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 ‘쩍 갈라진 제주 해안도로’는 ‘오보’

입력 2021.12.15 (18:34) 수정 2021.12.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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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5일자 중앙일보 일부 지역판 1면에 실린 뉴스1 사진. 제주 지진 피해 모습이라고 잘못 알려졌다.2021년 12월 15일자 중앙일보 일부 지역판 1면에 실린 뉴스1 사진. 제주 지진 피해 모습이라고 잘못 알려졌다.

어제(14일) 오후 제주 서귀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9의 강진으로 많은 사람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16~2017년 경주·포항지진 때처럼,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던 날이었는데요.

모두가 지진으로 촉각을 곤두세운 어제 늦은 오후, '제주 지진 상황'이라며 온라인에서 이목을 끈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심하게 쪼개져 뒤틀린 아스팔트 도로의 모습을 포착한 이 사진은 지진의 피해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는데요.

확인해 보니 이 사진, 제주 지진과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 사진은 국내 한 통신사가 '지진으로 인한 제주 해안도로 피해 모습'이라고 보도했고, 모 일간지 신문 1면에까지 실리는 촌극을 빚었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즉각 사진을 내리고, 오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 해외 사진이 ‘제주 지진 사진’으로…"오보 사과"


엉뚱한 사진이 '제주 지진 피해 현장'으로 둔갑하게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문제의 도로 사진은 어제(14일) 오후 6시를 전후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어제 오후 5시 19분쯤, 지진으로 인해 제주섬 전체가 흔들린 지 40여 분 지났을 때입니다.

사진 속 아스팔트 도로는 뒤틀리고 심하게 갈라진 모습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이 사진이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지역' 지진 피해 상황이라고 알려졌는데요. 가뜩이나 제주도 전역에서 지진의 충격을 느꼈던 터여서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모슬포는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해역에서 가까운 지명입니다.

이곳 제주에서 일하는 KBS 취재진도 문제의 제보 사진을 받았습니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사진인 데다 '모슬포'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변 풍광 등이 기자들의 의심을 샀습니다. 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목격담이나 추가 피해 제보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이후 오후 6시 22분, 뉴스1이 '지진 충격에 쪼개진 제주 해안도로'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통신사 측에서 '독자 제보'를 받은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기사를 작성하며 문제의 사진은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 기사화하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나가게 됐죠.

사진을 접한 서귀포시청은 곧바로 전체 읍면동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해당 사진은 모슬포 해안도로가 아니며, 사진과 같은 시설물 피해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진과 같은 해안도로도 제주엔 없었습니다.

또 이 사진은 인터넷 이미지 자료 사이트에서 나온 사진으로 이번 제주 해역 지진은 물론 우리나라와도 무관하며, 2013년 전후 해외에서 촬영된 자료라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윤전기가 돌아간 뒤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겁니다. 통신사 측에서 잘못을 파악하고 사진을 내렸을 땐, <중앙일보>가 초판 1면에 이 사진을 싣고 이미 인쇄를 끝낸 다음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측은 오보임을 연락받고, 다음 판에 사진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통신사는 오늘(15일) 오전 '제주 지진 사진에 대한 사진 삭제'라는 제목의 정정기사를 내고, "제주도의 지진에 의해 갈라진 도로가 아닌 해외자료 사진임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사진을 삭제·정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뉴스1은 사진 취소 기사에서 "제보에 의한 기사였으나 확인이 덜 된 상태에서 보도되었다"며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 앞으로 좀 더 세심한 확인과 함께 기사의 정확성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인터넷에서 해당 판과 사진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 지진 미리 느낀 참돔?…근거 없는 뉴스에도 관심↑

이번 제주 지진 소식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나타내는 기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전날, 참돔 2만여 마리가 동시에 잡히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요.

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 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 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그제(13일) 밤, 제주 동쪽(110-9해구) 해역에서 참돔 2만 5천여 마리가 잡혔습니다. 어획된 참돔 1,500상자는 이날 새벽 경매에 부쳐져, 1억 4천만 원에 판매됐습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이처럼 대량으로 참돔을 포획해 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부산공동어시장의 하루 참돔 위판량은 평균 1천 마리 안팎으로, 월평균 3만 마리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 만에, 약 한 달 치 물고기가 잡힌 셈입니다.

이런 참돔의 이례적 대량 어획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진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진을 미리 감지한 어류들이 이상 움직임을 보였다는 겁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포착된 구름 사진. 시청자 제공지진이 발생한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포착된 구름 사진. 시청자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진 전조 현상으로 어류가 피난하는 경우는 없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제주에선 지진이 발생한 당일, 이른바 '지진운'을 봤다는 목격담과 사진도 줄 잇고 있는데, 이 역시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합니다. 이 같은 구름이 지진과 연관된 현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 규모 5.3에서 다시 규모 4.9로 하향 조정…왜?

이번 제주 지진 뉴스와 관련해, 어제 한 시청자 문의를 받았습니다. 당초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재난문자를 받았는데, 왜 저녁 9시 뉴스에서는 "규모 4.9 지진이 났다"고 썼는지, 차이를 묻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기상청의 지진 기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어제(14일) 지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 규모 5.3으로 발표했다가 3분 만에 규모 4.9로 하향 조정했고, 지진 발생 위치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32㎞ 해역에서 41㎞ 해역으로 수정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재난문자로 전파된 첫 지진 정보는 이동속도가 빠른 지진파(P파)만을 이용하여 자동 추정한 정보입니다. 즉, 규모 5.3은 '추정 규모'였습니다.

기상청은 이후 수동으로 분석한 정보를 추가 발표했고,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기록에 남게 된 이번 지진 정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14일 오후 5시19분14초경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위치는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고, 발생 깊이는 17㎞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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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 1면 ‘쩍 갈라진 제주 해안도로’는 ‘오보’
    • 입력 2021-12-15 18:34:36
    • 수정2021-12-15 18:40:09
    취재K
2021년 12월 15일자 중앙일보 일부 지역판 1면에 실린 뉴스1 사진. 제주 지진 피해 모습이라고 잘못 알려졌다.
어제(14일) 오후 제주 서귀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9의 강진으로 많은 사람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016~2017년 경주·포항지진 때처럼,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던 날이었는데요.

모두가 지진으로 촉각을 곤두세운 어제 늦은 오후, '제주 지진 상황'이라며 온라인에서 이목을 끈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심하게 쪼개져 뒤틀린 아스팔트 도로의 모습을 포착한 이 사진은 지진의 피해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는데요.

확인해 보니 이 사진, 제주 지진과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 사진은 국내 한 통신사가 '지진으로 인한 제주 해안도로 피해 모습'이라고 보도했고, 모 일간지 신문 1면에까지 실리는 촌극을 빚었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즉각 사진을 내리고, 오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 해외 사진이 ‘제주 지진 사진’으로…"오보 사과"


엉뚱한 사진이 '제주 지진 피해 현장'으로 둔갑하게 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문제의 도로 사진은 어제(14일) 오후 6시를 전후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어제 오후 5시 19분쯤, 지진으로 인해 제주섬 전체가 흔들린 지 40여 분 지났을 때입니다.

사진 속 아스팔트 도로는 뒤틀리고 심하게 갈라진 모습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이 사진이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지역' 지진 피해 상황이라고 알려졌는데요. 가뜩이나 제주도 전역에서 지진의 충격을 느꼈던 터여서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모슬포는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해역에서 가까운 지명입니다.

이곳 제주에서 일하는 KBS 취재진도 문제의 제보 사진을 받았습니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사진인 데다 '모슬포'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변 풍광 등이 기자들의 의심을 샀습니다. 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목격담이나 추가 피해 제보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이후 오후 6시 22분, 뉴스1이 '지진 충격에 쪼개진 제주 해안도로'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통신사 측에서 '독자 제보'를 받은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기사를 작성하며 문제의 사진은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 기사화하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나가게 됐죠.

사진을 접한 서귀포시청은 곧바로 전체 읍면동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해당 사진은 모슬포 해안도로가 아니며, 사진과 같은 시설물 피해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진과 같은 해안도로도 제주엔 없었습니다.

또 이 사진은 인터넷 이미지 자료 사이트에서 나온 사진으로 이번 제주 해역 지진은 물론 우리나라와도 무관하며, 2013년 전후 해외에서 촬영된 자료라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윤전기가 돌아간 뒤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겁니다. 통신사 측에서 잘못을 파악하고 사진을 내렸을 땐, <중앙일보>가 초판 1면에 이 사진을 싣고 이미 인쇄를 끝낸 다음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측은 오보임을 연락받고, 다음 판에 사진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통신사는 오늘(15일) 오전 '제주 지진 사진에 대한 사진 삭제'라는 제목의 정정기사를 내고, "제주도의 지진에 의해 갈라진 도로가 아닌 해외자료 사진임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사진을 삭제·정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뉴스1은 사진 취소 기사에서 "제보에 의한 기사였으나 확인이 덜 된 상태에서 보도되었다"며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 앞으로 좀 더 세심한 확인과 함께 기사의 정확성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인터넷에서 해당 판과 사진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 지진 미리 느낀 참돔?…근거 없는 뉴스에도 관심↑

이번 제주 지진 소식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나타내는 기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전날, 참돔 2만여 마리가 동시에 잡히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요.

14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지난밤 제주 해역에서 조업 된 참돔 2만 5000 마리가 경매에 부쳐져 판매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그제(13일) 밤, 제주 동쪽(110-9해구) 해역에서 참돔 2만 5천여 마리가 잡혔습니다. 어획된 참돔 1,500상자는 이날 새벽 경매에 부쳐져, 1억 4천만 원에 판매됐습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이처럼 대량으로 참돔을 포획해 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부산공동어시장의 하루 참돔 위판량은 평균 1천 마리 안팎으로, 월평균 3만 마리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 만에, 약 한 달 치 물고기가 잡힌 셈입니다.

이런 참돔의 이례적 대량 어획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진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진을 미리 감지한 어류들이 이상 움직임을 보였다는 겁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포착된 구름 사진. 시청자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진 전조 현상으로 어류가 피난하는 경우는 없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제주에선 지진이 발생한 당일, 이른바 '지진운'을 봤다는 목격담과 사진도 줄 잇고 있는데, 이 역시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합니다. 이 같은 구름이 지진과 연관된 현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 규모 5.3에서 다시 규모 4.9로 하향 조정…왜?

이번 제주 지진 뉴스와 관련해, 어제 한 시청자 문의를 받았습니다. 당초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재난문자를 받았는데, 왜 저녁 9시 뉴스에서는 "규모 4.9 지진이 났다"고 썼는지, 차이를 묻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기상청의 지진 기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어제(14일) 지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 규모 5.3으로 발표했다가 3분 만에 규모 4.9로 하향 조정했고, 지진 발생 위치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32㎞ 해역에서 41㎞ 해역으로 수정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재난문자로 전파된 첫 지진 정보는 이동속도가 빠른 지진파(P파)만을 이용하여 자동 추정한 정보입니다. 즉, 규모 5.3은 '추정 규모'였습니다.

기상청은 이후 수동으로 분석한 정보를 추가 발표했고,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기록에 남게 된 이번 지진 정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14일 오후 5시19분14초경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위치는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고, 발생 깊이는 17㎞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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