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서방 올림픽 보이콧에 中 “초대한 적도 없거든!”…속내는?

입력 2021.12.10 (07:00) 수정 2022.01.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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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국 전국체육대회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출처: 중국CCTV)지난 9월 중국 전국체육대회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출처: 중국CCTV)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겠다."

요즘 이 말을 여러 나라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라고 하면, 이제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말하는데요.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되, 개·폐회식 등 행사 때 각 나라 정부를 대표하는 사절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나라들이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을까요?

미국이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 뒤 호주, 영국도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세 나라는 중국에 대항하는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멤버들입니다.

뉴질랜드, 캐나다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이렇게 다섯 나라는 미국 주도의 정보 동맹국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정보 동맹국들이 한꺼번에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겁니다.


■'외교적 보이콧' 의도는?

지난 7일, 중국 시내 한 조형물이 앞으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연합)지난 7일, 중국 시내 한 조형물이 앞으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연합)

미국이 앞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속내를 짚어보기 위해서는 올림픽 관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올림픽은 선수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겨루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부 사절단이 모이기 때문에 종종 '외교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개최국으로서는 스포츠 향연과 함께 각 나라 사절단 사이 교류의 장이 펼쳐지니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이 처음 하계 올림픽을 열었던 2008년에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했고, 올해 7월에는 도쿄 하계 올림픽에 질 바이든 영부인이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왔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질 바이든 영부인이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자국 선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출처: 로이터)질 바이든 영부인이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자국 선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출처: 로이터)

그런데 '화합의 장', '세계인의 축제'에 가뜩이나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들이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남의 집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2022년 중국 베이징에 관심이 쏠리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AP통신은 개최국을 망신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최국 중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기 위한 계산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에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중요한 이유?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대치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이유로는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됐든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의 의도가 개최국 중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뒤집어 말하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중국에 무척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첫 대외 일정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장 방문을 추진했다. (출처: 신화사)시진핑 주석은 올해 첫 대외 일정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장 방문을 추진했다. (출처: 신화사)

우선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22년 열릴 당 대회를 통해 사실상 3연임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하게 됩니다.

또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중국 베이징은 올림픽 역사상 동·하계 올림픽이 모두 열린 상징적인 도시가 되는데요.

코로나19 방역 성공도 과시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이른바 '중국몽'도 대·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바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인 셈입니다.

■중국 애써 무시…진짜 속내는?

맞대응에 나선 것은 중국 외교부입니다. 보이콧을 발표한 나라에 주재한 중국대사관들은 '전랑 외교(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공격적인 중국 외교 전술로 맞서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외교부는 원래부터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 때문에 검소하게 대회를 치르기로 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출처: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또 미국,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초청도 하지 않았는데 왜 보이콧을 말하느냐'며 애써 파장을 잠재우려는 분위기입니다. "정치인들이 오든 안 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국주의로 승화시키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환구시보 8일 자 논평 (출처: 환구시보 홈페이지)환구시보 8일 자 논평 (출처: 환구시보 홈페이지)

중국의 강경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관련 사설을 통해 한 마디로 '경제적, 또 군사적 힘을 더 키우자'고 강조했습니다.

이 신문은 "우선 경제를 계속 발전시켜 중국의 전반적인 실력을 강화 시키는 데 가장 집중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된다면 그 지위는 각국이 중국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지렛대로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은 분초를 다투며 국방 현대화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은 중국의 손에 달렸으며 "아무도 우리를 협박할 수 없고, 아무도 우리를 압도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상관없다'면서도 미국의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두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형태로 "결연한 반격 조치"가 드러나게 될지 모르지만,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겉모습과 중국의 속내가 다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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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0 07:00:04
    • 수정2022-01-13 10:56:08
    특파원 리포트
지난 9월 중국 전국체육대회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출처: 중국CCTV)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겠다."

요즘 이 말을 여러 나라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라고 하면, 이제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말하는데요.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되, 개·폐회식 등 행사 때 각 나라 정부를 대표하는 사절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나라들이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을까요?

미국이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 뒤 호주, 영국도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세 나라는 중국에 대항하는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멤버들입니다.

뉴질랜드, 캐나다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이렇게 다섯 나라는 미국 주도의 정보 동맹국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정보 동맹국들이 한꺼번에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겁니다.


■'외교적 보이콧' 의도는?

지난 7일, 중국 시내 한 조형물이 앞으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연합)
미국이 앞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속내를 짚어보기 위해서는 올림픽 관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올림픽은 선수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겨루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부 사절단이 모이기 때문에 종종 '외교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개최국으로서는 스포츠 향연과 함께 각 나라 사절단 사이 교류의 장이 펼쳐지니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이 처음 하계 올림픽을 열었던 2008년에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했고, 올해 7월에는 도쿄 하계 올림픽에 질 바이든 영부인이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왔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질 바이든 영부인이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자국 선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출처: 로이터)
그런데 '화합의 장', '세계인의 축제'에 가뜩이나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들이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남의 집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2022년 중국 베이징에 관심이 쏠리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AP통신은 개최국을 망신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최국 중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기 위한 계산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에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중요한 이유?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대치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이유로는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됐든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의 의도가 개최국 중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뒤집어 말하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중국에 무척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첫 대외 일정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장 방문을 추진했다. (출처: 신화사)
우선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22년 열릴 당 대회를 통해 사실상 3연임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하게 됩니다.

또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중국 베이징은 올림픽 역사상 동·하계 올림픽이 모두 열린 상징적인 도시가 되는데요.

코로나19 방역 성공도 과시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이른바 '중국몽'도 대·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바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인 셈입니다.

■중국 애써 무시…진짜 속내는?

맞대응에 나선 것은 중국 외교부입니다. 보이콧을 발표한 나라에 주재한 중국대사관들은 '전랑 외교(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공격적인 중국 외교 전술로 맞서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외교부는 원래부터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 때문에 검소하게 대회를 치르기로 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또 미국,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초청도 하지 않았는데 왜 보이콧을 말하느냐'며 애써 파장을 잠재우려는 분위기입니다. "정치인들이 오든 안 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국주의로 승화시키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환구시보 8일 자 논평 (출처: 환구시보 홈페이지)
중국의 강경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관련 사설을 통해 한 마디로 '경제적, 또 군사적 힘을 더 키우자'고 강조했습니다.

이 신문은 "우선 경제를 계속 발전시켜 중국의 전반적인 실력을 강화 시키는 데 가장 집중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된다면 그 지위는 각국이 중국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지렛대로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은 분초를 다투며 국방 현대화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은 중국의 손에 달렸으며 "아무도 우리를 협박할 수 없고, 아무도 우리를 압도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상관없다'면서도 미국의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두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형태로 "결연한 반격 조치"가 드러나게 될지 모르지만,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겉모습과 중국의 속내가 다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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