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UAE ‘주 4.5일’ 근무 최초 도입…금토→토일 주말 바꾼 속사정은?

입력 2021.12.08 (09:34) 수정 2021.12.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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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내년부터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내년부터 월요일-금요일 오전까지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일요일을 공식적인 주말로 적용한다는 겁니다. 정부 모든 기관들은 이에 맞춰 일하게 됩니다.

주말을 길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일하는 일수는 줄었지만 주당 근무시간은 단순 계산하면 오히려 늘었습니다.

7시 30분에서 2시 30분까지였던 근무시간이 월요일-목요일까지는 7시 30분에서 3시 30분까지로 늘어나고 금요일은 12시까지로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번 발표의 핵심은 '근무시간 축소'가 아닌 '주말 변경' 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일을 하던 일요일이 공식적인 주말이 되었고, 주말에 포함됐던 금요일에는 일을 하게 돼 주말은 '금토' →'토일'이 됐습니다.

UAE 정부, 주 4.5일 근무 공식 발표 (UAE 정부 트위터)UAE 정부, 주 4.5일 근무 공식 발표 (UAE 정부 트위터)

■ 이슬람 문화권, 금요일 가장 중요 "성스러운 날"…주말에 포함

이슬람 문화권의 주말은 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 전세계 다른 국가들과 다릅니다. 보통 주말이라고 여기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과 토요일이 대부분 이슬람 국가의 공식 주말입니다.

이는 종교의 영향입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금요일이 가장 중요한 '성스러운 날' 입니다.

금요일 점심에 있는 설교와 기도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또는 천주교 등의 주일 예배·미사와 같은 개념입니다.

때문에 금요일은 필수적으로 쉬는 날인데, 대부분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이고 이란처럼 목요일과 금요일에 쉬는 국가도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금요일 오전에는 도로에 차도 거의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조용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은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인 업무를 하기에는 불편하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뒤쳐지는 건 사실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주말인 국가와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인 국가가 교역을 할 경우, 같이 일할 수 있는 요일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단 4일 밖에 없습니다.


목요일.금요일을 쉬는 국가와 일한다면 서로 겹치는 업무 가능일은 3일 뿐입니다.

중동의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주말을 이미 한 번 바꿨습니다.

원래 목요일과 금요일이 주말이었던 UAE는 지난 2006년 현재의 금요일과 토요일로 바꿨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2013년에 목·금에서 금·토로 변경했습니다.

변경 당시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의 전 부대표는 "해외 기업과의 교류가 강화되고 교류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 : UAE 정부 트위터출처 : UAE 정부 트위터

■ '최초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 강조 …학교도 주 4.5일 "세부사항 곧 발표"

UAE 정부는 이번 발표의 방점을 주말 변경이 아닌 '전세계 최초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에 찍었습니다. 금요일 오전까지만 일하고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쉬기 때문에 주 4.5일 근무라는 겁니다.

단, 그 동안 쉬어왔던 금요일 오전에는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기관장 재량에 따라 재택근무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학교 수업일도 바뀌게 됩니다. 학생들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만 수업을 받게 되는데 세부 사항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입니다.



■ 금요일 설교 한 시간 미뤄…AP "이슬람 국가 서방체제 맞춘 중대 변화"

이번 발표에는 기도 시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보통 금요일 12시쯤(정확한 시간은 조금씩 변경) 열렸던 금요일 설교와 기도는 UAE 전역에서 오후 1시 15분 이후에 열릴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UAE에서는 이미 지난 여름에도 국제 기준에 맞춰 주말을 변경해야 되는지를 놓고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당시에도 토·일 주말 변경을 기대하는 의견과 금요일 기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UAE정부는 이에 대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에 민간부문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많은 민간 기업들은 이에 맞춰갈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같은 결정을 반기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최근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UAE는 경제 개방을 위한 여러 조치와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는데 주말 변경 또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AP통신은 "이슬람 국가가 서방 체제에 맞춘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고 걸프타임즈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더 강한 국제 비즈니스 연결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국제자문그룹의 나빌 알류수프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 UAE가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고 다국적 기업들이 사업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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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UAE ‘주 4.5일’ 근무 최초 도입…금토→토일 주말 바꾼 속사정은?
    • 입력 2021-12-08 09:34:10
    • 수정2021-12-08 09:35:06
    특파원 리포트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내년부터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내년부터 월요일-금요일 오전까지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일요일을 공식적인 주말로 적용한다는 겁니다. 정부 모든 기관들은 이에 맞춰 일하게 됩니다.

주말을 길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일하는 일수는 줄었지만 주당 근무시간은 단순 계산하면 오히려 늘었습니다.

7시 30분에서 2시 30분까지였던 근무시간이 월요일-목요일까지는 7시 30분에서 3시 30분까지로 늘어나고 금요일은 12시까지로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번 발표의 핵심은 '근무시간 축소'가 아닌 '주말 변경' 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일을 하던 일요일이 공식적인 주말이 되었고, 주말에 포함됐던 금요일에는 일을 하게 돼 주말은 '금토' →'토일'이 됐습니다.

UAE 정부, 주 4.5일 근무 공식 발표 (UAE 정부 트위터)
■ 이슬람 문화권, 금요일 가장 중요 "성스러운 날"…주말에 포함

이슬람 문화권의 주말은 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 전세계 다른 국가들과 다릅니다. 보통 주말이라고 여기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과 토요일이 대부분 이슬람 국가의 공식 주말입니다.

이는 종교의 영향입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금요일이 가장 중요한 '성스러운 날' 입니다.

금요일 점심에 있는 설교와 기도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또는 천주교 등의 주일 예배·미사와 같은 개념입니다.

때문에 금요일은 필수적으로 쉬는 날인데, 대부분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이고 이란처럼 목요일과 금요일에 쉬는 국가도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금요일 오전에는 도로에 차도 거의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조용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은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인 업무를 하기에는 불편하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뒤쳐지는 건 사실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주말인 국가와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인 국가가 교역을 할 경우, 같이 일할 수 있는 요일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단 4일 밖에 없습니다.


목요일.금요일을 쉬는 국가와 일한다면 서로 겹치는 업무 가능일은 3일 뿐입니다.

중동의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주말을 이미 한 번 바꿨습니다.

원래 목요일과 금요일이 주말이었던 UAE는 지난 2006년 현재의 금요일과 토요일로 바꿨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2013년에 목·금에서 금·토로 변경했습니다.

변경 당시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의 전 부대표는 "해외 기업과의 교류가 강화되고 교류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 : UAE 정부 트위터

■ '최초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 강조 …학교도 주 4.5일 "세부사항 곧 발표"

UAE 정부는 이번 발표의 방점을 주말 변경이 아닌 '전세계 최초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에 찍었습니다. 금요일 오전까지만 일하고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쉬기 때문에 주 4.5일 근무라는 겁니다.

단, 그 동안 쉬어왔던 금요일 오전에는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기관장 재량에 따라 재택근무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학교 수업일도 바뀌게 됩니다. 학생들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만 수업을 받게 되는데 세부 사항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입니다.



■ 금요일 설교 한 시간 미뤄…AP "이슬람 국가 서방체제 맞춘 중대 변화"

이번 발표에는 기도 시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보통 금요일 12시쯤(정확한 시간은 조금씩 변경) 열렸던 금요일 설교와 기도는 UAE 전역에서 오후 1시 15분 이후에 열릴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UAE에서는 이미 지난 여름에도 국제 기준에 맞춰 주말을 변경해야 되는지를 놓고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당시에도 토·일 주말 변경을 기대하는 의견과 금요일 기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UAE정부는 이에 대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에 민간부문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많은 민간 기업들은 이에 맞춰갈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같은 결정을 반기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최근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UAE는 경제 개방을 위한 여러 조치와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는데 주말 변경 또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AP통신은 "이슬람 국가가 서방 체제에 맞춘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고 걸프타임즈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더 강한 국제 비즈니스 연결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국제자문그룹의 나빌 알류수프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 UAE가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고 다국적 기업들이 사업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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