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해운대 장산 ‘레이더’ 설치 갈등…경찰, 반대 주민 연행
입력 2021.12.08 (11:47)
수정 2021.12.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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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입니까?"
주민들이 분노했다. 대응은 빨랐다. 항의하면 잡아 가뒀다. 4명은 사지가 붙들린 채로 잡혀갔다. 경찰의 '작전'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작전이 벌어진 곳은 어제 부산 해운대구,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해운대 장산 중턱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경찰 13개 중대, 1,000명가량의 경찰이 모였다. 마을 주민은 기껏해야 30명 남짓이었다.
공군은 해운대구 장산 꼭대기에 레이더를 옮기겠다고 했다. 앉은 자리에서 900km를 내다볼 수 있는 고성능 군사용 레이더였다.
레이더를 싣고 가야 하는 외길은 마을을 관통한다. 즉 마을을 지나야만 레이더를 옮길 수 있다. 걸림돌은 주민이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걱정된다고 했고, 전시 타격 목표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산 아래 마을 주민들도 달려와 함께 항의했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길을 막고 항의했다. 돌아온 건 법 집행이었다.
구호를 외친 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작은 임도를 막은 건 '교통 방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새벽에 밀고 들어와 놓고 항의하니 "집회 신고했냐"고 물었다.
"집회 신고할 시간은 줬던가?" 주민은 되물었다.

사람들이 자기네 굴삭기 위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까지 들고 왔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첫 머리에 규정하고 있는 그 법 말이다.
이 법을 제시하는 경찰 지휘관, "위험해 보인다"며,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힘으로 끌어내렸다.
"너희들 때문에 지금 위험하다."
외침은 공권력에 묻혔다. 레이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정작 큰 걸림돌은 '마을' 주민이 아니었다. 마을이었다.
좁은 마을 길이, 담장을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나랏일'을 막았다. 30m에 달하는 특수 트레일러가 지나기에는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굴삭기로 마을 배수로를 덮어버리고,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는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왜 우리 집 나무를 자르냐"는 항의도 묻혔다. 공군은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작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경찰은 연행한 시민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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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2-08 11: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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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입니까?"
주민들이 분노했다. 대응은 빨랐다. 항의하면 잡아 가뒀다. 4명은 사지가 붙들린 채로 잡혀갔다. 경찰의 '작전'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작전이 벌어진 곳은 어제 부산 해운대구,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해운대 장산 중턱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경찰 13개 중대, 1,000명가량의 경찰이 모였다. 마을 주민은 기껏해야 30명 남짓이었다.
공군은 해운대구 장산 꼭대기에 레이더를 옮기겠다고 했다. 앉은 자리에서 900km를 내다볼 수 있는 고성능 군사용 레이더였다.
레이더를 싣고 가야 하는 외길은 마을을 관통한다. 즉 마을을 지나야만 레이더를 옮길 수 있다. 걸림돌은 주민이었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걱정된다고 했고, 전시 타격 목표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산 아래 마을 주민들도 달려와 함께 항의했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길을 막고 항의했다. 돌아온 건 법 집행이었다.
구호를 외친 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작은 임도를 막은 건 '교통 방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새벽에 밀고 들어와 놓고 항의하니 "집회 신고했냐"고 물었다.
"집회 신고할 시간은 줬던가?" 주민은 되물었다.

사람들이 자기네 굴삭기 위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까지 들고 왔다.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첫 머리에 규정하고 있는 그 법 말이다.
이 법을 제시하는 경찰 지휘관, "위험해 보인다"며,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힘으로 끌어내렸다.
"너희들 때문에 지금 위험하다."
외침은 공권력에 묻혔다. 레이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정작 큰 걸림돌은 '마을' 주민이 아니었다. 마을이었다.
좁은 마을 길이, 담장을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나랏일'을 막았다. 30m에 달하는 특수 트레일러가 지나기에는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굴삭기로 마을 배수로를 덮어버리고,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는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왜 우리 집 나무를 자르냐"는 항의도 묻혔다. 공군은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작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경찰은 연행한 시민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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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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