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해운대 장산 ‘레이더’ 설치 갈등…경찰, 반대 주민 연행

입력 2021.12.08 (11:47) 수정 2021.12.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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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공군의 레이터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연행하고 있다.경찰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공군의 레이터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게 나라입니까?"

주민들이 분노했다. 대응은 빨랐다. 항의하면 잡아 가뒀다. 4명은 사지가 붙들린 채로 잡혀갔다. 경찰의 '작전'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작전이 벌어진 곳은 어제 부산 해운대구,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해운대 장산 중턱의 작은 마을이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는 전국에서 각지에서 모인 경찰 13개 중대가 배치됐다.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는 전국에서 각지에서 모인 경찰 13개 중대가 배치됐다.

이 마을에 경찰 13개 중대, 1,000명가량의 경찰이 모였다. 마을 주민은 기껏해야 30명 남짓이었다.

공군은 해운대구 장산 꼭대기에 레이더를 옮기겠다고 했다. 앉은 자리에서 900km를 내다볼 수 있는 고성능 군사용 레이더였다.

레이더를 싣고 가야 하는 외길은 마을을 관통한다. 즉 마을을 지나야만 레이더를 옮길 수 있다. 걸림돌은 주민이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걱정된다고 했고, 전시 타격 목표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산 아래 마을 주민들도 달려와 함께 항의했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길을 막고 항의했다. 돌아온 건 법 집행이었다.

구호를 외친 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작은 임도를 막은 건 '교통 방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새벽에 밀고 들어와 놓고 항의하니 "집회 신고했냐"고 물었다.

"집회 신고할 시간은 줬던가?" 주민은 되물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굴삭기 위에 올라가 항의하던 시민들을 경찰이 억지로 끌어내리고 있다.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굴삭기 위에 올라가 항의하던 시민들을 경찰이 억지로 끌어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네 굴삭기 위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까지 들고 왔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첫 머리에 규정하고 있는 그 법 말이다.

이 법을 제시하는 경찰 지휘관, "위험해 보인다"며,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힘으로 끌어내렸다.

"너희들 때문에 지금 위험하다."

외침은 공권력에 묻혔다. 레이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정작 큰 걸림돌은 '마을' 주민이 아니었다. 마을이었다.

좁은 마을 길이, 담장을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나랏일'을 막았다. 30m에 달하는 특수 트레일러가 지나기에는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공군의 레이더 이송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사설 중장비를 동원해 마을 배수로를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공군의 레이더 이송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사설 중장비를 동원해 마을 배수로를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굴삭기로 마을 배수로를 덮어버리고,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는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왜 우리 집 나무를 자르냐"는 항의도 묻혔다. 공군은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작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경찰은 연행한 시민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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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8 11:47:56
    • 수정2021-12-08 11:48:31
    취재후·사건후
경찰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공군의 레이터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게 나라입니까?"

주민들이 분노했다. 대응은 빨랐다. 항의하면 잡아 가뒀다. 4명은 사지가 붙들린 채로 잡혀갔다. 경찰의 '작전'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작전이 벌어진 곳은 어제 부산 해운대구,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해운대 장산 중턱의 작은 마을이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는 전국에서 각지에서 모인 경찰 13개 중대가 배치됐다.
이 마을에 경찰 13개 중대, 1,000명가량의 경찰이 모였다. 마을 주민은 기껏해야 30명 남짓이었다.

공군은 해운대구 장산 꼭대기에 레이더를 옮기겠다고 했다. 앉은 자리에서 900km를 내다볼 수 있는 고성능 군사용 레이더였다.

레이더를 싣고 가야 하는 외길은 마을을 관통한다. 즉 마을을 지나야만 레이더를 옮길 수 있다. 걸림돌은 주민이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걱정된다고 했고, 전시 타격 목표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산 아래 마을 주민들도 달려와 함께 항의했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길을 막고 항의했다. 돌아온 건 법 집행이었다.

구호를 외친 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작은 임도를 막은 건 '교통 방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새벽에 밀고 들어와 놓고 항의하니 "집회 신고했냐"고 물었다.

"집회 신고할 시간은 줬던가?" 주민은 되물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굴삭기 위에 올라가 항의하던 시민들을 경찰이 억지로 끌어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네 굴삭기 위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까지 들고 왔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첫 머리에 규정하고 있는 그 법 말이다.

이 법을 제시하는 경찰 지휘관, "위험해 보인다"며,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힘으로 끌어내렸다.

"너희들 때문에 지금 위험하다."

외침은 공권력에 묻혔다. 레이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정작 큰 걸림돌은 '마을' 주민이 아니었다. 마을이었다.

좁은 마을 길이, 담장을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나랏일'을 막았다. 30m에 달하는 특수 트레일러가 지나기에는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에서 공군의 레이더 이송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사설 중장비를 동원해 마을 배수로를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굴삭기로 마을 배수로를 덮어버리고,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는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왜 우리 집 나무를 자르냐"는 항의도 묻혔다. 공군은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작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경찰은 연행한 시민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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