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 인력의 현장 증언…“아비규환, 아수라장, 전쟁터”

입력 2021.12.13 (17:32) 수정 2021.12.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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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는 가운데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2주가량 잠시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오늘(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 없이 진행된 ' 위드 코로나'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장기전을 위한 의료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의료 인력들은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피로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며 증언에 나섰습니다. 현장의 증언을 담아봤습니다.

■ "직원들 쥐어짜서 의료 대응…재택 치료로 업무 부담 늘어"

< 김정은 서울 서남병원(코로나전담병원) 지부장 >

서울시 서남병원은 확진자 병상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진료소, 선제검사소, 백신예방접종, 용인의 생활치료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민간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해서 병원이 코호트 되는 격리 상황이 되면 그쪽으로 투입돼서 시설 환경 감염 관리를 하거나 확진자 치료에도 투입됩니다.

이 모든 걸 기존의 직원들을 쥐어짜서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공무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대부분 공무원이 아닙니다. 단순히 병원의 직원일 뿐입니다. 공공병원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 파견되고 부서 이동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로 인해 퇴사자는 많아지고 그곳은 신규 인력으로 대체되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게 됩니다.

11월 30일 질병관리청에서 확진자들을 자택 격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공공병원은 당장 다음 날인 12월 1일부터 병상 대기자 관리반을 꾸렸습니다. 우리 병원은 4개 구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투입되는 인력 또한 기존 직원들을 쥐어짜서 만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직원들을 빼내 구성하고 지금 신규 직원을 뽑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데 지원할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고 하더라도 이분들이 제대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재택 격리자는 2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하나는 무증상에 기저질환 없는 확진자로 구성된 '재택 치료 관리반'이고 하나는 전담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자를 관리하는 '병상 대기자 관리반'입니다. 우리 병원은 병상 대기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재택 격리자는 자치구에서 보낸 재택 치료 키트를 받게 됩니다. 하루에 두 번 격리자에게 전화해서 재택 치료 키트를 이용해서 산소포화도와 체온, 상태를 확인합니다. 그러나 전화해 보면 재택 치료 키트를 못 받았다는 사람들이 반이나 됩니다. 받았다 해도 전화상으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귀가 어둡거나 치료 키트 사용법을 설명해도 잘 못알아 들으셔서 다른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화를 안 받거나 받더라도 병실이 왜 안 나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와중에 성희롱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의료진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K-방역, 대체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코로나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계속 생기게 될 텐데, 이렇게 의료진만을 쥐어짜서 만드는 방역이 맞을까요? 공공병원의 의료진들이 사직하고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의 현실을 다시 한번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 "비 코로나19 환자 치료도 중요하고 절박해…의료 인력 소모품으로 전락"

< 김미화 전남대병원 지부 정치부장>

최근 11월 중수본은 행정명령을 통해 준중증 병상을 본원은 16병상, 화순은 9병상을 추가로 설치하라고 했습니다. 11월 6일부터 뇌졸중 집중치료실과 소아 중환자실을 각각 8병상에서 4병상으로 축소했습니다. 한 명의 간호사에게 4명의 뇌졸중 중환자를 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4명의 중환자를 보면서 이곳의 간호사들은 물 한 번 마시지도,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소아 중환자실 상황도 심각합니다. 광주·전남의 유일한 어린이 병원인 소아 중환자실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난 후 경련이 계속되거나, 숨을 잘 못 쉬어서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에크모 등 다른 곳에서 치료받기 불가능해 온 소아 환자들입니다.

그런데 전남대병원은 병상가동률이 다른 중환자실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운영 병상을 절반으로 축소했습니다. 3명의 간호사에서 2명의 간호사로 축소되면서 밥은 당연히 포기했고, 한 명의 소아 중환자가 CPR이라도 나면 다른 소아 중환자는 긴밀하게 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소아 중환자에게 너무 미안하고 정말 이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저히 우리 2명이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하고 있어서 자괴감이 듭니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병원과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의료 인력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2021년에 이렇게 고통 속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시기에 공공기관으로 국립대 병원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남대병원이라는 호남 중추 역할을 하는 상급 종합병원이 꼭 해야 하는 비 코로나 중환자의 치료 또한 너무나 중요하고 절박합니다.

전남대병원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중환자실이나 병동의 인력에 대한 노사 합의를 지키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강제 연차, 병원 교육, 포상 휴가를 주는 등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병원이 최소한 노동 합의한 중환자 인력 기준, 단체 협약 합의 등을 충실하게 지켰다면 중수본의 행정명령에 훨씬 원활한 상태로 대응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즉각 교육 시켜야 하고 중환자에 대한 간호 인력을 축소하는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정부 또한 코로나19 환자 병상 확보에 행정명령만이 아닌 간호 인력 확보안을 같이 제시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모습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모습

■ "병원 현장 아수라장, 전쟁터…시신 관리까지 하며 피로감 호소"

<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코로나전담병원) 지부장 >

대한민국은 인구 천 명당 병상 수 12.4개로 OECD 평균 4.4개보다 2.8배를 상회하는 수준이고, MRI와 CT 등 고가 물적 자원의 보유 수준도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 의료 선진국이라 자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19 입원 병상이 없어서 기다리는 환자가 천 명이 훌쩍 넘어가고 병상 배정 전이나 진행 중에 사망하는 환자까지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병상 부족보다 심각한 건 의료 인력 부족입니다. 병원 현장은 지금 한마디로 아수라장이고 전쟁터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상 회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원내에서 병동 전원과 퇴원이 하루에도 수차례 일어나고 있고 그때마다 간호사들이 환자 이송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어 인력이 더 부족한 상황입니다.

환자 배식과 식사 보조, 병실·화장실 청소와 소독 업무까지 (의료 인력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습니다. 근무 중 끼니를 거르는 건 당연하고 제시간에 퇴근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근래에는 중증환자와 고령 환자가 급증하면서 간호 요구도도 한없이 높아져서 업무 강도가 2~3배 이상 가중되었고 보호복을 입고 3~4시간이 지나서 땀으로 온몸이 다 젖어 있어도 병실에서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빈번하게 마지막 임종과 시신 관리까지 하고 있어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습니다. 임종과 시신 관리를 하고 난 뒤 앓아누워서 한 달 사이 체중이 현저히 감소된 간호사도 있습니다. 피로감과 우울증으로 언제 현장을 떠날지 알 수 없습니다. 반복되는 악순환에 사직만이 살 길이라고 대부분의 간호사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절규합니다. 보건 의료 인력 확충, 특히 간호 인력 확충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 "정부, 병상 확보에만 급급…숙련된 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고민 없어"

< 김현태 원주연세의료원 지부장 >

위중증 환자를 보는 데는 고난이도의 의료 업무를 수행하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위중증 환자라고 평가되는 환자들이 손이 많이 갑니다. 숙련된 인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확보한다고 해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오로지 병상 수에 매몰돼서 정확한 포인트를 잘 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숙련된 의료 인력들을 배출해 내는 건 어려운 부분입니다.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숙련된 의료 인력을 어떻게 배출해 낼 것인가, 어떻게 교육 시켜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정부의) 행정명령서를 보면 병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있고, 병상을 운영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현장은 아비규환입니다.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병원은 감염되고 있고 그 와중에 치료는 진행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행정명령서) 어느 한 구절에도 인력은 어떻게 수급하겠다는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환자 목숨을 책임감 있게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누구의 인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둔다는 말을 할 때, 가슴이 먹먹합니다. 매일 상황은 악화 되고 있을 뿐입니다.

병원에 코로나 대응 회의가 있는데 24시간 카톡을 켜놓고 있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카톡이 한 번도 쉬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계점에 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멈춰서 제대로 정비하고 어떻게 우리 스스로의 역할을 만들어 나갈지 재설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의료 폐기물을 옮기는 의료진의료 폐기물을 옮기는 의료진

■ "최소한의 검증도 되지 않은 파견 인력…모든 짐은 의료 인력이 지고 있어"

<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코로나전담병원) 지부장 >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면서, 경기도의 공공기관담당관실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청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남는 인력을 어쩌려고 그러냐 승인해 줄 수 없다, 현장 정원이 남아 있어 승인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무부서인 보건건강국은 정 인력이 급하면 파견 의료 인력을 채용해서 보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와 주시는 파견 인력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아직까지도 파견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에다 산소 줄을 꽂아서 산소를 공급하는, 최소한의 산소 처리라든지, 채혈조차도 할 수 없는 분들을 파견해주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간호사를 꾸준히 채용해왔습니다. 그런데도 그 인력 기준이 맞춰지지 않으니, 현장의 업무 강도는 최고조로 높아져 있었고요.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마음의 부담감에 높은 업무 강도가 계속 되다 보니까, 그냥 꾸준히 나가는 거예요. 노정교섭에서 결정된 인적 기준을 제대로 적용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습니다.

약속대로라면 현장에 수십 명의 의료 인력이 충원돼도 모자란 상황인데, 노정교섭 하기 전과 똑같은 인력으로, 재택치료라든지 생활치료센터라든지, 거기서 나오는 대면 진료라든지 모든 업무를 같은 인력으로 계속 하라고 하는 상황이고요. 이게 재난 상황이니 어쩌겠느냐, 너희가 가서 일해야지, 버티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될 걸 다 알았으면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서 약속은 나 몰라라 하고 현장의 의료 인력들에게만 모든 짐을 지우는 중대본과 복지부, 정부를 규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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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의료 인력의 현장 증언…“아비규환, 아수라장, 전쟁터”
    • 입력 2021-12-13 17:32:35
    • 수정2021-12-14 08:02:33
    취재K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는 가운데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2주가량 잠시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오늘(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 없이 진행된 ' 위드 코로나'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장기전을 위한 의료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의료 인력들은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피로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며 증언에 나섰습니다. 현장의 증언을 담아봤습니다.

■ "직원들 쥐어짜서 의료 대응…재택 치료로 업무 부담 늘어"

< 김정은 서울 서남병원(코로나전담병원) 지부장 >

서울시 서남병원은 확진자 병상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진료소, 선제검사소, 백신예방접종, 용인의 생활치료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민간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해서 병원이 코호트 되는 격리 상황이 되면 그쪽으로 투입돼서 시설 환경 감염 관리를 하거나 확진자 치료에도 투입됩니다.

이 모든 걸 기존의 직원들을 쥐어짜서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공무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대부분 공무원이 아닙니다. 단순히 병원의 직원일 뿐입니다. 공공병원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 파견되고 부서 이동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로 인해 퇴사자는 많아지고 그곳은 신규 인력으로 대체되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게 됩니다.

11월 30일 질병관리청에서 확진자들을 자택 격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공공병원은 당장 다음 날인 12월 1일부터 병상 대기자 관리반을 꾸렸습니다. 우리 병원은 4개 구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투입되는 인력 또한 기존 직원들을 쥐어짜서 만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직원들을 빼내 구성하고 지금 신규 직원을 뽑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데 지원할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고 하더라도 이분들이 제대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재택 격리자는 2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하나는 무증상에 기저질환 없는 확진자로 구성된 '재택 치료 관리반'이고 하나는 전담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자를 관리하는 '병상 대기자 관리반'입니다. 우리 병원은 병상 대기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재택 격리자는 자치구에서 보낸 재택 치료 키트를 받게 됩니다. 하루에 두 번 격리자에게 전화해서 재택 치료 키트를 이용해서 산소포화도와 체온, 상태를 확인합니다. 그러나 전화해 보면 재택 치료 키트를 못 받았다는 사람들이 반이나 됩니다. 받았다 해도 전화상으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귀가 어둡거나 치료 키트 사용법을 설명해도 잘 못알아 들으셔서 다른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전화를 안 받거나 받더라도 병실이 왜 안 나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와중에 성희롱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의료진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K-방역, 대체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코로나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계속 생기게 될 텐데, 이렇게 의료진만을 쥐어짜서 만드는 방역이 맞을까요? 공공병원의 의료진들이 사직하고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의 현실을 다시 한번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 "비 코로나19 환자 치료도 중요하고 절박해…의료 인력 소모품으로 전락"

< 김미화 전남대병원 지부 정치부장>

최근 11월 중수본은 행정명령을 통해 준중증 병상을 본원은 16병상, 화순은 9병상을 추가로 설치하라고 했습니다. 11월 6일부터 뇌졸중 집중치료실과 소아 중환자실을 각각 8병상에서 4병상으로 축소했습니다. 한 명의 간호사에게 4명의 뇌졸중 중환자를 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4명의 중환자를 보면서 이곳의 간호사들은 물 한 번 마시지도,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소아 중환자실 상황도 심각합니다. 광주·전남의 유일한 어린이 병원인 소아 중환자실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난 후 경련이 계속되거나, 숨을 잘 못 쉬어서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에크모 등 다른 곳에서 치료받기 불가능해 온 소아 환자들입니다.

그런데 전남대병원은 병상가동률이 다른 중환자실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운영 병상을 절반으로 축소했습니다. 3명의 간호사에서 2명의 간호사로 축소되면서 밥은 당연히 포기했고, 한 명의 소아 중환자가 CPR이라도 나면 다른 소아 중환자는 긴밀하게 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소아 중환자에게 너무 미안하고 정말 이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저히 우리 2명이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하고 있어서 자괴감이 듭니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병원과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의료 인력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2021년에 이렇게 고통 속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시기에 공공기관으로 국립대 병원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남대병원이라는 호남 중추 역할을 하는 상급 종합병원이 꼭 해야 하는 비 코로나 중환자의 치료 또한 너무나 중요하고 절박합니다.

전남대병원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중환자실이나 병동의 인력에 대한 노사 합의를 지키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강제 연차, 병원 교육, 포상 휴가를 주는 등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병원이 최소한 노동 합의한 중환자 인력 기준, 단체 협약 합의 등을 충실하게 지켰다면 중수본의 행정명령에 훨씬 원활한 상태로 대응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즉각 교육 시켜야 하고 중환자에 대한 간호 인력을 축소하는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정부 또한 코로나19 환자 병상 확보에 행정명령만이 아닌 간호 인력 확보안을 같이 제시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모습
■ "병원 현장 아수라장, 전쟁터…시신 관리까지 하며 피로감 호소"

<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코로나전담병원) 지부장 >

대한민국은 인구 천 명당 병상 수 12.4개로 OECD 평균 4.4개보다 2.8배를 상회하는 수준이고, MRI와 CT 등 고가 물적 자원의 보유 수준도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 의료 선진국이라 자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19 입원 병상이 없어서 기다리는 환자가 천 명이 훌쩍 넘어가고 병상 배정 전이나 진행 중에 사망하는 환자까지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병상 부족보다 심각한 건 의료 인력 부족입니다. 병원 현장은 지금 한마디로 아수라장이고 전쟁터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상 회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원내에서 병동 전원과 퇴원이 하루에도 수차례 일어나고 있고 그때마다 간호사들이 환자 이송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어 인력이 더 부족한 상황입니다.

환자 배식과 식사 보조, 병실·화장실 청소와 소독 업무까지 (의료 인력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습니다. 근무 중 끼니를 거르는 건 당연하고 제시간에 퇴근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근래에는 중증환자와 고령 환자가 급증하면서 간호 요구도도 한없이 높아져서 업무 강도가 2~3배 이상 가중되었고 보호복을 입고 3~4시간이 지나서 땀으로 온몸이 다 젖어 있어도 병실에서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빈번하게 마지막 임종과 시신 관리까지 하고 있어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습니다. 임종과 시신 관리를 하고 난 뒤 앓아누워서 한 달 사이 체중이 현저히 감소된 간호사도 있습니다. 피로감과 우울증으로 언제 현장을 떠날지 알 수 없습니다. 반복되는 악순환에 사직만이 살 길이라고 대부분의 간호사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절규합니다. 보건 의료 인력 확충, 특히 간호 인력 확충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 "정부, 병상 확보에만 급급…숙련된 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고민 없어"

< 김현태 원주연세의료원 지부장 >

위중증 환자를 보는 데는 고난이도의 의료 업무를 수행하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위중증 환자라고 평가되는 환자들이 손이 많이 갑니다. 숙련된 인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확보한다고 해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오로지 병상 수에 매몰돼서 정확한 포인트를 잘 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숙련된 의료 인력들을 배출해 내는 건 어려운 부분입니다.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숙련된 의료 인력을 어떻게 배출해 낼 것인가, 어떻게 교육 시켜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정부의) 행정명령서를 보면 병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있고, 병상을 운영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현장은 아비규환입니다.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병원은 감염되고 있고 그 와중에 치료는 진행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행정명령서) 어느 한 구절에도 인력은 어떻게 수급하겠다는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환자 목숨을 책임감 있게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누구의 인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둔다는 말을 할 때, 가슴이 먹먹합니다. 매일 상황은 악화 되고 있을 뿐입니다.

병원에 코로나 대응 회의가 있는데 24시간 카톡을 켜놓고 있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카톡이 한 번도 쉬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계점에 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멈춰서 제대로 정비하고 어떻게 우리 스스로의 역할을 만들어 나갈지 재설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의료 폐기물을 옮기는 의료진
■ "최소한의 검증도 되지 않은 파견 인력…모든 짐은 의료 인력이 지고 있어"

<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코로나전담병원) 지부장 >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면서, 경기도의 공공기관담당관실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청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남는 인력을 어쩌려고 그러냐 승인해 줄 수 없다, 현장 정원이 남아 있어 승인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무부서인 보건건강국은 정 인력이 급하면 파견 의료 인력을 채용해서 보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와 주시는 파견 인력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아직까지도 파견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에다 산소 줄을 꽂아서 산소를 공급하는, 최소한의 산소 처리라든지, 채혈조차도 할 수 없는 분들을 파견해주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간호사를 꾸준히 채용해왔습니다. 그런데도 그 인력 기준이 맞춰지지 않으니, 현장의 업무 강도는 최고조로 높아져 있었고요.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마음의 부담감에 높은 업무 강도가 계속 되다 보니까, 그냥 꾸준히 나가는 거예요. 노정교섭에서 결정된 인적 기준을 제대로 적용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습니다.

약속대로라면 현장에 수십 명의 의료 인력이 충원돼도 모자란 상황인데, 노정교섭 하기 전과 똑같은 인력으로, 재택치료라든지 생활치료센터라든지, 거기서 나오는 대면 진료라든지 모든 업무를 같은 인력으로 계속 하라고 하는 상황이고요. 이게 재난 상황이니 어쩌겠느냐, 너희가 가서 일해야지, 버티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될 걸 다 알았으면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서 약속은 나 몰라라 하고 현장의 의료 인력들에게만 모든 짐을 지우는 중대본과 복지부, 정부를 규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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