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진 “의료현장 아수라장…병원 찾으러 41곳에 요청”

입력 2021.12.09 (18:08) 수정 2021.12.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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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들이 이미 현장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며 보건당국이 신속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9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의료현장은 언론에 노출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어서 가히 아수라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 회장은 “서울과 경기도에는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이미 한 자리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당국은 아직도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호도한다”며 “치료받을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데 강하게 분노한다”고 말했습니다.

여 회장은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다가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사망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달 일가족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 집에 격리된 채로 대기하다가 이 중 60대 남성이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이 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심폐소생술 등 처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숨졌습니다.

여 회장은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에 사망한 것”이라며 ‘참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한나 대전협 수련이사는 “최근 응급실로 실려 오는 심정지 환자 10명 중 1∼2명은 코로나19 확진자로 파악된다”며 “자가격리 상태에서 호흡부전 등으로 119에 신고했는데 병상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다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연주 대전협 수련이사는 “최근 경기도에서 격리병상을 찾지 못해 병원 40곳에 요청했다가 결국 41번째가 돼서야 전원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하며 “점차 중증도와 사망률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와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는 물론이고 심근경색, 뇌출혈 등 다른 질병 응급환자들도 구급차를 타고 떠도는 신세가 됐다고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전했습니다.

박 수련이사는 “현재 응급실은 생지옥”이라고 현장 상황을 요약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기면 사실상 병상 포화 상태로 봐야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입·퇴원 수속과 여유 병상 확보 등의 이유로 수치상 가동률이 100%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공의료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한 별도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을 “생활치료센터에 가야 할 사람들은 집에 있고, 입원해야 할 사람은 생활치료센터에 있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은 일반 병실에 있으며, 중환자실은 포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기존에 병상을 썼던 환자가 이송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꽉 찼다는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일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확진 중환자나 임신부를 받지 않기 위해 소생치료거부(DNR)나 산전 진찰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동의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지금 현장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을 더 내놓도록 정부가 병상 동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공동대표는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비응급·비중증환자 병상을 비우면 이론상 전체 병상의 10∼20%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런 병상 동원 조치를 취하도록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의료진이 부족해 병상이 있더라도 전체를 다 운영하지 못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행동하는간호사회 회원이며 서울대병원 국가격리병상에서 일하는 최은영 간호사는 “중환자실 부족으로 일반 병동에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간호사들은 8시간 내내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이 일하고 있다”며 “간호인력 확충은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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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12-09 18: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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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들이 이미 현장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며 보건당국이 신속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9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의료현장은 언론에 노출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어서 가히 아수라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 회장은 “서울과 경기도에는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이미 한 자리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당국은 아직도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호도한다”며 “치료받을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데 강하게 분노한다”고 말했습니다.

여 회장은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다가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사망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달 일가족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 집에 격리된 채로 대기하다가 이 중 60대 남성이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이 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심폐소생술 등 처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숨졌습니다.

여 회장은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에 사망한 것”이라며 ‘참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한나 대전협 수련이사는 “최근 응급실로 실려 오는 심정지 환자 10명 중 1∼2명은 코로나19 확진자로 파악된다”며 “자가격리 상태에서 호흡부전 등으로 119에 신고했는데 병상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다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연주 대전협 수련이사는 “최근 경기도에서 격리병상을 찾지 못해 병원 40곳에 요청했다가 결국 41번째가 돼서야 전원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하며 “점차 중증도와 사망률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와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는 물론이고 심근경색, 뇌출혈 등 다른 질병 응급환자들도 구급차를 타고 떠도는 신세가 됐다고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전했습니다.

박 수련이사는 “현재 응급실은 생지옥”이라고 현장 상황을 요약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기면 사실상 병상 포화 상태로 봐야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입·퇴원 수속과 여유 병상 확보 등의 이유로 수치상 가동률이 100%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공의료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한 별도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을 “생활치료센터에 가야 할 사람들은 집에 있고, 입원해야 할 사람은 생활치료센터에 있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은 일반 병실에 있으며, 중환자실은 포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기존에 병상을 썼던 환자가 이송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꽉 찼다는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일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확진 중환자나 임신부를 받지 않기 위해 소생치료거부(DNR)나 산전 진찰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동의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지금 현장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는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을 더 내놓도록 정부가 병상 동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공동대표는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비응급·비중증환자 병상을 비우면 이론상 전체 병상의 10∼20%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런 병상 동원 조치를 취하도록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의료진이 부족해 병상이 있더라도 전체를 다 운영하지 못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행동하는간호사회 회원이며 서울대병원 국가격리병상에서 일하는 최은영 간호사는 “중환자실 부족으로 일반 병동에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간호사들은 8시간 내내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이 일하고 있다”며 “간호인력 확충은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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