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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전기가 넘친다? 에너지 전환의 복병 ‘출력제어’
입력 2021.12.08 (08:00) 취재K

■ 에너지전환의 시대

국내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입장을 놓고 아직도 치열하게 논쟁 중이긴 하지만, 에너지 공급 체계를 화석연료와 원자력 기반의 지속불가능한 방법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 인류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화석연료나 광물은 결국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고, 각 국가들은 에너지 자원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으며,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에너지전환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G20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 10월 31일 미국과 EU는 ‘탄소관세 협정'을 선언했죠. 탄소관세를 언제,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향후 2년 내 방법론을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탄소관세란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부과하는 무역관세입니다. 탄소 감축 노력 없이 생산한 국가의 상품에 탄소배출 책임 값을 추가로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산업 질서가 재설정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한국정부도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17년부터 2031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전망 및 전력설비 계획을 담았는데, 기존 계획이 수급 안정과 경제성 위주였다면 8차 계획은 환경성·안전성을 대폭 보강해 만들어졌습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개선 방안을 담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딜로이트 경제연구소(Deloitte Economics Institute)의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기후행동이 미래 경제를 좌우한다'는 보고서가 눈길을 끕니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한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70년까지 누적 손실이 약 935조 원에 달하겠지만, 바로 대응에 나선다면 오히려 2,300조 원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에너지전환 과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 환경의 섬 '제주도의 꿈'

이런 국가정책에 앞서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는 이미 2012년에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Free Island; CFI 2030)'라는 야심 찬 에너지전환 계획을 발표합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로 '탄소 제로 섬'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시기를 놓고 2050년이냐 60년이냐, 70년이냐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목표입니다. 어찌 됐든 제주도는 2030년까지 친환경 전기차로 도내 운행차량을 대체하고, 에너지 융ㆍ복합 신산업을 선도해 직간접 일자리 7.4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내세웠습니다.

제주도의 CFI 2030 4대 정책목표 (출처: 제주도 홈페이지)제주도의 CFI 2030 4대 정책목표 (출처: 제주도 홈페이지)

하지만 계획 발표 10년 차를 맞은 제주도는 지금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습니다. '출력제어'라는 문제인데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싶어도, 전력 생산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앞으로 국가적인 에너지전환 과정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에, 이 이슈를 제주지역만의 문제로 간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제주 섬에 전력은 어떻게 공급되나?

오늘의 주제에 접근하시려면 먼저 제주지역 전력 공급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주지역 전력 공급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제주시 삼양과 한림, 서귀포시 안덕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둘째,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육지 전력을 공급받는 연계선, 그리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이 3가지 유형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5대 3대 2 정도가 됩니다.

제주지역 발전량 점유율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제주지역 발전량 점유율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그런데 이 3가지 유형의 발전설비용량을 단순하게 모두 더하면 2000메가와트가 넘습니다. 제주지역 최대전력 수요가 지난 여름 1000메가와트를 돌파했으니까 상당히 여유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전력은, 적어도 걱정이지만 많아도 문젭니다. 제주도에선 2006년 대규모 정전사태, 이른바 블랙아웃을 경험했습니다. 전기가 부족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필요한 전력량보다 더 많은 전기를 공급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죠. 전력의 수요와 공급은 실시간으로 변화무쌍하게 달라집니다. 때문에 이를 24시간 관리하지 못하면 정전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경우 전력거래소는 발전사업자들에게 강제로 발전을 멈추게 합니다.

■ 제주지역의 출력제어 얼마나 심각한가?

제주에서 풍력사업자에게 출력제어 명령을 내린 건 2015년이 처음인데요. 그 이후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46차례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엔 77차례로 급증했습니다. 지난 한 해만 출력제어 명령에 따라 풍력발전사업자가 19.7GWh의 발전을 못 해 금액으로 따지면 30억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63차례 11.9GWh의 출력제어를 내려,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 제1 해저연계선을 통해 남는 전력을 육지로 전송할 수 있었던 덕분인데요.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도 출력제어를 내릴 때도 있었습니다.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실태 (출처: 전력거레소 제주본부)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실태 (출처: 전력거레소 제주본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에 주목해보실 필요가 있는데요. 태양광발전 용량은 2019년 290메가와트를 돌파해 풍력 발전용량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풍력발전이 제자리 걸음 하는 사이에 태양광발전 용량은 지난해 말 420메가와트, 올해 들어 지난 8월 기준 550메가와트로, 그야말로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 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먼저 출력제한 명령을 내려야 하나?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화력발전소부터 먼저 중단시키면 좋겠지만, 전력이 급히 필요한데 "바람아 불어라", "태양아 비춰라", 이런 명령을 자연 현상에 내릴 수는 없겠죠. 반면에 화력 발전기는 한번 끄면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지역 발전유형별 발전량을 보면, 맨 아래에 있는 갈색 부분이 가장 바탕이 되는 화력발전입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머스트런(Must Run)이라고 하는데요.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해 반드시 가동해야 할 발전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풍력발전, 최근 들어선 태양광 발전(빨간색 부분)인데, 급속히 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점선으로 표현된 게 제주지역 평균 전력 수요 곡선인데요. 평균 수요량보다도 전력 생산량이 더 많아지고 있죠? 때문에 실선으로 표현한 초과발전량 곡선 역시 2019년부터 급격히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과 초과발전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과 초과발전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 왜 최근 들어서 출력제어가 이슈가 되는 걸까?

과거엔 명령을 내리는 곳도 명령을 받는 곳도 모두 국가기관이거나 국가공기업이어서 일반 시민들은 별 관심을 둘 필요도 없는 문제였습니다. 관계기관들끼리 서로 협조하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발전사업에 대기업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즉, 공공이 민간 부문에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진 거죠.

민간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여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데, 공공에서 발전을 전담하던 시절에 별 문제가 안 되다 보니, 관련 법률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탭니다. 대신 산업자원부의 규칙이나 규정, 전력거래소와의 각서 계약 등으로 발전사업자들에게 출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의 발전 권리를 제한하거나 발전 중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전기사업법에 출력제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에 출력 제한 규정을 담으면 필연적으로 손실보상에 대한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겠죠. 이미 독일·이탈리아·포르투갈·벨기에 등은 일정규모 이상(50시간 이상 등)의 출력제어 시 사업자에게 총 기회비용을 보상하고 있고, 덴마크·아일랜드·스페인 등은 출력제어 시 사업자에 총 기회비용의 일정 부분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도 지난해 만든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이 내용을 담은 상태이긴 합니다.

출력제어 보상 관련 해외 사례 (출처: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출력제어 보상 관련 해외 사례 (출처: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 발전시설을 갖추고도 전기 생산을 하지 못한다면 자원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많은 분들이 발전시설을 갖추고도 전기 생산을 하지 못한다면 낭비라고 생각하시겠습니다만, 출력제어 문제, 다시 말하면 초과발전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데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불가피한 단계로 이해하시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의 5% 안팎에서 출력제어를 하고 있거든요.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제주지역 풍력발전량 대비 제어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 지난달 기준 2.5% 정도니까,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 상태대로라면 2034년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0%, 금액으로 따지면 5,100억 원 상당의 전기를 제어해야 할 거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 정부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도입하거나 하드웨어적인 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완도와 제주를 잇는 세 번째 해저케이블 공사죠. 제1, 제 2 해저케이블로도 남는 전력을 육지로 보낼 수 있지만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제3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면 육지부의 전력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제주의 잉여 전력도 보다 안정적으로 육지부에 보낼 수 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계속 늦춰지고 있지만, 한국전력은 2천3백억 원 이상을 투자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계획대로 2023년부터 가동하지 못하면 그해부터 거의 매일 출력제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습니다.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케이블. 왼쪽부터 제2연계선(길이 105km, 2013년 완공) 제1연계선(길이 96km, 1998년 완공) 제3연계선(길이 89km, 2023년 완공 예정)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케이블. 왼쪽부터 제2연계선(길이 105km, 2013년 완공) 제1연계선(길이 96km, 1998년 완공) 제3연계선(길이 89km, 2023년 완공 예정)

두 번째 대안은 전력 공급의 가장 바탕이 되는 화력발전, 이른바 머스트런 발전량을 줄이는 겁니다. 지금 제주에선 200메가와트 규모의 발전기 4대를 필수운전발전기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있습니다. 동기조상기라는 장비인데요. 화력 발전기는 한번 끄면 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씀드렸죠? 동기조상기는 평소엔 회전만 하다가 필요시에 발전기로 바꿀 수 있는 모터를 말합니다.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연구 중인데 2025년 초 제주에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대안은 남는 전기를 뱃터리에 저장하는 방법, 대규모 저장장치, ESS의 도입입니다. 한국전력은 올해 초 서제주변환소에 40메가와트 규모의 ESS를 설치했고, 현재 금악변전소에 50메가와트를 설치하는 중입니다. 근데 이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50메가와트 규모면 400억 원가량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기술적 대안은 남는 신재생에너지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P2X(Power to X) 기술의 도입인데요. P2G(Power to Gas),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 P2H(Power to Heat), 남는 전력을 열로 변환해서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안, P2L(Power to Liquid), 남는 전력을 액화연료로 전환하는 방안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내년 P2G 사업으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직 P2X 기술과 관련 해선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도 지방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로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건설하겠다는 제주 지방정부는 정부 계획에 맞춰 P2X 기술도입 등 여러 시범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2012년 야심 찬 '탄소 제로 섬'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재와 같은 출력제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지난해부터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재생에너지 총량제 도입을 검토하는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이달 내로 최종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인데요.

행정당국이 나서서 감귤원 태양광사업까지 지원해주다가 지금은 무분별한 허가였다며 보급 총량을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니, 제주도민들도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총량제라는 용어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 아니냐며 담당 부서에 문의전화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그렇게 오해하지는 말아라 달라며 적정규모를 산정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목표를 위해 어떤 행정을 펼쳐 나가야 할지 정부와 제주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 기사는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 방향'(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에너지포커스 2020 겨울호), '제주 신재생 초과발전현황과 시사점'(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2021 제주도 풍력발전 출력제한 문제 해결방안 세미나 발표자료)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 제주엔 전기가 넘친다? 에너지 전환의 복병 ‘출력제어’
    • 입력 2021-12-08 08:00:03
    취재K

■ 에너지전환의 시대

국내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입장을 놓고 아직도 치열하게 논쟁 중이긴 하지만, 에너지 공급 체계를 화석연료와 원자력 기반의 지속불가능한 방법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 인류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화석연료나 광물은 결국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고, 각 국가들은 에너지 자원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으며,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에너지전환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G20 정상회의 폐막일인 지난 10월 31일 미국과 EU는 ‘탄소관세 협정'을 선언했죠. 탄소관세를 언제,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향후 2년 내 방법론을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탄소관세란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부과하는 무역관세입니다. 탄소 감축 노력 없이 생산한 국가의 상품에 탄소배출 책임 값을 추가로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산업 질서가 재설정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한국정부도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17년부터 2031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전망 및 전력설비 계획을 담았는데, 기존 계획이 수급 안정과 경제성 위주였다면 8차 계획은 환경성·안전성을 대폭 보강해 만들어졌습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개선 방안을 담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딜로이트 경제연구소(Deloitte Economics Institute)의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기후행동이 미래 경제를 좌우한다'는 보고서가 눈길을 끕니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한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70년까지 누적 손실이 약 935조 원에 달하겠지만, 바로 대응에 나선다면 오히려 2,300조 원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에너지전환 과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 환경의 섬 '제주도의 꿈'

이런 국가정책에 앞서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는 이미 2012년에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Free Island; CFI 2030)'라는 야심 찬 에너지전환 계획을 발표합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로 '탄소 제로 섬'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시기를 놓고 2050년이냐 60년이냐, 70년이냐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목표입니다. 어찌 됐든 제주도는 2030년까지 친환경 전기차로 도내 운행차량을 대체하고, 에너지 융ㆍ복합 신산업을 선도해 직간접 일자리 7.4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내세웠습니다.

제주도의 CFI 2030 4대 정책목표 (출처: 제주도 홈페이지)제주도의 CFI 2030 4대 정책목표 (출처: 제주도 홈페이지)

하지만 계획 발표 10년 차를 맞은 제주도는 지금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습니다. '출력제어'라는 문제인데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싶어도, 전력 생산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앞으로 국가적인 에너지전환 과정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에, 이 이슈를 제주지역만의 문제로 간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제주 섬에 전력은 어떻게 공급되나?

오늘의 주제에 접근하시려면 먼저 제주지역 전력 공급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주지역 전력 공급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제주시 삼양과 한림, 서귀포시 안덕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둘째,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육지 전력을 공급받는 연계선, 그리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이 3가지 유형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5대 3대 2 정도가 됩니다.

제주지역 발전량 점유율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제주지역 발전량 점유율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그런데 이 3가지 유형의 발전설비용량을 단순하게 모두 더하면 2000메가와트가 넘습니다. 제주지역 최대전력 수요가 지난 여름 1000메가와트를 돌파했으니까 상당히 여유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전력은, 적어도 걱정이지만 많아도 문젭니다. 제주도에선 2006년 대규모 정전사태, 이른바 블랙아웃을 경험했습니다. 전기가 부족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필요한 전력량보다 더 많은 전기를 공급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죠. 전력의 수요와 공급은 실시간으로 변화무쌍하게 달라집니다. 때문에 이를 24시간 관리하지 못하면 정전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경우 전력거래소는 발전사업자들에게 강제로 발전을 멈추게 합니다.

■ 제주지역의 출력제어 얼마나 심각한가?

제주에서 풍력사업자에게 출력제어 명령을 내린 건 2015년이 처음인데요. 그 이후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46차례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엔 77차례로 급증했습니다. 지난 한 해만 출력제어 명령에 따라 풍력발전사업자가 19.7GWh의 발전을 못 해 금액으로 따지면 30억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63차례 11.9GWh의 출력제어를 내려,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 제1 해저연계선을 통해 남는 전력을 육지로 전송할 수 있었던 덕분인데요.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도 출력제어를 내릴 때도 있었습니다.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실태 (출처: 전력거레소 제주본부)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실태 (출처: 전력거레소 제주본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에 주목해보실 필요가 있는데요. 태양광발전 용량은 2019년 290메가와트를 돌파해 풍력 발전용량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풍력발전이 제자리 걸음 하는 사이에 태양광발전 용량은 지난해 말 420메가와트, 올해 들어 지난 8월 기준 550메가와트로, 그야말로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 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먼저 출력제한 명령을 내려야 하나?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화력발전소부터 먼저 중단시키면 좋겠지만, 전력이 급히 필요한데 "바람아 불어라", "태양아 비춰라", 이런 명령을 자연 현상에 내릴 수는 없겠죠. 반면에 화력 발전기는 한번 끄면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지역 발전유형별 발전량을 보면, 맨 아래에 있는 갈색 부분이 가장 바탕이 되는 화력발전입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머스트런(Must Run)이라고 하는데요.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해 반드시 가동해야 할 발전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풍력발전, 최근 들어선 태양광 발전(빨간색 부분)인데, 급속히 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점선으로 표현된 게 제주지역 평균 전력 수요 곡선인데요. 평균 수요량보다도 전력 생산량이 더 많아지고 있죠? 때문에 실선으로 표현한 초과발전량 곡선 역시 2019년부터 급격히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과 초과발전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과 초과발전 (출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 왜 최근 들어서 출력제어가 이슈가 되는 걸까?

과거엔 명령을 내리는 곳도 명령을 받는 곳도 모두 국가기관이거나 국가공기업이어서 일반 시민들은 별 관심을 둘 필요도 없는 문제였습니다. 관계기관들끼리 서로 협조하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발전사업에 대기업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즉, 공공이 민간 부문에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진 거죠.

민간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여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데, 공공에서 발전을 전담하던 시절에 별 문제가 안 되다 보니, 관련 법률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탭니다. 대신 산업자원부의 규칙이나 규정, 전력거래소와의 각서 계약 등으로 발전사업자들에게 출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의 발전 권리를 제한하거나 발전 중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전기사업법에 출력제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에 출력 제한 규정을 담으면 필연적으로 손실보상에 대한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겠죠. 이미 독일·이탈리아·포르투갈·벨기에 등은 일정규모 이상(50시간 이상 등)의 출력제어 시 사업자에게 총 기회비용을 보상하고 있고, 덴마크·아일랜드·스페인 등은 출력제어 시 사업자에 총 기회비용의 일정 부분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도 지난해 만든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이 내용을 담은 상태이긴 합니다.

출력제어 보상 관련 해외 사례 (출처: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출력제어 보상 관련 해외 사례 (출처: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 발전시설을 갖추고도 전기 생산을 하지 못한다면 자원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많은 분들이 발전시설을 갖추고도 전기 생산을 하지 못한다면 낭비라고 생각하시겠습니다만, 출력제어 문제, 다시 말하면 초과발전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데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불가피한 단계로 이해하시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의 5% 안팎에서 출력제어를 하고 있거든요.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제주지역 풍력발전량 대비 제어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 지난달 기준 2.5% 정도니까,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 상태대로라면 2034년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0%, 금액으로 따지면 5,100억 원 상당의 전기를 제어해야 할 거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 정부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도입하거나 하드웨어적인 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완도와 제주를 잇는 세 번째 해저케이블 공사죠. 제1, 제 2 해저케이블로도 남는 전력을 육지로 보낼 수 있지만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제3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면 육지부의 전력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제주의 잉여 전력도 보다 안정적으로 육지부에 보낼 수 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계속 늦춰지고 있지만, 한국전력은 2천3백억 원 이상을 투자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계획대로 2023년부터 가동하지 못하면 그해부터 거의 매일 출력제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습니다.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케이블. 왼쪽부터 제2연계선(길이 105km, 2013년 완공) 제1연계선(길이 96km, 1998년 완공) 제3연계선(길이 89km, 2023년 완공 예정)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케이블. 왼쪽부터 제2연계선(길이 105km, 2013년 완공) 제1연계선(길이 96km, 1998년 완공) 제3연계선(길이 89km, 2023년 완공 예정)

두 번째 대안은 전력 공급의 가장 바탕이 되는 화력발전, 이른바 머스트런 발전량을 줄이는 겁니다. 지금 제주에선 200메가와트 규모의 발전기 4대를 필수운전발전기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있습니다. 동기조상기라는 장비인데요. 화력 발전기는 한번 끄면 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씀드렸죠? 동기조상기는 평소엔 회전만 하다가 필요시에 발전기로 바꿀 수 있는 모터를 말합니다.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연구 중인데 2025년 초 제주에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대안은 남는 전기를 뱃터리에 저장하는 방법, 대규모 저장장치, ESS의 도입입니다. 한국전력은 올해 초 서제주변환소에 40메가와트 규모의 ESS를 설치했고, 현재 금악변전소에 50메가와트를 설치하는 중입니다. 근데 이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50메가와트 규모면 400억 원가량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기술적 대안은 남는 신재생에너지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P2X(Power to X) 기술의 도입인데요. P2G(Power to Gas),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 P2H(Power to Heat), 남는 전력을 열로 변환해서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안, P2L(Power to Liquid), 남는 전력을 액화연료로 전환하는 방안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내년 P2G 사업으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직 P2X 기술과 관련 해선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도 지방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로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건설하겠다는 제주 지방정부는 정부 계획에 맞춰 P2X 기술도입 등 여러 시범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2012년 야심 찬 '탄소 제로 섬'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재와 같은 출력제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지난해부터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재생에너지 총량제 도입을 검토하는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이달 내로 최종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인데요.

행정당국이 나서서 감귤원 태양광사업까지 지원해주다가 지금은 무분별한 허가였다며 보급 총량을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니, 제주도민들도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총량제라는 용어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 아니냐며 담당 부서에 문의전화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그렇게 오해하지는 말아라 달라며 적정규모를 산정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목표를 위해 어떤 행정을 펼쳐 나가야 할지 정부와 제주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 기사는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 방향'(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에너지포커스 2020 겨울호), '제주 신재생 초과발전현황과 시사점'(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2021 제주도 풍력발전 출력제한 문제 해결방안 세미나 발표자료)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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