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한번 못 가고 졸업”…비운의 전문대학생들

입력 2021.12.16 (07:00) 수정 2021.12.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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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캠퍼스에서의 자유와 낭만을 꿈꾸곤 하죠. 하지만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자마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낭만이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대학생활의 꽃인 MT(수련회)나 축제도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학번’인 20~21학번 전문대학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다 누리지도 못한 채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첫 학기부터 비대면…왁자지껄한 대학생활은 허상

2020년 3월, 개강을 앞둔 대학 캠퍼스에는 설렘 대신 적막감이 내려앉았습니다. 개강 후엔 수업이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되면서 신입생들은 상당 기간 학과 동기의 얼굴조차 직접 볼 수 없었습니다.

손민정 / 영진전문대 콘텐츠디자인과
"아무래도 새 학기부터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만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게 배워야 할 전공에 대한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13%’
올해 영진전문대학 전체 학생 중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의 비율은 13%였습니다. 이 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학생의 약 60%가 학생회비를 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30%로 줄어들더니 올해엔 그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입학식을 비롯한 모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가 비대면 수업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줄어든 소속감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능한 활동마저도 진행할 여력을 잃어갔습니다.

■꽉 막힌 현장실습…취업에도 빨간불

전문대학의 교육 과정은 ‘현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 현장 체험이나 산업체 실습 등 취업을 위한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대학 학생들이 많이 취업하는 관광·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으면서 실습생 채용은 뚝 끊겼습니다. 예년이었다면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을 쌓았겠지만, 코로나19 탓에 학내 실습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공연이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련 전공의 학생들은 많은 기회를 잃었습니다.

박성언 / 대경대 모델과‧2
"모델과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패션쇼 등의 자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참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니 현장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습니다."

학내 실습 중인 대경대학교 모델과 학생들의 모습.학내 실습 중인 대경대학교 모델과 학생들의 모습.

해당 모델과 졸업반 학생들은 12월 초 졸업 작품회를 열었지만 강화된 방역정책으로 원래 예정되었던 관객 수의 절반도 초대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이미 많은 기회를 잃었는데, 최근 재확산세로 마지막 기회마저 제약을 받게 된 겁니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시연(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2)씨는 “일본 취업반 학생들은 후쿠오카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받는데 코로나19로 연수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나마 올해 말엔 상황이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생해서 걱정됐습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얼룩진 대학생활을 보낸 전문대 학생들. 결국 2년 내내 이어진 코로나19의 종식을 보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된 학생들은 아쉬움이 큽니다. 확진자가 또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대학 내 교육 공백을 메울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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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T 한번 못 가고 졸업”…비운의 전문대학생들
    • 입력 2021-12-16 07:00:08
    • 수정2021-12-16 07:01:18
    취재K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캠퍼스에서의 자유와 낭만을 꿈꾸곤 하죠. 하지만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자마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낭만이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대학생활의 꽃인 MT(수련회)나 축제도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학번’인 20~21학번 전문대학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다 누리지도 못한 채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첫 학기부터 비대면…왁자지껄한 대학생활은 허상

2020년 3월, 개강을 앞둔 대학 캠퍼스에는 설렘 대신 적막감이 내려앉았습니다. 개강 후엔 수업이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되면서 신입생들은 상당 기간 학과 동기의 얼굴조차 직접 볼 수 없었습니다.

손민정 / 영진전문대 콘텐츠디자인과
"아무래도 새 학기부터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만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게 배워야 할 전공에 대한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13%’
올해 영진전문대학 전체 학생 중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의 비율은 13%였습니다. 이 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학생의 약 60%가 학생회비를 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30%로 줄어들더니 올해엔 그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입학식을 비롯한 모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가 비대면 수업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줄어든 소속감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능한 활동마저도 진행할 여력을 잃어갔습니다.

■꽉 막힌 현장실습…취업에도 빨간불

전문대학의 교육 과정은 ‘현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 현장 체험이나 산업체 실습 등 취업을 위한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대학 학생들이 많이 취업하는 관광·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으면서 실습생 채용은 뚝 끊겼습니다. 예년이었다면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을 쌓았겠지만, 코로나19 탓에 학내 실습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공연이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련 전공의 학생들은 많은 기회를 잃었습니다.

박성언 / 대경대 모델과‧2
"모델과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패션쇼 등의 자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참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니 현장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습니다."

학내 실습 중인 대경대학교 모델과 학생들의 모습.
해당 모델과 졸업반 학생들은 12월 초 졸업 작품회를 열었지만 강화된 방역정책으로 원래 예정되었던 관객 수의 절반도 초대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이미 많은 기회를 잃었는데, 최근 재확산세로 마지막 기회마저 제약을 받게 된 겁니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시연(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2)씨는 “일본 취업반 학생들은 후쿠오카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받는데 코로나19로 연수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나마 올해 말엔 상황이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생해서 걱정됐습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얼룩진 대학생활을 보낸 전문대 학생들. 결국 2년 내내 이어진 코로나19의 종식을 보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된 학생들은 아쉬움이 큽니다. 확진자가 또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대학 내 교육 공백을 메울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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