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진중권 가라사대…따옴표만 남은 대선 보도

입력 2021.12.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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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올리면 기사로…무분별한 SNS 받아쓰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언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뭘 썼다 하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이를 인용한 기사가 올라온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최근 사례 2개만 보겠습니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박정희 정권의 차치철 경호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곧바로 기사화됐습니다. 장 의원이 진 전 교수를 정권교체의 훼방꾼이라고 비판하고, 진 전 교수가 이에 대해 다시 글을 올리자 이것도 기사로 나왔습니다.


진 전 교수는 10월에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두고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몰랐으면 박근혜, 알았으면 이명박'이라고 비판했는데, 언론들은 이 말도 놓치지 않고 썼습니다.

배우 김부선 씨의 페이스북도 언론이 빼놓지 않고 씁니다. 지난 9월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실성했다는 글을 올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들의 페이스북을 인용한 기사가 포털에서 많이 보이니까 언론이 많이 쓴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기사 건수를 분석해봤습니다.

유명인들의 SNS를 인용해서 쓰는 기사를 분석해 SNS 뉴스화 지수를 만드는 업체에 SNS 받아쓰기 기사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11월 한 달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유명인 페이스북 받아쓰기 기사로 했습니다. 제목에 유명인 이름이 들어가고 큰따옴표로 SNS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기사 본문에는 SNS 내용이 세 단락 이상 들어간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1월 한 달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페이스북 받아쓰기 기사는 모두 6,020건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200건입니다.

받아쓰기 기사가 가장 많은 유명인은 이재명 후보로, 1,378건이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743건으로 2위, 이준석 대표가 443건으로 3위였습니다. 진중권 전 교수는 287건으로 홍준표 전 대표에 이어 5위, 김부선 씨가 109건으로 9위였습니다.

■'선대위 블랙홀'에 빠진 대선 보도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짤막한 글을 남겼습니다. 이튿날인 30일에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싸고 윤석열 후보 측과 갈등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언론은 이때부터 이 대표를 쫓았습니다. 이 대표가 부산, 여수, 제주를 차례로 방문하는 동안 계속 기자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윤석열 후보에게도 이 후보를 만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윤석열·이준석 갈등 전에도 국민의힘은 '김종인 합류'를 놓고 진통을 겪었습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할 때까지 보름가량 기자들은 김 위원장 사무실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국민의힘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11월 한 달의 대부분을 윤석열·김종인·이준석의 입을 쫓느라 바빴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11월에는 선대위가 이슈였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선대위 쇄신'을 선언하면서, 누가 선대위에서 나오고 누가 새로 합류하는지 취재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송영길 대표가 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한다는 기사가 있었지만, 모두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네이버와 뉴스 제휴를 한 언론사 72곳을 대상으로 11월 한 달 동안 많이 읽은 정치 기사를 분석해봤습니다.


많이 읽은 정치 기사 1위부터 100위까지 중에 대선 관련 기사는 76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정치인의 발언이나 SNS 글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가 42건, 55.3%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당원 관련 기사가 10건(13.1%), 정치인 동정 기사가 7건(9.2%), 선대위 인선 관련 기사가 6건(7.9%) 등이었습니다. 정책 관련 기사는 단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대중들이 정책 관련 기사를 많이 읽지 않았고, 언론도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대선이 90일도 남지 않았는데, 함량 미달의 기사 말고, 질 높은 정책 검증 기사를 볼 수 있는 걸까요? 방송 시간대를 옮겨 내일(12일) 밤 8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하는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는 우리 언론 대선 보도의 현실과 좋은 보도의 방향을 고민해봅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와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채영길 교수가 출연합니다. 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오현태 기자도 함께합니다. 이어지는 Q플러스에서는 팩트체크에 나선 시민들을 만나 시민 팩트체크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짚어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20211114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https://www.youtube.com/c/%EC%A7%88%EB%AC%B8%ED%95%98%EB%8A%94%EA%B8%B0%EC%9E%90%EB%93%A4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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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1 10:01:06
    취재K

■진중권이 올리면 기사로…무분별한 SNS 받아쓰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언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뭘 썼다 하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이를 인용한 기사가 올라온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최근 사례 2개만 보겠습니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박정희 정권의 차치철 경호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곧바로 기사화됐습니다. 장 의원이 진 전 교수를 정권교체의 훼방꾼이라고 비판하고, 진 전 교수가 이에 대해 다시 글을 올리자 이것도 기사로 나왔습니다.


진 전 교수는 10월에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두고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몰랐으면 박근혜, 알았으면 이명박'이라고 비판했는데, 언론들은 이 말도 놓치지 않고 썼습니다.

배우 김부선 씨의 페이스북도 언론이 빼놓지 않고 씁니다. 지난 9월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실성했다는 글을 올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들의 페이스북을 인용한 기사가 포털에서 많이 보이니까 언론이 많이 쓴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기사 건수를 분석해봤습니다.

유명인들의 SNS를 인용해서 쓰는 기사를 분석해 SNS 뉴스화 지수를 만드는 업체에 SNS 받아쓰기 기사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11월 한 달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유명인 페이스북 받아쓰기 기사로 했습니다. 제목에 유명인 이름이 들어가고 큰따옴표로 SNS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기사 본문에는 SNS 내용이 세 단락 이상 들어간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1월 한 달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페이스북 받아쓰기 기사는 모두 6,020건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200건입니다.

받아쓰기 기사가 가장 많은 유명인은 이재명 후보로, 1,378건이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743건으로 2위, 이준석 대표가 443건으로 3위였습니다. 진중권 전 교수는 287건으로 홍준표 전 대표에 이어 5위, 김부선 씨가 109건으로 9위였습니다.

■'선대위 블랙홀'에 빠진 대선 보도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짤막한 글을 남겼습니다. 이튿날인 30일에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싸고 윤석열 후보 측과 갈등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언론은 이때부터 이 대표를 쫓았습니다. 이 대표가 부산, 여수, 제주를 차례로 방문하는 동안 계속 기자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윤석열 후보에게도 이 후보를 만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윤석열·이준석 갈등 전에도 국민의힘은 '김종인 합류'를 놓고 진통을 겪었습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할 때까지 보름가량 기자들은 김 위원장 사무실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국민의힘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11월 한 달의 대부분을 윤석열·김종인·이준석의 입을 쫓느라 바빴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11월에는 선대위가 이슈였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선대위 쇄신'을 선언하면서, 누가 선대위에서 나오고 누가 새로 합류하는지 취재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송영길 대표가 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한다는 기사가 있었지만, 모두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네이버와 뉴스 제휴를 한 언론사 72곳을 대상으로 11월 한 달 동안 많이 읽은 정치 기사를 분석해봤습니다.


많이 읽은 정치 기사 1위부터 100위까지 중에 대선 관련 기사는 76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정치인의 발언이나 SNS 글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가 42건, 55.3%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당원 관련 기사가 10건(13.1%), 정치인 동정 기사가 7건(9.2%), 선대위 인선 관련 기사가 6건(7.9%) 등이었습니다. 정책 관련 기사는 단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대중들이 정책 관련 기사를 많이 읽지 않았고, 언론도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대선이 90일도 남지 않았는데, 함량 미달의 기사 말고, 질 높은 정책 검증 기사를 볼 수 있는 걸까요? 방송 시간대를 옮겨 내일(12일) 밤 8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하는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는 우리 언론 대선 보도의 현실과 좋은 보도의 방향을 고민해봅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와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채영길 교수가 출연합니다. 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오현태 기자도 함께합니다. 이어지는 Q플러스에서는 팩트체크에 나선 시민들을 만나 시민 팩트체크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짚어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20211114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https://www.youtube.com/c/%EC%A7%88%EB%AC%B8%ED%95%98%EB%8A%94%EA%B8%B0%EC%9E%90%EB%93%A4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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