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에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

입력 2021.12.16 (07:00) 수정 2021.1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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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해 어제(15일) 하루 8,000명 선에 육박했습니다.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을 무렵 1,600명대였던 확진자는 한 달 보름 사이에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확진자가 늘면서 코로나19 검사 건수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11월 첫째 주 평균 13만 5천 명 선이던 검사 건수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12월 둘째 주에는 24만 5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검사가 늘면서 일부에서는 검체 채취 도구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SNS와 블로그 등에서는 코안에 넣어서 검체를 채취하는 면봉에 유독 물질이 들어 있어 위험하기에 검사를 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산화 에틸렌(에틸렌 옥사이드)는 발암 물질이 맞지만 면봉 포장 뒷면에 적힌 내용은 면봉에 산화 에탈렌이 들어 있다는 내용은 아니다.산화 에틸렌(에틸렌 옥사이드)는 발암 물질이 맞지만 면봉 포장 뒷면에 적힌 내용은 면봉에 산화 에탈렌이 들어 있다는 내용은 아니다.

■ 주장: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에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글들은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이 산화 에틸렌이라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입니다.

글을 올린 사람들은 면봉 포장지에 적힌 산화 에틸렌 문구를 보여주며 면봉에 발암 물질인 산화 에틸렌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산화 에틸렌은 1급 발암물질로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과 유방암 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데 이런 사실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이 게시물과 유사한 주장들은 여러 번 공유되며 "코를 자주 쑤시면 암 걸릴 위험이 증가" "PCR검사 면봉이 암을 유발할 수 있음 ""검사하다가 죽겠다" 등의 내용으로 확산됐습니다.

산화 에틸렌은 국제암연구기구( IARC)에서 인체에 대한 조사결과의 제한된 증거와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런 물질이 진짜로 면봉에 포함돼 있으면 큰 문제가 되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산화 에틸렌은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의 성분이 아니고 의료기기인 면봉을 소독하는 데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휘발성이 강해 의료기기에 잔류할 가능성이 낮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검증: "소독에 산화 에틸렌 가스 사용…멸균 후 증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화 에틸렌이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의 재료가 아니고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스라고 밝혔습니다. 산화 에틸렌 가스는 의료기기를 멸균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방법(방사선멸균, 산화 에틸렌 가스 멸균, 습열멸균 등) 중 하나입니다.

식약처는 산화 에틸렌 가스 자체는 발암물질이 맞지만 오랫동안 의료기기 제조 공정 중에 멸균하는데 사용하는 제품으로 멸균 후에 증발하기 때문에 잔류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산화 에틸렌 멸균법이 의료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의료 장비 중에 멸균이 필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근데 보통은 멸균이 뭘로 이루어지냐면 고압멸균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고압 멸균기 안에 넣고 압력을 3기압인가를 주면은 온도가 이렇게 쭉 올라가거든요. 그 온도를 더 올릴 수 있거든요. 상자 안에 121도로 해서 30분 동안 멸균하는 거예요. 근데 문제는 이게 고온 고압이다 보니까, 모든 의료기기를 이렇게 멸균할 수가 없어요. 플라스틱 같은 거 다 망가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의료 장비나 기계 중에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은 산화 에틸렌이라는 걸 써서 저희가 멸균을 해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산화 에틸렌 가스는 수십 년 동안 의료 장비를 멸균하는데 사용돼 왔고 미국의 모든 의료 기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미국식품의약국(FDA)출처: 미국식품의약국(FDA)

산화 에틸렌으로 멸균하는 의료 장비는 무엇이 있나?
문헌을 보면 미국 내 모든 멸균 의료 장비 중 약 50%가 산화 에틸렌으로 멸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 에틸렌으로 멸균된 기기의 종류는 일반적인 의료 시술에 사용되는 기기(예: 상처 드레싱)에서 신체의 특정 부위를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좀 더 전문화된 기기(예: 스텐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만 산화 에틸렌 가스는 발암 물질이기에 이 방법으로 멸균하는 경우 가스가 충분히 날아가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고 잔류량이나 허용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허용 용량은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공통기준규격'에 규정하고 있는데 산화 에틸렌 가스 잔류량은 24시간 이내 접촉 의료기기의 경우(접촉시간이 24시간보다 적은 경우) 4mg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검사에 사용하고 있는 면봉은 이 기준에 적합한 것들입니다.

이혁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주장처럼 생각을 하면 "햇볕도 과도하게 쬐면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뭐든지 있다 없다가 아니라 허용 기준에 따라서 가능하냐 아니냐를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취재지원: 조성하 인턴기자 shacho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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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에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
    • 입력 2021-12-16 07:00:08
    • 수정2021-12-16 07:00:30
    팩트체크K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해 어제(15일) 하루 8,000명 선에 육박했습니다.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을 무렵 1,600명대였던 확진자는 한 달 보름 사이에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확진자가 늘면서 코로나19 검사 건수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11월 첫째 주 평균 13만 5천 명 선이던 검사 건수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12월 둘째 주에는 24만 5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검사가 늘면서 일부에서는 검체 채취 도구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SNS와 블로그 등에서는 코안에 넣어서 검체를 채취하는 면봉에 유독 물질이 들어 있어 위험하기에 검사를 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산화 에틸렌(에틸렌 옥사이드)는 발암 물질이 맞지만 면봉 포장 뒷면에 적힌 내용은 면봉에 산화 에탈렌이 들어 있다는 내용은 아니다.
■ 주장: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에 발암 물질이 들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글들은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이 산화 에틸렌이라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입니다.

글을 올린 사람들은 면봉 포장지에 적힌 산화 에틸렌 문구를 보여주며 면봉에 발암 물질인 산화 에틸렌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산화 에틸렌은 1급 발암물질로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과 유방암 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데 이런 사실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이 게시물과 유사한 주장들은 여러 번 공유되며 "코를 자주 쑤시면 암 걸릴 위험이 증가" "PCR검사 면봉이 암을 유발할 수 있음 ""검사하다가 죽겠다" 등의 내용으로 확산됐습니다.

산화 에틸렌은 국제암연구기구( IARC)에서 인체에 대한 조사결과의 제한된 증거와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런 물질이 진짜로 면봉에 포함돼 있으면 큰 문제가 되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산화 에틸렌은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의 성분이 아니고 의료기기인 면봉을 소독하는 데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휘발성이 강해 의료기기에 잔류할 가능성이 낮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검증: "소독에 산화 에틸렌 가스 사용…멸균 후 증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화 에틸렌이 코로나19 검사용 면봉의 재료가 아니고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스라고 밝혔습니다. 산화 에틸렌 가스는 의료기기를 멸균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방법(방사선멸균, 산화 에틸렌 가스 멸균, 습열멸균 등) 중 하나입니다.

식약처는 산화 에틸렌 가스 자체는 발암물질이 맞지만 오랫동안 의료기기 제조 공정 중에 멸균하는데 사용하는 제품으로 멸균 후에 증발하기 때문에 잔류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산화 에틸렌 멸균법이 의료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의료 장비 중에 멸균이 필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근데 보통은 멸균이 뭘로 이루어지냐면 고압멸균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고압 멸균기 안에 넣고 압력을 3기압인가를 주면은 온도가 이렇게 쭉 올라가거든요. 그 온도를 더 올릴 수 있거든요. 상자 안에 121도로 해서 30분 동안 멸균하는 거예요. 근데 문제는 이게 고온 고압이다 보니까, 모든 의료기기를 이렇게 멸균할 수가 없어요. 플라스틱 같은 거 다 망가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의료 장비나 기계 중에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은 산화 에틸렌이라는 걸 써서 저희가 멸균을 해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산화 에틸렌 가스는 수십 년 동안 의료 장비를 멸균하는데 사용돼 왔고 미국의 모든 의료 기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미국식품의약국(FDA)
산화 에틸렌으로 멸균하는 의료 장비는 무엇이 있나?
문헌을 보면 미국 내 모든 멸균 의료 장비 중 약 50%가 산화 에틸렌으로 멸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 에틸렌으로 멸균된 기기의 종류는 일반적인 의료 시술에 사용되는 기기(예: 상처 드레싱)에서 신체의 특정 부위를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좀 더 전문화된 기기(예: 스텐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만 산화 에틸렌 가스는 발암 물질이기에 이 방법으로 멸균하는 경우 가스가 충분히 날아가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고 잔류량이나 허용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허용 용량은 '의료기기의 생물학적 안전에 관한 공통기준규격'에 규정하고 있는데 산화 에틸렌 가스 잔류량은 24시간 이내 접촉 의료기기의 경우(접촉시간이 24시간보다 적은 경우) 4mg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검사에 사용하고 있는 면봉은 이 기준에 적합한 것들입니다.

이혁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주장처럼 생각을 하면 "햇볕도 과도하게 쬐면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뭐든지 있다 없다가 아니라 허용 기준에 따라서 가능하냐 아니냐를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취재지원: 조성하 인턴기자 shacho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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