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노동 변호사 출신 새 독일 총리 숄츠…“더 많은 진보”

입력 2021.12.10 (10:24) 수정 2021.12.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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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의 후임으로 새 독일 총리가 된 올라프 숄츠.앙겔라 메르켈의 후임으로 새 독일 총리가 된 올라프 숄츠.


독일의 9대 총리 올라프 숄츠(63)가 12월 9일 취임했습니다.

지난 9월 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을 이끌고 메르켈 전 총리가 소속된 집권 기민/기사연합(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 CSU)과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했습니다.

지리한 연정 협상을 거쳐 새 정부를 출범시키고 총선 73일 만에 총리직에 오른 올라프 숄츠. 그는 누구고, 그가 이끄는 독일은 어떤 모습일까요?



■ "중요한 건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것"


숄츠는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뒤를 이은 사민당에서 배출한 4번째 총리입니다. 2차 대전 후 9명의 총리 중 5명은 기민/기사연합에서 나왔습니다.

숄츠는 1958년생, 올해 63세입니다. 1969년 56세로 총리 오른 빌리 브란트 이후 최고령 총리입니다. 8대 총리 메르켈은 51세, 7대 슈뢰더는 54세에 총리에 올랐습니다.

숄츠의 정치 입문은 17살입니다. 사민당 청년조직 '유조스(Jusos: 사민당의 젊은 사회주의자들)에 가입하면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숄츠가 사민당에 가입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숄츠가 사민당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을 보면 그의 부모님은 통일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브란트 전 총리와 슈미트 전 총리를 존경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숄츠는 "10대 시절 중요한 것은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한) 단 하나의 정당은 사민당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숄츠는 함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고용법(노동법) 변호사가 됐습니다. 이때만 해도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숄츠는 수백 명의 해고 노동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일했는데, 역설적으로 이런 경험이 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숄츠는 사민당 내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됩니다.

1998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원내 정치인이 됩니다. 2011년엔 독일 최대의 공업 도시 함부르크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2005년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이루고 메르켈 1기 내각에서 노동부 장관을, 마지막 4기 내각에서는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냈습니다.


별명은 '숄초마트(Scholzomat)'입니다. 숄츠의 이름과 Automat(자동 기계, 자판기)의 합성어로 '기계숄츠' 또는 '자판기 숄츠' 정도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돈을 넣으면 그에 맞는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모든 것에 준비된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만, 유머 감각이 부족한 그의 정치 스타일과 잘 맞는 별명입니다.

배우자는 함부르크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브리타 에른스타이고 자녀는 없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 총리가 배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 앞에서 선서하고 있다.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 총리가 배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 앞에서 선서하고 있다.


■ "더 많은 진보"…화두는 '기후 중립' '더 나은 복지국가'


독일의 새 정부는 '신호등 연정'입니다. 사민당(빨간색)과 녹색당(녹색), 자민당(노란색)의 공동 정부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두 달 넘게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한 것은 색깔이 다른 이 정당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끝난 직후엔 메르켈 전 총리가 임시 총리로 2022년 신년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정당들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연정에 합의했고, 12월 9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새 정부는 예상했던 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호등 연정’의 정책 기조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Mehr Fortschritt wagen)’ (출처=SPD 홈페이지)‘신호등 연정’의 정책 기조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Mehr Fortschritt wagen)’ (출처=SPD 홈페이지)

신호등 연정의 정책 기조는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Mehr Fortschritt wagen)'라는 연정 협약서에 구체화 되어 있습니다.

우선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메르켈 정부가 추진했던 것보다 더 신속한 대처를 약속했습니다. 연정 파트너 녹색당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급적이면 2030년까지 탈석탄을 완성하고, 그에 따른 에너지 부족 현상을 메우기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에 전력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사민당의 공약은 2040년까지 모든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훨씬 강화됐습니다. 메르켈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65%가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의 2%는 풍력발전시설을 위해 비워두고 모든 관련 시설 설치가 가능한 지붕에는 태양광 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2030년까지 전기차 등록 1,500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도로 위의 차들은 모두 전기차가 될 것이며,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겠다는 설명입니다.

과감한 복지 정책도 내놨습니다.


우선 최저임금의 인상입니다. 사민당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현재 시간당 9.6유로(약 12,80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 12유로(약 16,000원)로 인상한다는 겁니다. 숄츠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천만 명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실업자에 지급하는 하르츠법에 의한 실업수당(하르츠Ⅳ)을 개혁해 '시민수당'을 검토하고 있고, 아동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돈입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복지정책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될 게 뻔한데 연정 파트너 사이에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증세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연정의 한 축으로 친기업적 성향인 자민당은 증세에 반대 입장입니다. 이 갈등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계획은 계획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숄츠 정부의 또 다른 도전은 외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주변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벨라루스의 난민 사태도 잠시 봉합됐을 뿐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를 상태입니다.


내년 1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도 독일에 외교적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 대해 미국의 가동 중단 압박이 예상됩니다.

전임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선도 국가의 지위에 올라섰고, 메르켈 총리 자신은 세계 곳곳의 갈등 상황의 중재자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좌파 정당인으로서 우파 정당의 재무장관을 지낸 실용주의자 숄츠 총리가 연정 파트너와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실타래처럼 얽힌 국제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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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노동 변호사 출신 새 독일 총리 숄츠…“더 많은 진보”
    • 입력 2021-12-10 10:24:02
    • 수정2021-12-10 10:26:13
    특파원 리포트
앙겔라 메르켈의 후임으로 새 독일 총리가 된 올라프 숄츠.


독일의 9대 총리 올라프 숄츠(63)가 12월 9일 취임했습니다.

지난 9월 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을 이끌고 메르켈 전 총리가 소속된 집권 기민/기사연합(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 CSU)과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했습니다.

지리한 연정 협상을 거쳐 새 정부를 출범시키고 총선 73일 만에 총리직에 오른 올라프 숄츠. 그는 누구고, 그가 이끄는 독일은 어떤 모습일까요?



■ "중요한 건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것"


숄츠는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뒤를 이은 사민당에서 배출한 4번째 총리입니다. 2차 대전 후 9명의 총리 중 5명은 기민/기사연합에서 나왔습니다.

숄츠는 1958년생, 올해 63세입니다. 1969년 56세로 총리 오른 빌리 브란트 이후 최고령 총리입니다. 8대 총리 메르켈은 51세, 7대 슈뢰더는 54세에 총리에 올랐습니다.

숄츠의 정치 입문은 17살입니다. 사민당 청년조직 '유조스(Jusos: 사민당의 젊은 사회주의자들)에 가입하면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숄츠가 사민당에 가입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숄츠가 사민당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을 보면 그의 부모님은 통일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브란트 전 총리와 슈미트 전 총리를 존경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숄츠는 "10대 시절 중요한 것은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한) 단 하나의 정당은 사민당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숄츠는 함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고용법(노동법) 변호사가 됐습니다. 이때만 해도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숄츠는 수백 명의 해고 노동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일했는데, 역설적으로 이런 경험이 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숄츠는 사민당 내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됩니다.

1998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원내 정치인이 됩니다. 2011년엔 독일 최대의 공업 도시 함부르크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2005년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이루고 메르켈 1기 내각에서 노동부 장관을, 마지막 4기 내각에서는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냈습니다.


별명은 '숄초마트(Scholzomat)'입니다. 숄츠의 이름과 Automat(자동 기계, 자판기)의 합성어로 '기계숄츠' 또는 '자판기 숄츠' 정도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돈을 넣으면 그에 맞는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모든 것에 준비된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만, 유머 감각이 부족한 그의 정치 스타일과 잘 맞는 별명입니다.

배우자는 함부르크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브리타 에른스타이고 자녀는 없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 총리가 배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 앞에서 선서하고 있다.


■ "더 많은 진보"…화두는 '기후 중립' '더 나은 복지국가'


독일의 새 정부는 '신호등 연정'입니다. 사민당(빨간색)과 녹색당(녹색), 자민당(노란색)의 공동 정부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두 달 넘게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한 것은 색깔이 다른 이 정당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끝난 직후엔 메르켈 전 총리가 임시 총리로 2022년 신년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정당들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연정에 합의했고, 12월 9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새 정부는 예상했던 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호등 연정’의 정책 기조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Mehr Fortschritt wagen)’ (출처=SPD 홈페이지)

신호등 연정의 정책 기조는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시도(Mehr Fortschritt wagen)'라는 연정 협약서에 구체화 되어 있습니다.

우선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메르켈 정부가 추진했던 것보다 더 신속한 대처를 약속했습니다. 연정 파트너 녹색당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급적이면 2030년까지 탈석탄을 완성하고, 그에 따른 에너지 부족 현상을 메우기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에 전력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사민당의 공약은 2040년까지 모든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훨씬 강화됐습니다. 메르켈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65%가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의 2%는 풍력발전시설을 위해 비워두고 모든 관련 시설 설치가 가능한 지붕에는 태양광 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2030년까지 전기차 등록 1,500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도로 위의 차들은 모두 전기차가 될 것이며,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겠다는 설명입니다.

과감한 복지 정책도 내놨습니다.


우선 최저임금의 인상입니다. 사민당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현재 시간당 9.6유로(약 12,80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 12유로(약 16,000원)로 인상한다는 겁니다. 숄츠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천만 명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실업자에 지급하는 하르츠법에 의한 실업수당(하르츠Ⅳ)을 개혁해 '시민수당'을 검토하고 있고, 아동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돈입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복지정책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될 게 뻔한데 연정 파트너 사이에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증세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연정의 한 축으로 친기업적 성향인 자민당은 증세에 반대 입장입니다. 이 갈등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계획은 계획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숄츠 정부의 또 다른 도전은 외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주변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벨라루스의 난민 사태도 잠시 봉합됐을 뿐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를 상태입니다.


내년 1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도 독일에 외교적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 대해 미국의 가동 중단 압박이 예상됩니다.

전임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선도 국가의 지위에 올라섰고, 메르켈 총리 자신은 세계 곳곳의 갈등 상황의 중재자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좌파 정당인으로서 우파 정당의 재무장관을 지낸 실용주의자 숄츠 총리가 연정 파트너와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실타래처럼 얽힌 국제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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