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선 못 가요”…사립고 ‘특수학급’ 거부에 사각지대 여전

입력 2021.12.10 (21:34) 수정 2021.12.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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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들이 모욕을 주셔도 저희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를 만들어달라고 장애 학생의 부모들이 이렇게, 무릎 꿇고 호소했었죠.

4년이 지난 지금, '학교 가는 길'은 조금 더 편해졌을까요?

특수학교는 고사하고, 일반학교의 장애인 특수학급 만들기도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빠 교문 있는 데 있으니까 나와."]

특수학급에 다니는 중학생 딸을 둔 김석중 씨.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학교지만 건널목 하나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김석중/장애 학생 아버지 : "부모 마음이 안심이 안 되니까, 학교 안에 들어가는 거도 봐야지 안심이 되니까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죠."]

내년엔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인근 사립고등학교에 전부 특수학급이 없는 데다 그나마 특수학급이 있는 공립고엔 정원의 두 배 가까이가 지원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밀려날 형편입니다.

[김서희/장애 학생 : "특수반이 없어서 못 가게 돼서 조금 아쉽고, 애들이랑 같이 다니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서희 양이 가게 될 학교가 집에서 얼마나 걸리는지 제가 직접 타이머를 켜고 한번 걸어가 보겠습니다.

제 걸음으로도 4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사실상 걸어서 통학하기는 어려운 거립니다.

[김석중/장애 학생 아버지 : "학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죠.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차를 타거나 내리는 거나 이게 훈련이 안 돼 있고..."]

전국 특수학급 10곳 중 9곳 이상은 국·공립 학교에 설치된 상황.

해마다 늘어나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감당하려면 사립고들이 새 학급을 설치해야 하지만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립고 관계자 : "우리는 지금 엘리베이터도 없고, 여러 가지 시설이 미비돼 있어요. 학부모들 민원도 있고 하다 보니까 그런 데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조례를 통해 특수학급을 설치할 권한이 있는 교육청도 일방적인 추진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송제인/서울시교육청 학교설립1팀장 : "아무리 권한이 있고 칼자루를 쥐고 있다 하더라도 좀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서 같이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과정인 거죠."]

현재 서울 시내 특수학급이 있는 고등학교 4곳 중 1곳은 과밀지원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앵커]

부모님들이 무릎 꿇어 가며 만들어 달라고 했던 '서진학교'입니다.

3년 만인 지난해 봄 문을 열었는데 올해는 서울시 건축상 대상까지 받았습니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모두 마주볼 수 있는 구조인데, 특히 학생들이 서로 만나는 복도는 넓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만큼은 지금보다 열린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 담은 겁니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어우러지는 이런 울타리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촬영기자:윤재구/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채상우/영상제공: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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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어선 못 가요”…사립고 ‘특수학급’ 거부에 사각지대 여전
    • 입력 2021-12-10 21:34:46
    • 수정2021-12-11 10:51:36
    뉴스 9
[앵커]

["여러분들이 모욕을 주셔도 저희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를 만들어달라고 장애 학생의 부모들이 이렇게, 무릎 꿇고 호소했었죠.

4년이 지난 지금, '학교 가는 길'은 조금 더 편해졌을까요?

특수학교는 고사하고, 일반학교의 장애인 특수학급 만들기도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빠 교문 있는 데 있으니까 나와."]

특수학급에 다니는 중학생 딸을 둔 김석중 씨.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학교지만 건널목 하나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김석중/장애 학생 아버지 : "부모 마음이 안심이 안 되니까, 학교 안에 들어가는 거도 봐야지 안심이 되니까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죠."]

내년엔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인근 사립고등학교에 전부 특수학급이 없는 데다 그나마 특수학급이 있는 공립고엔 정원의 두 배 가까이가 지원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밀려날 형편입니다.

[김서희/장애 학생 : "특수반이 없어서 못 가게 돼서 조금 아쉽고, 애들이랑 같이 다니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서희 양이 가게 될 학교가 집에서 얼마나 걸리는지 제가 직접 타이머를 켜고 한번 걸어가 보겠습니다.

제 걸음으로도 4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사실상 걸어서 통학하기는 어려운 거립니다.

[김석중/장애 학생 아버지 : "학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죠.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차를 타거나 내리는 거나 이게 훈련이 안 돼 있고..."]

전국 특수학급 10곳 중 9곳 이상은 국·공립 학교에 설치된 상황.

해마다 늘어나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감당하려면 사립고들이 새 학급을 설치해야 하지만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립고 관계자 : "우리는 지금 엘리베이터도 없고, 여러 가지 시설이 미비돼 있어요. 학부모들 민원도 있고 하다 보니까 그런 데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조례를 통해 특수학급을 설치할 권한이 있는 교육청도 일방적인 추진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송제인/서울시교육청 학교설립1팀장 : "아무리 권한이 있고 칼자루를 쥐고 있다 하더라도 좀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서 같이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과정인 거죠."]

현재 서울 시내 특수학급이 있는 고등학교 4곳 중 1곳은 과밀지원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앵커]

부모님들이 무릎 꿇어 가며 만들어 달라고 했던 '서진학교'입니다.

3년 만인 지난해 봄 문을 열었는데 올해는 서울시 건축상 대상까지 받았습니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모두 마주볼 수 있는 구조인데, 특히 학생들이 서로 만나는 복도는 넓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만큼은 지금보다 열린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 담은 겁니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어우러지는 이런 울타리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촬영기자:윤재구/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채상우/영상제공: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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