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세금 깎아 주면 집 팔까?

입력 2021.12.16 (06:02) 수정 2021.12.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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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동산이다."

대선이 80여 일 남았습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장 큰 실패 영역임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현 정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 완화'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자는 제안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는 정부,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이 유지해 왔던 기조와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 "다주택자에 퇴로…매물 나올 것"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제안 뒤 "당 정책위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가 이 같은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 윤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년 전 양도세 중과 시행을 유예했을 때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하향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내림세에 의한 매매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후덕 의원은 "가격이 꼭짓점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지금은 매도의 적기"라며, "그런데 다주택자 분들의 양도소득세가 중과돼서 시장에 내놓기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유예해줌으로써 매물이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본 겁니다.

윤 의원은 " 이재명 후보가 거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정책적 관심을 갖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정책신뢰 훼손…시장에 잘못된 신호"

하지만 당내에선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미 한 번, 1년 중과 유예를 해줬는데 추가로 해준다고 해서 매물이 확 쏟아질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 정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짐으로써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오히려 매물 잠김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며 "지금 매물이 쌓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양도세 유예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순간 '더 기다려야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성준 의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집을 팔아서 불로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게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효과 예측 어려워"…전문가 의견도 팽팽

문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봐도 반반이고 판단이 어렵다"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책통 의원도 "전문가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게 아니고 양쪽이 다 있다, 팽팽하다"고 했습니다.

논란을 의식한듯 윤호중 원내대표는 "후보의 말을 근거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필요하면 당론 채택 과정도 거쳐야 되고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하고도 상의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도세 중과유예가 한시적이라고 해도 다주택자에 대한 일종의 '부자 감세'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당내 반대 기류가 상당합니다. 때문에 자칫 이를 의제로 올려 의원총회를 열 경우 찬반 격론이 잇따르며 내부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 지도부인 한 의원은 "후보가 이야기를 던졌으니 논의를 안 할 수도 없고 솔직히 말해 상황이 참 어렵게 됐다"며 "지도부 차원에서도 먼저 정리가 필요하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가 의총 주제로 적절한지부터 모르겠다"며 "괜히 찬반 엇갈린다는 소문만 낼 필요가 있겠냐, 굳이 돗자리 깔고 싸워보라고 할 건 아니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다 보니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은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지도부 선에서 먼저 당내 의견을 수렴해 일차적으로 정리한 뒤 의총 등 공론의 장을 여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의 대선후보가 강력하게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막상 의견 수렴에 나서면 반대 목소리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일부 있습니다.


■ 靑 '반대 입장' 전달…12월 국회 처리 가능성은?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양도세 유예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국회를 찾아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하고 정책 일관성과 부동산 시장 안정성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월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던 이재명 후보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는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당에서도 반대하는 분들이 있고 반면 후보는 강력히 요구한다"며 "논의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도부 한 의원은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양도세 중과 유예에 완전히 손을 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빨리 이재명 후보가 접고 다른 의제로 넘어가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갈등을 정리해 결론을 내든, 이 후보가 제안을 철회하든 당장의 시간은 벌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며 이 후보는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와 이에 따른 피해를 입을 소상공인에 대한 선보상 선지원을 꺼내든 상황입니다.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문제보다 관련 정책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 안팎이 이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쓴소리도 나왔습니다. 후보가 꺼내든 파급력 있는 제안들이 당과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보이는 것처럼 자꾸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데, 최근 이 후보의 의도된 '차별화' 행보에 불편한 시선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양도세 유예 논쟁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뜨거운 쟁점, 예민한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당내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입법을 하지 않으면 후보의 공신력이나 체면은 어떻게 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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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세금 깎아 주면 집 팔까?
    • 입력 2021-12-16 06:02:38
    • 수정2021-12-16 15:50:14
    여심야심

"문제는 부동산이다."

대선이 80여 일 남았습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장 큰 실패 영역임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현 정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 완화'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자는 제안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는 정부,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이 유지해 왔던 기조와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 "다주택자에 퇴로…매물 나올 것"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제안 뒤 "당 정책위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가 이 같은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 윤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년 전 양도세 중과 시행을 유예했을 때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하향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내림세에 의한 매매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후덕 의원은 "가격이 꼭짓점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지금은 매도의 적기"라며, "그런데 다주택자 분들의 양도소득세가 중과돼서 시장에 내놓기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유예해줌으로써 매물이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본 겁니다.

윤 의원은 " 이재명 후보가 거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정책적 관심을 갖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정책신뢰 훼손…시장에 잘못된 신호"

하지만 당내에선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미 한 번, 1년 중과 유예를 해줬는데 추가로 해준다고 해서 매물이 확 쏟아질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 정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짐으로써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오히려 매물 잠김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며 "지금 매물이 쌓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양도세 유예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순간 '더 기다려야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성준 의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집을 팔아서 불로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게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효과 예측 어려워"…전문가 의견도 팽팽

문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봐도 반반이고 판단이 어렵다"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책통 의원도 "전문가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게 아니고 양쪽이 다 있다, 팽팽하다"고 했습니다.

논란을 의식한듯 윤호중 원내대표는 "후보의 말을 근거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필요하면 당론 채택 과정도 거쳐야 되고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하고도 상의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도세 중과유예가 한시적이라고 해도 다주택자에 대한 일종의 '부자 감세'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당내 반대 기류가 상당합니다. 때문에 자칫 이를 의제로 올려 의원총회를 열 경우 찬반 격론이 잇따르며 내부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 지도부인 한 의원은 "후보가 이야기를 던졌으니 논의를 안 할 수도 없고 솔직히 말해 상황이 참 어렵게 됐다"며 "지도부 차원에서도 먼저 정리가 필요하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가 의총 주제로 적절한지부터 모르겠다"며 "괜히 찬반 엇갈린다는 소문만 낼 필요가 있겠냐, 굳이 돗자리 깔고 싸워보라고 할 건 아니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다 보니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은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지도부 선에서 먼저 당내 의견을 수렴해 일차적으로 정리한 뒤 의총 등 공론의 장을 여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의 대선후보가 강력하게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막상 의견 수렴에 나서면 반대 목소리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일부 있습니다.


■ 靑 '반대 입장' 전달…12월 국회 처리 가능성은?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양도세 유예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국회를 찾아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하고 정책 일관성과 부동산 시장 안정성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월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던 이재명 후보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는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당에서도 반대하는 분들이 있고 반면 후보는 강력히 요구한다"며 "논의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도부 한 의원은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양도세 중과 유예에 완전히 손을 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빨리 이재명 후보가 접고 다른 의제로 넘어가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갈등을 정리해 결론을 내든, 이 후보가 제안을 철회하든 당장의 시간은 벌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며 이 후보는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와 이에 따른 피해를 입을 소상공인에 대한 선보상 선지원을 꺼내든 상황입니다.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문제보다 관련 정책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 안팎이 이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쓴소리도 나왔습니다. 후보가 꺼내든 파급력 있는 제안들이 당과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보이는 것처럼 자꾸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데, 최근 이 후보의 의도된 '차별화' 행보에 불편한 시선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양도세 유예 논쟁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뜨거운 쟁점, 예민한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당내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입법을 하지 않으면 후보의 공신력이나 체면은 어떻게 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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