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데 재택치료하라니” 불안한 확진자들

입력 2021.12.09 (17:29) 수정 2021.12.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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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일) 0시 기준으로 전국 재택치료자는 1만 8,404명에 이릅니다. 이 중에는 재택치료를 할 수 없는데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에 방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기숙사에서 11명이 살고 있는데, 재택치료를 어떻게 하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재택치료가 기숙사에서 확진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농어업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상당수가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집단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재택치료를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의료진과 소통이 안됩니다. 라이 위원장은 "많은 이주민들이 영어를 이해할 수 없고 의료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거의 모른다."라며 언어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는 재택치료 제외 대상이지만 현실은 규정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민 확진자에게 "보건소에서 병상이 없어 기숙사에 있으라고 했다."면서 확진 4일 뒤에야 병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아 동반 입원은 되는데 장애인 동반 입원은 안된대요."

혼자서 생활하기 힘든 장애인 가정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경우도 대책이 없습니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해 병상을 요구했지만, 보건소는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재택치료를 하는 동안 먹고 입고 씻는 것을 도울 활동지원사를 요청했더니 사회서비스원으로부터 "확진자에게는 파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1월에 확진자도 긴급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현장에선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병상이 있더라도 돌봄인력은 병원에 함께 입원할 수도 없습니다. 전신마비 중증장애인 확진자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밀접접촉자인 활동지원사의 동반 입원을 문의했더니 병원이 들어올 수 없다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먼저 확진된 활동지원사가 함께 있겠다는 요청도 거부됐습니다.

김필순 기획실장은 "소아 (확진 시 보호자) 동반 입원은 가능하지만 장애인 동반 입원은 안된다."면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에 관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자체가 책임을 서로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숙인 확진자·밀접접촉자, 아무 일 없는 듯 거리에"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로즈마리 씨는 "노숙인들은 양성이든 음성이든 같은 장소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면서 "밀접접촉자들도 시설 격리되어야 하는데 방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숙인시설도 갈 만한 장소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사나 목욕, 자활을 위해 방문하려고 해도 3차 접종까지 끝냈는데 또 PCR 검사를 받아야 할 때도 있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겁니다.

로즈마리 씨는 "한 여성 노숙인 숙소는 응급 구호방으로 바뀌어 잘 곳이 없어졌다."면서 "노숙인은 죽어도 괜찮고 아깝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요양원, 병상 기다리다 집단 감염"

고령의 노인들이 집단 생활하는 요양원 역시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곳인데, 병상을 기다리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은숙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요양시설 담당 조직국장은 "요양원에는 확진자 격리 공간이 없어 정부가 시급하게 병상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요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요양보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확진자를 돌보고, 일반 생활실 입소자를 넘나들며 돌보는 일이 벌어져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감염이 전파될 것을 우려해 요양보호사가 잇따라 사직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긴급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공공병원 치료 포화상태…중환자병상 '죽음의 사이클'"

재택치료가 확대된 이유도, 재택치료 제외대상이 방치된 이유도 결국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중환자 병상이 포화되면 중등도 환자가 밀리고, 중등도 병상에 가야 하는 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 머물게 되고, 결국 재택치료하게 되는, 그래서 병상대기자 늘어나는 상태"라고 요약했습니다.

오늘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 전국 가동률은 78.8%인데, 정형준 위원장은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꽉 찼다는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와 중등도 병상, 중환자 병상이 모두 다른 병원에 떨어져있어 이송 시간을 고려하면 100%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특히 중환자 병상은 "사망자가 늘면 그만큼 중환자실이 비어서 돌아가는 '죽음의 사이클'에 대한 실망감이 현장에 만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형병원 응급실 역시 "확진자는 병상이 없어 응급실 격리구간에 있고, 격리구간이 포화라서 코로나가 아닌 환자는 배제되고 있다."면서 '의료붕괴 전초 현상'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정형준 위원장은 현재 재택치료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택치료 전담의사가 코로나 진료 경험이 없고, 3시간 온라인 교육을 받고 투입돼 위험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재택치료 모니터링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축소된 것도, 소수이지만 7일 정도에 증상이 발현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걱정했습니다.

또 병상 대기자에게는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병상 대기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응급실로 확진자가 곧장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정부가 상황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방역강화조치를 강력하게 지금 즉시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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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9 17:29:15
    • 수정2021-12-09 17: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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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일) 0시 기준으로 전국 재택치료자는 1만 8,404명에 이릅니다. 이 중에는 재택치료를 할 수 없는데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에 방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기숙사에서 11명이 살고 있는데, 재택치료를 어떻게 하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재택치료가 기숙사에서 확진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농어업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상당수가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집단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재택치료를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의료진과 소통이 안됩니다. 라이 위원장은 "많은 이주민들이 영어를 이해할 수 없고 의료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거의 모른다."라며 언어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는 재택치료 제외 대상이지만 현실은 규정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민 확진자에게 "보건소에서 병상이 없어 기숙사에 있으라고 했다."면서 확진 4일 뒤에야 병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아 동반 입원은 되는데 장애인 동반 입원은 안된대요."

혼자서 생활하기 힘든 장애인 가정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경우도 대책이 없습니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해 병상을 요구했지만, 보건소는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재택치료를 하는 동안 먹고 입고 씻는 것을 도울 활동지원사를 요청했더니 사회서비스원으로부터 "확진자에게는 파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1월에 확진자도 긴급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현장에선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병상이 있더라도 돌봄인력은 병원에 함께 입원할 수도 없습니다. 전신마비 중증장애인 확진자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밀접접촉자인 활동지원사의 동반 입원을 문의했더니 병원이 들어올 수 없다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먼저 확진된 활동지원사가 함께 있겠다는 요청도 거부됐습니다.

김필순 기획실장은 "소아 (확진 시 보호자) 동반 입원은 가능하지만 장애인 동반 입원은 안된다."면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에 관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자체가 책임을 서로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숙인 확진자·밀접접촉자, 아무 일 없는 듯 거리에"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로즈마리 씨는 "노숙인들은 양성이든 음성이든 같은 장소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면서 "밀접접촉자들도 시설 격리되어야 하는데 방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숙인시설도 갈 만한 장소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사나 목욕, 자활을 위해 방문하려고 해도 3차 접종까지 끝냈는데 또 PCR 검사를 받아야 할 때도 있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겁니다.

로즈마리 씨는 "한 여성 노숙인 숙소는 응급 구호방으로 바뀌어 잘 곳이 없어졌다."면서 "노숙인은 죽어도 괜찮고 아깝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습니다.

"요양원, 병상 기다리다 집단 감염"

고령의 노인들이 집단 생활하는 요양원 역시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곳인데, 병상을 기다리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은숙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요양시설 담당 조직국장은 "요양원에는 확진자 격리 공간이 없어 정부가 시급하게 병상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요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요양보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확진자를 돌보고, 일반 생활실 입소자를 넘나들며 돌보는 일이 벌어져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감염이 전파될 것을 우려해 요양보호사가 잇따라 사직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긴급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공공병원 치료 포화상태…중환자병상 '죽음의 사이클'"

재택치료가 확대된 이유도, 재택치료 제외대상이 방치된 이유도 결국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중환자 병상이 포화되면 중등도 환자가 밀리고, 중등도 병상에 가야 하는 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 머물게 되고, 결국 재택치료하게 되는, 그래서 병상대기자 늘어나는 상태"라고 요약했습니다.

오늘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 전국 가동률은 78.8%인데, 정형준 위원장은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꽉 찼다는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와 중등도 병상, 중환자 병상이 모두 다른 병원에 떨어져있어 이송 시간을 고려하면 100%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특히 중환자 병상은 "사망자가 늘면 그만큼 중환자실이 비어서 돌아가는 '죽음의 사이클'에 대한 실망감이 현장에 만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형병원 응급실 역시 "확진자는 병상이 없어 응급실 격리구간에 있고, 격리구간이 포화라서 코로나가 아닌 환자는 배제되고 있다."면서 '의료붕괴 전초 현상'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정형준 위원장은 현재 재택치료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택치료 전담의사가 코로나 진료 경험이 없고, 3시간 온라인 교육을 받고 투입돼 위험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재택치료 모니터링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축소된 것도, 소수이지만 7일 정도에 증상이 발현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걱정했습니다.

또 병상 대기자에게는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병상 대기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응급실로 확진자가 곧장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정부가 상황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방역강화조치를 강력하게 지금 즉시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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