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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고교야구감독 비리…문제는 돈 관리” 학교는 요청 묵살
입력 2021.12.09 (15:04) 수정 2021.12.09 (15:05) 취재후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오던 인천의 모 고등학교 야구 감독 이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이 씨는 야구용품을 사겠다며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구매 대금 등을 8천만 원 넘게 빼돌린 혐의를 받습니다. 식대와 경조사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천8백만 원가량의 현금 봉투를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학생들 야구용품 살 돈까지 ‘꿀꺽’…고교야구 감독 구속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3056

경찰이 범죄 혐의를 특정한 금액만 1억 원이 넘습니다. 모두 학교와 야구부 감독을 믿고 자녀들을 맡긴 야구부원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경찰이 조사한 건 2016년 이후인데, 이 씨는 2013년부터 9년째 감독을 맡아 왔습니다. 실제 학부모 피해 금액은 더 클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야구용품 대금 등 8,000만 원 횡령 혐의

이 씨는 야구용품 업체 직원과 공모해 허위 견적서를 학부모에게 보낸 뒤, 학부모가 야구용품 대금을 송금하면 그 돈을 되돌려 받는 등의 수법으로 야구용품 대금 등을 8천만 원 넘게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야구용품 업체들을 압수수색하고 이 업체 직원의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KBS와 만난 해당 야구용품업체 직원은 "감독이 먼저 요청을 했고,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라며 "학부모들에게 피해가 간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또 학부모들에게 매달 1~2차례씩 현금 봉투도 받았습니다. 식사비, 경조사비, 야구계 인사들에 대한 명절 선물 구매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은 겁니다.

1년 반 정도 되는 기간 약 천8백만 원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감독에게 줬다고 밝힌 돈 봉투 사진학부모들이 감독에게 줬다고 밝힌 돈 봉투 사진

학부모들은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지급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는 생각에 돈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야구부 담당 교사는 전지훈련지에 가족 데려와 '숙박비 요구'

경찰은 이 학교 야구부 담당 교사 1명과 행정실 직원 1명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구용품을 구매하면서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습니다.

학부모들은 야부구 담당 교사가, 전지훈련지였던 제주도에 가족을 동반해 방문하고는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 결제를 요구해 결제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구부 담당 교사가 전지훈련지에 가족과 내려와 결제 요구야구부 담당 교사가 전지훈련지에 가족과 내려와 결제 요구

야구부 담당 교사는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에서 '돈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학부모가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서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야구부 담당 교사에게 수차례 연락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돈 관리...정부는 2013년 학교가 관리하도록 의무화

감독은 경기에 출전할 선수를 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녀의 미래가 달려있는 일이어서, 학부모들은 구조적으로 감독과의 관계에서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을'이 직접 운영비를 걷고, 관리 하다 보면 '갑'인 감독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3년부터 학교체육진흥법을 통해 운동부 지도자의 임금과 운영비 등은 학교가 직접 '학교계좌'로 걷어 학교회계에 반영하고, 관리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학교가 학부모들의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돈을 걷어 운동부 지도자에게 지급하고, 운영비로 쓰이는 돈도 회계에 반영하도록 한 겁니다. '금전 관련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수년째 학교계좌 만들어달라 요청했지만, 학교는 뭉갰다

문제는 이 학교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야구부 감독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학부모 총무가 관리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 학교의 경우, 돈 관리가 부담스러웠던 학부모들이 수년 전부터 학교 측에 학교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학부모 총무를 맡았던 야구부 학부모 A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인천에 학교계좌가 없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다"라며 "총무를 맡은 2019년 9월부터 10차례 넘게 얘기했고, 교장실까지 찾아가 요구했지만, 학교는 학교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이 문제로 교육청 감사를 받았고, 현재는 학교계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왜 학부모들이 학교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을 때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학교계좌' 의무화 9년째인데…교육청은 '경찰 고소' 뒤에야 감사

운동부 감독의 인건비 등을 학교가 관리하도록 한 학교체육진흥법은 2013년 시행됐습니다. 학교를 감독하는 교육청은, 운동부가 있는 학교가 운영비를 학교계좌로 걷어 학교회계에 잘 반영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는 3년에 한 번씩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종합감사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이 학교도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 최소한 2번 이상 종합감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법을 어긴 채 학교계좌 없이 학부모에게 돈 관리를 맡겨왔습니다. 이 학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올해 3월 학부모들이 감독 등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에야 교육청은 감사를 실시했고, 학교계좌가 만들어졌습니다.

학부모 총무를 맡았던 A 씨는 "학교계좌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수년째 들어주지 않고 무시했던 학교와 교육청도 문제"라며 "학교가 돈 관리를 해왔다면 공금 횡령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 [취재후] “고교야구감독 비리…문제는 돈 관리” 학교는 요청 묵살
    • 입력 2021-12-09 15:04:53
    • 수정2021-12-09 15:05:16
    취재후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오던 인천의 모 고등학교 야구 감독 이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이 씨는 야구용품을 사겠다며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구매 대금 등을 8천만 원 넘게 빼돌린 혐의를 받습니다. 식대와 경조사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천8백만 원가량의 현금 봉투를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학생들 야구용품 살 돈까지 ‘꿀꺽’…고교야구 감독 구속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3056

경찰이 범죄 혐의를 특정한 금액만 1억 원이 넘습니다. 모두 학교와 야구부 감독을 믿고 자녀들을 맡긴 야구부원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경찰이 조사한 건 2016년 이후인데, 이 씨는 2013년부터 9년째 감독을 맡아 왔습니다. 실제 학부모 피해 금액은 더 클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야구용품 대금 등 8,000만 원 횡령 혐의

이 씨는 야구용품 업체 직원과 공모해 허위 견적서를 학부모에게 보낸 뒤, 학부모가 야구용품 대금을 송금하면 그 돈을 되돌려 받는 등의 수법으로 야구용품 대금 등을 8천만 원 넘게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야구용품 업체들을 압수수색하고 이 업체 직원의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KBS와 만난 해당 야구용품업체 직원은 "감독이 먼저 요청을 했고,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라며 "학부모들에게 피해가 간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또 학부모들에게 매달 1~2차례씩 현금 봉투도 받았습니다. 식사비, 경조사비, 야구계 인사들에 대한 명절 선물 구매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은 겁니다.

1년 반 정도 되는 기간 약 천8백만 원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감독에게 줬다고 밝힌 돈 봉투 사진학부모들이 감독에게 줬다고 밝힌 돈 봉투 사진

학부모들은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지급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는 생각에 돈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야구부 담당 교사는 전지훈련지에 가족 데려와 '숙박비 요구'

경찰은 이 학교 야구부 담당 교사 1명과 행정실 직원 1명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구용품을 구매하면서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습니다.

학부모들은 야부구 담당 교사가, 전지훈련지였던 제주도에 가족을 동반해 방문하고는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 결제를 요구해 결제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구부 담당 교사가 전지훈련지에 가족과 내려와 결제 요구야구부 담당 교사가 전지훈련지에 가족과 내려와 결제 요구

야구부 담당 교사는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에서 '돈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학부모가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서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야구부 담당 교사에게 수차례 연락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돈 관리...정부는 2013년 학교가 관리하도록 의무화

감독은 경기에 출전할 선수를 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녀의 미래가 달려있는 일이어서, 학부모들은 구조적으로 감독과의 관계에서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을'이 직접 운영비를 걷고, 관리 하다 보면 '갑'인 감독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3년부터 학교체육진흥법을 통해 운동부 지도자의 임금과 운영비 등은 학교가 직접 '학교계좌'로 걷어 학교회계에 반영하고, 관리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학교가 학부모들의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돈을 걷어 운동부 지도자에게 지급하고, 운영비로 쓰이는 돈도 회계에 반영하도록 한 겁니다. '금전 관련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수년째 학교계좌 만들어달라 요청했지만, 학교는 뭉갰다

문제는 이 학교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야구부 감독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학부모 총무가 관리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 학교의 경우, 돈 관리가 부담스러웠던 학부모들이 수년 전부터 학교 측에 학교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교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학부모 총무를 맡았던 야구부 학부모 A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인천에 학교계좌가 없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다"라며 "총무를 맡은 2019년 9월부터 10차례 넘게 얘기했고, 교장실까지 찾아가 요구했지만, 학교는 학교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이 문제로 교육청 감사를 받았고, 현재는 학교계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왜 학부모들이 학교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을 때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학교계좌' 의무화 9년째인데…교육청은 '경찰 고소' 뒤에야 감사

운동부 감독의 인건비 등을 학교가 관리하도록 한 학교체육진흥법은 2013년 시행됐습니다. 학교를 감독하는 교육청은, 운동부가 있는 학교가 운영비를 학교계좌로 걷어 학교회계에 잘 반영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는 3년에 한 번씩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종합감사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이 학교도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 최소한 2번 이상 종합감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법을 어긴 채 학교계좌 없이 학부모에게 돈 관리를 맡겨왔습니다. 이 학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올해 3월 학부모들이 감독 등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에야 교육청은 감사를 실시했고, 학교계좌가 만들어졌습니다.

학부모 총무를 맡았던 A 씨는 "학교계좌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수년째 들어주지 않고 무시했던 학교와 교육청도 문제"라며 "학교가 돈 관리를 해왔다면 공금 횡령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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