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 희망고문”…발전소 ‘꼼수 계약’으로 버티기

입력 2021.12.10 (07:28) 수정 2021.12.10 (07: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김용균 참사 이후 쏟아진 여러 대책의 '1호' 역시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규직화는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일 뿐이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어서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작업복, 안전모, 안전화를 꼼꼼히 챙겨 일터로 갑니다.

발전소 운전원인 이 청년은 고 김용균 씨가 했던 일과 같은 업무를 합니다.

[태안 화력발전소 운전원/음성변조 : "보직이 김용균 님 사고 나셨던 그 자리, 그 보직입니다. 똑같은 보직입니다."]

가장 먼저 정규직화를 약속 받았던 발전소 운전원.

그러나 이 청년은 지금도 비정규직입니다.

심지어 2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프로젝트 계약직'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별 채용의 경우, 2년 초과 계약직도 가능하다는 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한 꼼수 계약입니다.

김용균 참사 이후 신규 채용된 운전원 400여 명 대부분이 이런 프로젝트 계약직입니다.

[태안 화력발전소 운전원/음성변조 : "채용 담당 직원 분이 1~2년 정도 열심히 하다 보면 정규직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배신감이 컸죠."]

또다른 수법도 있습니다.

발전소 정비팀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정철희 씨.

그동안 입은 작업복 종류만 열 벌이 넘습니다.

회사의 이름과 로고가 다 다릅니다.

하는 일은 그대로지만 거의 매년 소속 회사가 바뀐 겁니다.

[정철희/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 "1년 계약이 끝나면 바로 다음 회사가 들어오는 식으로, 근무하는 사람이나 근무하는 장소는 늘 똑같은데 그냥 회사만 바뀔 뿐입니다."]

계약직 기간이 2년을 넘어도 소속 회사가 계속 바뀌니 정규직화를 안해도 되는 겁니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입니다.

[정철희/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 "10여 년 동안 늘 똑같았고, 계속 제가 여기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똑같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민간기업인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해 공기업화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할 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흘러간 3년.

기업인수 작업은 이번주에야 겨우 논의가 시작돼 그 기다림의 끝은 여전히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현석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정규직은 희망고문”…발전소 ‘꼼수 계약’으로 버티기
    • 입력 2021-12-10 07:28:44
    • 수정2021-12-10 07:36:10
    뉴스광장
[앵커]

김용균 참사 이후 쏟아진 여러 대책의 '1호' 역시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규직화는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일 뿐이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어서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작업복, 안전모, 안전화를 꼼꼼히 챙겨 일터로 갑니다.

발전소 운전원인 이 청년은 고 김용균 씨가 했던 일과 같은 업무를 합니다.

[태안 화력발전소 운전원/음성변조 : "보직이 김용균 님 사고 나셨던 그 자리, 그 보직입니다. 똑같은 보직입니다."]

가장 먼저 정규직화를 약속 받았던 발전소 운전원.

그러나 이 청년은 지금도 비정규직입니다.

심지어 2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프로젝트 계약직'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별 채용의 경우, 2년 초과 계약직도 가능하다는 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한 꼼수 계약입니다.

김용균 참사 이후 신규 채용된 운전원 400여 명 대부분이 이런 프로젝트 계약직입니다.

[태안 화력발전소 운전원/음성변조 : "채용 담당 직원 분이 1~2년 정도 열심히 하다 보면 정규직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배신감이 컸죠."]

또다른 수법도 있습니다.

발전소 정비팀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정철희 씨.

그동안 입은 작업복 종류만 열 벌이 넘습니다.

회사의 이름과 로고가 다 다릅니다.

하는 일은 그대로지만 거의 매년 소속 회사가 바뀐 겁니다.

[정철희/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 "1년 계약이 끝나면 바로 다음 회사가 들어오는 식으로, 근무하는 사람이나 근무하는 장소는 늘 똑같은데 그냥 회사만 바뀔 뿐입니다."]

계약직 기간이 2년을 넘어도 소속 회사가 계속 바뀌니 정규직화를 안해도 되는 겁니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입니다.

[정철희/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 "10여 년 동안 늘 똑같았고, 계속 제가 여기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똑같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민간기업인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해 공기업화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할 테니 참고 기다리라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흘러간 3년.

기업인수 작업은 이번주에야 겨우 논의가 시작돼 그 기다림의 끝은 여전히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현석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