, 자신감 못 가져"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 물리력 사용은 그 집행 이전에,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적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며,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육과 훈련, 인력 충원과 조직 차원의 업무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 경찰관들은 훈련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는 장비를 사용했다가 진정이 제기돼 감찰을 받거나 소송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겁니다.

실제 경찰이 공무원 책임 보험에서 소송비 지원을 받는 건수는 해마다 백 건이 넘습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 아무리 훈련돼 있어도 '잘못 쓰면 안 되는데...'가 머릿속에 박혀 있어 테이저건을 뽑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법사위에서는 이런 쟁점들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예상됩니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민주당 안에서도 법안에 이견 있는 의원들이 있는 거로 안다"며 "면책 직무 범위를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가 쟁점"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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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관 형사 면책에 ‘면죄부’ 우려…핵심 쟁점 3가지
    • 입력 2021-12-08 06:00:52
    취재K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급물살을 탄 법안이 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입니다. 경찰이 직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감경해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경찰이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테이저건 사용 등 물리력 행사에 소극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오늘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여야 이견도 크지 않아 올해 안에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컸는데, 시민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입니다. 오늘 법사위에서도 시민단체가 제기한 문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쟁점이 뭔지 따져봤습니다.

■ 쟁점① "면책 범위 포괄적" VS "긴박한 범죄 현장에만 적용"

가장 첨예한 쟁점은 '면책 대상이 되는 직무 범위'입니다.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은 면책 직무 범위에 대해 "경찰관이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면책 직무 범위가 과도하게 포괄적이어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교통단속과 순찰, 파출소의 초동조치부터 대테러, 정보수집, 집회시위 관리까지 시민의 일상과 관계된 모든 영역에서 경찰에 의해 어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시민단체들이 법안의 면책 직무 범위를 너무 확대 해석하면서 나온 우려라고 봅니다.

조문을 보면, '범죄와 관련된' '긴박한 상황'에서 수행한 직무에 대해서만 면책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입법 목적을 감안하면 형사나 교통 경찰, 지구대 소속 경찰관 등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이 그 적용 대상이 된다고 봅니다. 만약 직권남용 행위가 있으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돼 있는 처벌 조항에 의해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법안의 면책 직무 범위는 절충안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당초 행안위에 올라온 관련 법안은 모두 4개였습니다. 행안위원들은 이들 법안을 한꺼번에 심사해 하나의 대안을 도출했는데, 4개 법안이 규정한 면책 범위는 각각 아래와 같습니다.

①서영교 의원안 :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직무
②이병훈 의원안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른 직무
③김용판 의원안 :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와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구조하기 위해
④임호선 의원안 :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서영교 의원 안은 '중장년층 남성을 보호하기 위한 직무'가 빠져 있어서 너무 좁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반대로 이병훈 의원 안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에 따른 직무 전체를 면책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찰권이 과도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행안위 전문위원은 두 법안을 절충해서, 임호선 의원 안대로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로 한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큰 이견 없이 임 의원 안을 기초로 대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쟁점② "지금도 정당행위는 면책" VS "경미한 과실은 감경 안 돼"

시민단체들은 현행법에서도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은 면책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행위 조항입니다.

법무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법무부는 행안위에 제출한 의견에서 " 현행법상으로도 직무상 행위는 면책될 수 있고, 유사 직역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경찰공무원에게만 형사책임 면책・감경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형법의 정당행위로는 포섭할 수 없는 직무 행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당행위의 경우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책임을 완전히 면해주는 경우만 상정하고 있고, 일부 과실이 있지만, 책임을 줄여주는 경우는 상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행안위 소위에서 "경찰이 다양하고, 변화되는 치안 현장 속에서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 때 거기에 경과실 같은 부분이 반드시 있을 수가 있다"며 "그것은 정당행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쟁점③ "근본 해법 아냐" VS "소송 부담, 자신감 못 가져"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 물리력 사용은 그 집행 이전에,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적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며,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육과 훈련, 인력 충원과 조직 차원의 업무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 경찰관들은 훈련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는 장비를 사용했다가 진정이 제기돼 감찰을 받거나 소송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겁니다.

실제 경찰이 공무원 책임 보험에서 소송비 지원을 받는 건수는 해마다 백 건이 넘습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 아무리 훈련돼 있어도 '잘못 쓰면 안 되는데...'가 머릿속에 박혀 있어 테이저건을 뽑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법사위에서는 이런 쟁점들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예상됩니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민주당 안에서도 법안에 이견 있는 의원들이 있는 거로 안다"며 "면책 직무 범위를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가 쟁점"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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