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침묵 北…전 CIA 전문가 “종전선언, 북한 의사 파악이 먼저”

입력 2021.12.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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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종전선언, 북한 의사 먼저 파악해야"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2018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당시, 협상 최전선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막판까지 합의문 문구 작성에 참여했던 멤버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 전 센터장이 오랜만에 한국 청중들 앞에 섰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 패널로 참석한 것입니다.

'종전선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 전 센터장은 2018년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현재의 교착 국면을 진단했습니다.

"종전선언 논의에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북한도 투표권(선택권)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에 대해 김여정이 나와서 긍정적 신호를 보낸 듯 하지만, 뉘앙스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미국을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의 의중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미국이 동의하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고 말 노력입니다.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에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북한이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합의서에 대해 아이템별로 하나하나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거의 현실에 가까워지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 온도차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북한의 '핵 모라토리엄'에 반대 급부 제공 필요"

그렇다면 북한을 다시 비핵화 대화 자리로 불러낼 유인책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축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핵실험 유예)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반대 급부로 요구했던 민생분야 제재 해제, 즉 정제유 수입, 석탄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올 유인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조건 없이 만나서, 어떤 주제든 논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에는 북한이 침묵의 형태로 '거부'의 뜻을 밝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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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3 17: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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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종전선언, 북한 의사 먼저 파악해야"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2018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당시, 협상 최전선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막판까지 합의문 문구 작성에 참여했던 멤버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 전 센터장이 오랜만에 한국 청중들 앞에 섰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 패널로 참석한 것입니다.

'종전선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 전 센터장은 2018년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현재의 교착 국면을 진단했습니다.

"종전선언 논의에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북한도 투표권(선택권)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에 대해 김여정이 나와서 긍정적 신호를 보낸 듯 하지만, 뉘앙스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미국을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의 의중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미국이 동의하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고 말 노력입니다.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에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북한이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합의서에 대해 아이템별로 하나하나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거의 현실에 가까워지는 걸 봤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 온도차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북한의 '핵 모라토리엄'에 반대 급부 제공 필요"

그렇다면 북한을 다시 비핵화 대화 자리로 불러낼 유인책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축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핵실험 유예)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반대 급부로 요구했던 민생분야 제재 해제, 즉 정제유 수입, 석탄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올 유인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조건 없이 만나서, 어떤 주제든 논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에는 북한이 침묵의 형태로 '거부'의 뜻을 밝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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