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 25주년…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 됐나

입력 2021.12.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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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12일 OECD에 가입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총생산, GDP를 기준으로 3배이상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을 통해 경제구조를 한 단계 선진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OECD 가입을 위해 성급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IMF 외환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OECD 25년' 우리 경제 얼마나 커졌나?

OECD 가입 당시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경제지표는 1인당 국민총소득과 교역규모 입니다.

1996년 당시 우리나라의 연간 교역 규모는 2천801억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9천801억 달러를 기록해 3.5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만 3천351달러에서 3만 1천881달러로 2.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OECD 홈페이지(https://data.oecd.org/gdp/gross-domestic-product-gdp.htm)OECD 홈페이지(https://data.oecd.org/gdp/gross-domestic-product-gdp.htm)

특히 국가별 물가 수준이나 환율을 반영해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GDP의 성장세는 더욱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지난해 4만 3천319달러로 나타났는데, 영국·프랑스와 비슷하고 일본이나 EU 평균보다는 조금 앞서는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물가와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과 비슷한 셈입니다.

외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4일 진행한 OECD 가입 2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1996년 가입 당시 상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감히 평가해본다"고 밝혔습니다.

마티어스 코먼 OECD 사무총장도 화상 축사를 통해 "한국은 건전한 경제 정책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면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감이 되는 나라"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구조 선진화 촉진" vs"IMF 외환위기 자초"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감안하면 OECD 가입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또 OECD 가입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선진화에 기여했고, 이는 이후 경제성장에 분명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1996년 OECD 가입은 우리나라에 큰 상처도 남겼습니다.

OECD 가입 1년 뒤에 우리나라는 최대 국난으로 꼽히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환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단기 자본시장 개방이 거론되는데, 당시 OECD 가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정부가 무리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해 IMF 외환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다만 이 같은 비판에는 반론도 있습니다.

한민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OECD 가입 당시 우리나라는 시장 개방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유보항목을 받았고, 오히려 자본시장 개방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OECD 측 문서도 있다"며 "OECD 가입이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OECD는 정말 '선진국 모임'일까?

그런데 1996년 가입한 것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나오고 있는 OECD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일까요? '선진국 클럽'이라는 별칭처럼 정말 선진국들의 모임일까요?

1996년 우리나라가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OECD에는 9개 나라가 추가로 가입했습니다.

슬로바키아와 칠레, 슬로베니아,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콜롬비아, 그리고 올해 5월 가입한 코스타리카입니다.

이 가운데는 월드뱅크가 중소득(Middle income)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나라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OECD를 '선진국 모임'으로 보기보다는 OECD가 표방하고 있는 '개방된 시장경제'와 '다원화된 민주주의',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 공동체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경우 OECD 가입을 추진했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면서 러시아의 가입 협상은 중단됐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시장을 개방했지만 아직까지 OECD 가입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박태영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시장경제나 법률, 제도, 인권 등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OECD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원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태영 국장은 또 "OECD는 국제적인 통계자료를 만들고, 3,500명에 달하는 박사급 인재들을 활용해 기후 변화나 디지털 전환 등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이슈들에 대해서 선도적으로 연구하는 역할도 한다"며,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 도입에 합의한 디지털세의 경우도 OECD에서 시작돼, 논의 과정 전반을 OECD가 주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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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 가입 25주년…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 됐나
    • 입력 2021-12-10 16:03:19
    취재K
우리나라가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12일 OECD에 가입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총생산, GDP를 기준으로 3배이상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을 통해 경제구조를 한 단계 선진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OECD 가입을 위해 성급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IMF 외환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OECD 25년' 우리 경제 얼마나 커졌나?

OECD 가입 당시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경제지표는 1인당 국민총소득과 교역규모 입니다.

1996년 당시 우리나라의 연간 교역 규모는 2천801억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9천801억 달러를 기록해 3.5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만 3천351달러에서 3만 1천881달러로 2.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OECD 홈페이지(https://data.oecd.org/gdp/gross-domestic-product-gdp.htm)
특히 국가별 물가 수준이나 환율을 반영해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GDP의 성장세는 더욱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지난해 4만 3천319달러로 나타났는데, 영국·프랑스와 비슷하고 일본이나 EU 평균보다는 조금 앞서는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물가와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과 비슷한 셈입니다.

외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4일 진행한 OECD 가입 2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1996년 가입 당시 상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감히 평가해본다"고 밝혔습니다.

마티어스 코먼 OECD 사무총장도 화상 축사를 통해 "한국은 건전한 경제 정책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면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감이 되는 나라"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구조 선진화 촉진" vs"IMF 외환위기 자초"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감안하면 OECD 가입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또 OECD 가입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선진화에 기여했고, 이는 이후 경제성장에 분명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1996년 OECD 가입은 우리나라에 큰 상처도 남겼습니다.

OECD 가입 1년 뒤에 우리나라는 최대 국난으로 꼽히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환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단기 자본시장 개방이 거론되는데, 당시 OECD 가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정부가 무리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해 IMF 외환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다만 이 같은 비판에는 반론도 있습니다.

한민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OECD 가입 당시 우리나라는 시장 개방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유보항목을 받았고, 오히려 자본시장 개방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OECD 측 문서도 있다"며 "OECD 가입이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OECD는 정말 '선진국 모임'일까?

그런데 1996년 가입한 것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나오고 있는 OECD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일까요? '선진국 클럽'이라는 별칭처럼 정말 선진국들의 모임일까요?

1996년 우리나라가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OECD에는 9개 나라가 추가로 가입했습니다.

슬로바키아와 칠레, 슬로베니아,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콜롬비아, 그리고 올해 5월 가입한 코스타리카입니다.

이 가운데는 월드뱅크가 중소득(Middle income)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나라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OECD를 '선진국 모임'으로 보기보다는 OECD가 표방하고 있는 '개방된 시장경제'와 '다원화된 민주주의',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 공동체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경우 OECD 가입을 추진했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면서 러시아의 가입 협상은 중단됐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시장을 개방했지만 아직까지 OECD 가입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박태영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시장경제나 법률, 제도, 인권 등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OECD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원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태영 국장은 또 "OECD는 국제적인 통계자료를 만들고, 3,500명에 달하는 박사급 인재들을 활용해 기후 변화나 디지털 전환 등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이슈들에 대해서 선도적으로 연구하는 역할도 한다"며,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 도입에 합의한 디지털세의 경우도 OECD에서 시작돼, 논의 과정 전반을 OECD가 주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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