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생사확인이 가장 시급”…대면상봉 가능기간은 ‘길어야 5년’

입력 2021.12.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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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이산가족들. 한 달에 300여 명, 1년이면 3천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대면상봉의 경우 남북한의 기대수명 차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5년 정도만 가능한 상황으로 사실상 대면 상봉이 가능한 마지막 시점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가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조사한 '제3차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법정조사입니다.

향후 이산가족 교류가 진행될 때를 대비해 국내외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 47,004명 전체를 대상으로 가족사항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 변경사항을 확인하고, 교류 참여의사를 확인했습니다.

또 4만 7천여 명 가운데 표본으로 선정된 5천 3백여 명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교류실태와 정책 인식 등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도 실시했습니다.

이산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교류는 '생사 확인'...'고향 방문' 선호도 크게 증가

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우선 이산가족들이 가장 희망하는 교류 형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생사확인(75.7%)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고향방문(69.7%), 상봉(65.8%), 서신·영상편지 교환(60%)이 뒤를 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상봉 등 이산가족 당사자를 직접 접촉하는 교류형태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꺾였다는 점입니다. 2016년에 진행됐던 실태조사에서는 대면·화상상봉을 희망하는 이산가족이 76.7%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65.8%로 약 11%p 감소했습니다.

반면 눈에 띄게 선호도가 올라간 교류형태도 있었습니다. 바로 고향 방문입니다. 고향 방문 의향은 올해 조사에서 69.7%로 5년 전 61.7%에 비해 8%p 증가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 1세대의 급속한 고령화로 북측 가족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에 따라 북측의 가족이 사망하더라도 가능한 교류 형태인 '고향 방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5년전 조사에서도, 올해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이산가족들이 참여 의향을 밝힌 교류형태는 '생사확인'이었습니다. 또 올해 진행한 심층 조사에서도 65.8%가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사망 시 통보제도'를 꼽았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생사확인은 교류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따라 여전히 최우선적 정책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산가족 82% "생사도 몰라"...당국 차원 교류 원하지만 "대상자 되기 어렵다"

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하지만 이산가족들의 현실은 이런 바람과 대조를 이뤘는데요. 표본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에서 응답자의 82%는 "아직 북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사를 확인했다고 답한 응답자 18%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8%도 민간교류 주선단체나 개인에 의뢰해 북한 가족의 생사를 알게 됐습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 대상자로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경우는 24.4%에 그쳤습니다.

이산가족들이 선호하는 교류 형태는 민간보다는 당국 차원의 교류였습니다. 교류 주체별 선호도에 대한 심층 조사 결과 당국 차원의 교류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93.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민간 교류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6.3%에 그쳤습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는 생사 확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56.1%)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또 본인과 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이 보장되고(26.1%), 비용 부담이 없다(13.0%)는 점도 당국 차원의 교류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혔습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가 더 믿을만하고 비용부담도 적다면, 민간 교류를 희망하는 이유는 뭐였을까요? 가장 많은 응답은 '당국교류 대상자로 지정되는 것이 너무 어렵다'(39.1%)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도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도주의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남북관계 상황과 연계될 수밖에 없고 남북 합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라 안타깝다.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가능한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교류 희망 세대별 인식차...1세대 "자손들과는 무관", 2·3세대 "교류 했으면"

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1세대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 이산가족들의 세대별 인식은 어땠을까요?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응답이 98%로 거의 대부분이 해결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손 세대의 교류 희망 여부에서는 세대간의 인식 차가 드러났습니다.

이산가족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1세대에서는 자손들의 교류에 대해 54%만이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부모나 조부모가 이산가족인 2,3세대에서는 91%가 교류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사자인 1세대는 내가 만나려는 상대편이 이미 사망한 경우가 많아서 그 문제는 자신의 문제고 자손 문제는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2,3세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나의 문제'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손세대 당사자인 2,3세대가 이산가족 교류에 매우 긍정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산 1세대 중심의 교류에서 이산 2,3세대까지 중장기적으로 정책 지평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학적 특성 변화를 반영해 이산가족 교류 사업을 정책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산 1세대의 생사확인과 상봉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들 사후에도 성묘나 고향 방문 등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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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가족 “생사확인이 가장 시급”…대면상봉 가능기간은 ‘길어야 5년’
    • 입력 2021-12-09 16:19:21
    취재K

분단의 아픔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이산가족들. 한 달에 300여 명, 1년이면 3천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대면상봉의 경우 남북한의 기대수명 차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5년 정도만 가능한 상황으로 사실상 대면 상봉이 가능한 마지막 시점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가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조사한 '제3차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법정조사입니다.

향후 이산가족 교류가 진행될 때를 대비해 국내외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 47,004명 전체를 대상으로 가족사항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 변경사항을 확인하고, 교류 참여의사를 확인했습니다.

또 4만 7천여 명 가운데 표본으로 선정된 5천 3백여 명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교류실태와 정책 인식 등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도 실시했습니다.

이산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교류는 '생사 확인'...'고향 방문' 선호도 크게 증가

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우선 이산가족들이 가장 희망하는 교류 형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생사확인(75.7%)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고향방문(69.7%), 상봉(65.8%), 서신·영상편지 교환(60%)이 뒤를 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상봉 등 이산가족 당사자를 직접 접촉하는 교류형태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꺾였다는 점입니다. 2016년에 진행됐던 실태조사에서는 대면·화상상봉을 희망하는 이산가족이 76.7%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65.8%로 약 11%p 감소했습니다.

반면 눈에 띄게 선호도가 올라간 교류형태도 있었습니다. 바로 고향 방문입니다. 고향 방문 의향은 올해 조사에서 69.7%로 5년 전 61.7%에 비해 8%p 증가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 1세대의 급속한 고령화로 북측 가족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에 따라 북측의 가족이 사망하더라도 가능한 교류 형태인 '고향 방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5년전 조사에서도, 올해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이산가족들이 참여 의향을 밝힌 교류형태는 '생사확인'이었습니다. 또 올해 진행한 심층 조사에서도 65.8%가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사망 시 통보제도'를 꼽았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생사확인은 교류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따라 여전히 최우선적 정책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산가족 82% "생사도 몰라"...당국 차원 교류 원하지만 "대상자 되기 어렵다"

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하지만 이산가족들의 현실은 이런 바람과 대조를 이뤘는데요. 표본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에서 응답자의 82%는 "아직 북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사를 확인했다고 답한 응답자 18%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8%도 민간교류 주선단체나 개인에 의뢰해 북한 가족의 생사를 알게 됐습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 대상자로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경우는 24.4%에 그쳤습니다.

이산가족들이 선호하는 교류 형태는 민간보다는 당국 차원의 교류였습니다. 교류 주체별 선호도에 대한 심층 조사 결과 당국 차원의 교류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93.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민간 교류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6.3%에 그쳤습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는 생사 확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56.1%)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또 본인과 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이 보장되고(26.1%), 비용 부담이 없다(13.0%)는 점도 당국 차원의 교류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혔습니다.

당국 차원의 교류가 더 믿을만하고 비용부담도 적다면, 민간 교류를 희망하는 이유는 뭐였을까요? 가장 많은 응답은 '당국교류 대상자로 지정되는 것이 너무 어렵다'(39.1%)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도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도주의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남북관계 상황과 연계될 수밖에 없고 남북 합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라 안타깝다.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가능한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교류 희망 세대별 인식차...1세대 "자손들과는 무관", 2·3세대 "교류 했으면"

출처: 통일부,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1세대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 이산가족들의 세대별 인식은 어땠을까요?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응답이 98%로 거의 대부분이 해결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손 세대의 교류 희망 여부에서는 세대간의 인식 차가 드러났습니다.

이산가족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1세대에서는 자손들의 교류에 대해 54%만이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부모나 조부모가 이산가족인 2,3세대에서는 91%가 교류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사자인 1세대는 내가 만나려는 상대편이 이미 사망한 경우가 많아서 그 문제는 자신의 문제고 자손 문제는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2,3세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나의 문제'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손세대 당사자인 2,3세대가 이산가족 교류에 매우 긍정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산 1세대 중심의 교류에서 이산 2,3세대까지 중장기적으로 정책 지평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학적 특성 변화를 반영해 이산가족 교류 사업을 정책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산 1세대의 생사확인과 상봉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들 사후에도 성묘나 고향 방문 등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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