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생명 살리고 떠난 ‘휘파람 소년’, 생명나눔 강사가 된 아버지의 바람은?

입력 2021.12.12 (09:01) 수정 2021.12.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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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친구에게 생명 나누고 떠난 제주 휘파람 소년 홍준이

9살 제주 소년 홍준이는 흥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혼자 걸을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휘파람을 즐겨 불었다지요.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나눠주는 아이였습니다. 2020년 4월 1일 저녁, 그날도 해맑게 뛰놀던 홍준이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더니 불과 5분 만에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평소 건강하던 아이였습니다. 병원에선 급성 뇌출혈이라고 했습니다. 홍준이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료기계에 의지해 겨우 심장만 뛰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희망은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힘겨운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평소 친구들과 뭔가 나누기를 좋아했던 홍준이였습니다. 뇌사 판정 다음 날, 휘파람 소년은 아픈 또래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나누었습니다. 심장과 폐, 간, 신장... 홍준이는 일곱 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고 떠났습니다.

홍준이 아버지 고동헌 씨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너무 짧았습니다. 두 가지 길뿐이었어요. 장기기증을 하지 않고 홍준이를 보냈더라면 지금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 "도움 없었더라면 옳은 결정 못 했을 것...코디네이터 선생님께 감사"

고동헌 씨는 그때 그 결정을 도와준 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장기구득(求得) 코디네이터 선생님입니다. 이 분들은 장기기증 모든 과정에 참여해서 모든 과정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전문 인력이지요. 당시 홍준이 가족은 그 코디네이터 선생님에게 따뜻한 위로와 배려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장기기증을 차분히 안내해주고 홍준이를 의인으로 높여 대해줬다고 합니다. 외롭지 않게, 옳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줬다고 합니다. 그 도움이 없었더라면 옳은 결정을 하지 못했을 거라며 거듭 고마움을 밝혔습니다.


■ 생명나눔 강사가 된 아버지 "장기기증은 순수하고 고귀함 그 자체"

사실 고동헌 씨도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시신 훼손이나 금전 거래 같은 막연한 거부감과 오해마저 있었다고 합니다. 홍준이를 떠나보낸 뒤 '금전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지요. 자신이 했던 오해와 편견을 그대로 돌려받은 셈입니다.

고 씨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석 달의 전문교육 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고 씨는 이제 생명나눔 전문강사입니다.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장기기증이 왜 필요한지를 강의합니다. 자신도 예전에 가졌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경험 그대로를 솔직히 들려줍니다.

"모든 사람이 저희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고귀한 마음으로만 생각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휘파람 소년 홍준이 아버지 고동헌 씨의 소망은 하나입니다. 오해가 사라지고, 혹여 엉뚱한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순수한 생명 나눔 그 자체로 장기기증이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 코로나19 여파 장기기증 희망자 감소...평균 5년 대기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나아지고 있긴 합니다. 실천은 부족합니다. 최근엔 코로나19 탓에 오히려 더 미약해졌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겠습니다. 2020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6만 7,160명으로 2019년 9만 350명보다 25.7% 줄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가 7만 명 아래로 떨어진 해는 처음입니다. 뇌사자 장기기증도 2016년 573명에서 2020년 478명으로 줄었습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늘었습니다. 2020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 5,852명입니다. 2019년보다 8.7% 증가했습니다.

장기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2020년 기준 평균 1,850일입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환자도 꾸준히 느는 추세입니다. 2016년 1,318명, 2017년 1,597명, 2018년 1,891명, 2019년 2,136명, 2020년 2,194명이 이식 대기 중에 사망했습니다.

고동헌 씨의 바람이 한 걸음씩 이루어질수록 홍준이의 휘파람이 더 밝고 즐겁게 어디선가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휘파람 소년 홍준이의 아버지 고동헌 씨와 장기구득 코디네이터인 박수정 선생님, 그리고 심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살면서 생명나눔 홍보대사로 일하는 오수진 KBS 기상캐스터의 이야기는 KBS1TV <사사건건> 12월 10일(금) 방송의 다시보기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yoXXKKsUI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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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2 09:01:07
    • 수정2021-12-12 09:06:49
    사회

■ 일곱 친구에게 생명 나누고 떠난 제주 휘파람 소년 홍준이

9살 제주 소년 홍준이는 흥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혼자 걸을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휘파람을 즐겨 불었다지요.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나눠주는 아이였습니다. 2020년 4월 1일 저녁, 그날도 해맑게 뛰놀던 홍준이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더니 불과 5분 만에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평소 건강하던 아이였습니다. 병원에선 급성 뇌출혈이라고 했습니다. 홍준이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료기계에 의지해 겨우 심장만 뛰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희망은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힘겨운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평소 친구들과 뭔가 나누기를 좋아했던 홍준이였습니다. 뇌사 판정 다음 날, 휘파람 소년은 아픈 또래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나누었습니다. 심장과 폐, 간, 신장... 홍준이는 일곱 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고 떠났습니다.

홍준이 아버지 고동헌 씨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너무 짧았습니다. 두 가지 길뿐이었어요. 장기기증을 하지 않고 홍준이를 보냈더라면 지금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 "도움 없었더라면 옳은 결정 못 했을 것...코디네이터 선생님께 감사"

고동헌 씨는 그때 그 결정을 도와준 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장기구득(求得) 코디네이터 선생님입니다. 이 분들은 장기기증 모든 과정에 참여해서 모든 과정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전문 인력이지요. 당시 홍준이 가족은 그 코디네이터 선생님에게 따뜻한 위로와 배려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장기기증을 차분히 안내해주고 홍준이를 의인으로 높여 대해줬다고 합니다. 외롭지 않게, 옳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줬다고 합니다. 그 도움이 없었더라면 옳은 결정을 하지 못했을 거라며 거듭 고마움을 밝혔습니다.


■ 생명나눔 강사가 된 아버지 "장기기증은 순수하고 고귀함 그 자체"

사실 고동헌 씨도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시신 훼손이나 금전 거래 같은 막연한 거부감과 오해마저 있었다고 합니다. 홍준이를 떠나보낸 뒤 '금전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지요. 자신이 했던 오해와 편견을 그대로 돌려받은 셈입니다.

고 씨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석 달의 전문교육 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고 씨는 이제 생명나눔 전문강사입니다.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장기기증이 왜 필요한지를 강의합니다. 자신도 예전에 가졌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경험 그대로를 솔직히 들려줍니다.

"모든 사람이 저희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고귀한 마음으로만 생각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휘파람 소년 홍준이 아버지 고동헌 씨의 소망은 하나입니다. 오해가 사라지고, 혹여 엉뚱한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순수한 생명 나눔 그 자체로 장기기증이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 코로나19 여파 장기기증 희망자 감소...평균 5년 대기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나아지고 있긴 합니다. 실천은 부족합니다. 최근엔 코로나19 탓에 오히려 더 미약해졌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겠습니다. 2020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6만 7,160명으로 2019년 9만 350명보다 25.7% 줄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가 7만 명 아래로 떨어진 해는 처음입니다. 뇌사자 장기기증도 2016년 573명에서 2020년 478명으로 줄었습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늘었습니다. 2020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 5,852명입니다. 2019년보다 8.7% 증가했습니다.

장기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2020년 기준 평균 1,850일입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환자도 꾸준히 느는 추세입니다. 2016년 1,318명, 2017년 1,597명, 2018년 1,891명, 2019년 2,136명, 2020년 2,194명이 이식 대기 중에 사망했습니다.

고동헌 씨의 바람이 한 걸음씩 이루어질수록 홍준이의 휘파람이 더 밝고 즐겁게 어디선가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휘파람 소년 홍준이의 아버지 고동헌 씨와 장기구득 코디네이터인 박수정 선생님, 그리고 심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살면서 생명나눔 홍보대사로 일하는 오수진 KBS 기상캐스터의 이야기는 KBS1TV <사사건건> 12월 10일(금) 방송의 다시보기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yoXXKKsUI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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