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폐기물인지 몰랐다”…관리 책임 기본 안 지켜

입력 2021.12.15 (21:43) 수정 2021.12.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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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중견 식품기업에 반도체 화학폐기물이 2년 가까이 납품돼 보조사료 원료로 쓰였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해당 기업은 이 사실을 몰랐다며 스스로 피해자임을 강조했지만, 관리 책임의 기본만 지켰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모 식품기업이 폐기물 처리업체와 동물사료 발효재로 쓸 화학 원료 납품 계약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반도체 화학폐기물을 정제해 얻은 '황산암모늄'을 납품받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업체는 대부분 이런 재활용 과정을 생략했고,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 수용액'을 반도체 공장에서 수거해 곧장 사료 공장으로 운반해 넘겼습니다.

이때 함께 제출된 시험성적서.

재활용된 황산암모늄의 상태를 분석해 기록한 듯 하지만, 조작된 것들입니다.

반도체 화학폐기물을 처리업체로 가져오지도 않았던 만큼, 재활용 공정도, 분석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학폐기물 운반기사/음성변조 : "시험성적서를 미리 차에 얹어놓거든요. 일주일 치를 얹어놓기도 하고요. (분석 결과가) 얼마 나올지 모르는데 숫자들은 위조한 거죠."]

하지만 해당 기업은 자체 샘플 검수를 통해 매번 성적서 숫자가 다른 것을 확인하고도, 그 이유를 단 한 차례도 폐기물 처리업체에 묻지 않았습니다.

납품 계약 당시 재활용 과정에 대한 검증마저 허술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정식 계약 전 폐기물 처리업체에 방문했지만, 재활용 공정을 따로 확인하진 않았고, 단지 샘플만 받아갔습니다.

[화학폐기물 재활용업체/음성변조 : "공정을 보는 게 아니고 샘플을 가지러 올 겸, 어떤 공장인지 (볼 겸), 실사 한 번 왔었죠."]

이후로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도 제조 공정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폐기물 재활용품을 쓰면서 기본 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해당 기업은 생산한 보조사료를 중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했지만, 최종 제품 품질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수나 폐기 조치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관리 부실 책임을 통감한다며 문제가 발생한 보조사료 공장뿐 아니라, 그룹 내 모든 식품 공정의 납품 체계를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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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폐기물인지 몰랐다”…관리 책임 기본 안 지켜
    • 입력 2021-12-15 21:43:04
    • 수정2021-12-15 21:57:45
    뉴스9(전주)
[앵커]

국내 중견 식품기업에 반도체 화학폐기물이 2년 가까이 납품돼 보조사료 원료로 쓰였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해당 기업은 이 사실을 몰랐다며 스스로 피해자임을 강조했지만, 관리 책임의 기본만 지켰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모 식품기업이 폐기물 처리업체와 동물사료 발효재로 쓸 화학 원료 납품 계약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반도체 화학폐기물을 정제해 얻은 '황산암모늄'을 납품받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업체는 대부분 이런 재활용 과정을 생략했고, 폐기물 상태인 '황산암모늄 수용액'을 반도체 공장에서 수거해 곧장 사료 공장으로 운반해 넘겼습니다.

이때 함께 제출된 시험성적서.

재활용된 황산암모늄의 상태를 분석해 기록한 듯 하지만, 조작된 것들입니다.

반도체 화학폐기물을 처리업체로 가져오지도 않았던 만큼, 재활용 공정도, 분석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학폐기물 운반기사/음성변조 : "시험성적서를 미리 차에 얹어놓거든요. 일주일 치를 얹어놓기도 하고요. (분석 결과가) 얼마 나올지 모르는데 숫자들은 위조한 거죠."]

하지만 해당 기업은 자체 샘플 검수를 통해 매번 성적서 숫자가 다른 것을 확인하고도, 그 이유를 단 한 차례도 폐기물 처리업체에 묻지 않았습니다.

납품 계약 당시 재활용 과정에 대한 검증마저 허술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정식 계약 전 폐기물 처리업체에 방문했지만, 재활용 공정을 따로 확인하진 않았고, 단지 샘플만 받아갔습니다.

[화학폐기물 재활용업체/음성변조 : "공정을 보는 게 아니고 샘플을 가지러 올 겸, 어떤 공장인지 (볼 겸), 실사 한 번 왔었죠."]

이후로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도 제조 공정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폐기물 재활용품을 쓰면서 기본 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해당 기업은 생산한 보조사료를 중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했지만, 최종 제품 품질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수나 폐기 조치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관리 부실 책임을 통감한다며 문제가 발생한 보조사료 공장뿐 아니라, 그룹 내 모든 식품 공정의 납품 체계를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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