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코로나19 지역감염 1명”…타이완 장관이 말하는 ‘소통의 힘’

입력 2021.12.16 (11:04) 수정 2021.12.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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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억 7,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2021.12.14. 기준/아워월드인데이터). 델타·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며 감염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2,380만 명의 타이완은 나 홀로 다른 세상입니다. 올해 5월과 6월 확진자가 늘어난 것 외에는 지난 2년간 잠잠했습니다. 최근 40일간 하루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지역감염은 단 1명뿐입니다.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지 않은 점과 국경 제한 조치를 유지한 점, 입국 후 격리 절차가 엄격한 점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힙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타이완 전체 인구의 64.3%입니다. 올해 7월 이후 백신 접종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강력한 방역 조치를 2년 가까이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래서 타이완의 시민 소통 정책을 주도한 오드리 탕(唐鳳, Audrey Tang) 디지털 담당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 오드리 탕은 누구?
해커 출신으로, 2016년 35살의 나이에 타이완의 디지털 담당 장관이 됐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직후 민간 프로그래머와 협업해 '3일 만에' 마스크 앱을 만들어 배포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 앱을 통해 마스크 판매 위치와 재고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이후 세계 각국이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Q. 올해 5월~6월에 타이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했나요?

작년엔 코로나19 '지역감염 0명'이 여러 달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변이 바이러스에서 우리 스스로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밀접접촉자를 추적하는 노력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밀접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도입했어요. 이러한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 덕분에 락다운(봉쇄)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또 많은 사무실이 자발적으로 '원격근무'로 전환했어요. 그래서 불과 몇 달 만에 '지역감염 0명' 상태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지 한 달이 좀 넘었습니다.

타이완의 출입명부 시스템 안내 포스터. QR코드가 익숙하지 않을 경우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해 영업장 코드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바로 위치가 등록된다. (이미지 출처: 타이완 행정원 페이스북)타이완의 출입명부 시스템 안내 포스터. QR코드가 익숙하지 않을 경우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해 영업장 코드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바로 위치가 등록된다. (이미지 출처: 타이완 행정원 페이스북)
Q. '밀접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언급했는데 어떤 시스템입니까?

한국은 시설에 입장할 때 QR코드를 스캔하잖아요. 반대로 타이완은 문자 메시지를 기반으로 밀접접촉자를 추적합니다. 영업점에서는 (안내) 포스터만 몇 장 인쇄하면 되고, 앱을 따로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방식을 통해 추적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확진자 1명과 접촉한 사람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기존엔 24시간 이상 걸렸지만, 이젠 24분도 걸리지 않아요. 알파와 델타 변이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Q.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에 저항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접종률을 끌어올린 계기가 있다면?

지난 5~6월에 확진자가 급증한 뒤엔 백신 접종률이 매우 좋습니다. 4월만 해도 제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는데, 그땐 아무도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더라고요. 친구와 가족을 설득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제 동료마저 접종을 거부했어요. 필요가 없다고 본 거죠. 그러나 우리가 백신을 출시한 후, 특히 7월에 백신 예약 플랫폼(1922VAS)을 연 뒤부터는 백신을 실은 비행기가 타이완을 향해 이륙하자마자 백신 예약을 가동합니다. 타이완에 도착한 백신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7일 동안 '다음 주에 누가 그 백신을 맞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는 거죠. 이 백신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방접종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됐어요. 왜냐하면 백신을 접종하면 언젠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사망하지 않을 거란 걸 이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Q. 타이완은 방역과 입국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이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주요 원인이 아닌지?

조금씩 완화하고 있어요. 이전엔 지정된 호텔에서 14일 동안 격리했는데, 이제는 호텔 격리 7일-재택 격리 7일로 완화됩니다. 물론 국제기준에 비해 아직 상당히 엄격하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방접종률이 높아졌잖아요. 입국 시 격리 절차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대응에서 '디지털로 신뢰를 연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신뢰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타이완 질병통제센터는 시민들이 실행 가능한 제안을 해주면 이를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신뢰를 얻게 됐어요. 꼭 온라인, 디지털일 필요 없고요.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거는 건 아날로그 방식이라 노약자와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시민이 있는 곳으로 기술을 가져가서 시민과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함께 만들지, 기술에 적응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Q. 실제로 시민과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함께 만든 사례가 있나요?

저는 '열린 정부'라는 것이 '지금, 여기 있는 사람'에게 반응하고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70살이 다 된 저희 부모님과도 일종의 공동 창작을 하고 있거든요. 아버지가 올해 70살인데,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면 기여하실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해 마스크를 배포할 때, 저희 할머니께서 "'마스크 사겠다고 줄 서는 게 힘들다'고 친구들이 말하더라"고 얘기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의 친구에게) "제 입장이면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건강보험카드를 활용해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어요. 건강보험카드는 은행 계좌와 연결되지 않으니 누가 예금을 빼낼 수 없어서 어르신들 걱정도 덜고, 정말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이 제안해 준 대로 정책을 구현했습니다. 아주 좋아하셨어요. 60~70대 어르신들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셨죠. 결국, 실행 가능한 제안을 해 주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답변을 주고 그 제안을 행동으로 신속히 옮기면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오드리 탕 장관의 ‘열린 사무실’. 감염병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기 전까지 매주 수요일 시민에게 개방하고, 장관과 대면 면담을 진행했다. (제공: 타이완 공공디지털혁신공간)오드리 탕 장관의 ‘열린 사무실’. 감염병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기 전까지 매주 수요일 시민에게 개방하고, 장관과 대면 면담을 진행했다. (제공: 타이완 공공디지털혁신공간)
Q. 시민들에게 장관 사무실을 개방했다면서요?

맞아요. 매주 수요일마다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은 최근 방역을 조금 완화하긴 했지만, 감염병 단계를 낮추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근무 시간에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어요. 기존과 규칙은 같습니다. 영상으로 촬영하든 회의록을 작성하든 전체 내용을 기록해서 게시하는 건데요. 시간은 40분씩 주어집니다. 늘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래 세대가 열람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훨씬 공익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돼요. 감염병 단계가 완화되면 매주 수요일에 다시 사무실을 개방하고 싶습니다.

Q. 시민들의 제안이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게 된 비결은 뭔가요?

PDIS(Public Digital Innovation Space)는 공공 디지털 혁신 공간인데요, 제 사무실입니다. 정부 부처 12곳에서 여기로 직원을 파견 보냅니다. 부처끼리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에요. 또 시민 사회에서 모집한 분들도 함께 근무합니다. 정부 인원과 숫자가 같아요. 저희와 협업해 공공 서비스를 만들고 계세요. 민-관 협력 모델이죠.
모든 사람이 일정 부분씩 기여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지 않아요. 자발적인 모임 형태로 작동하는 겁니다. '디지털화'는 특정 부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관과 관련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형태가 유지될 거예요. 디지털부는 인터넷 지배구조나 규제 이슈가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제 사무실은 민-관 합동 창작과 설계에 집중하고, 내년에 새로 만들어질 디지털 부처는 이를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Q. 코로나19 대응에서 포용, 관용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에 어떤 남자 아이가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를 했어요. 분홍색 마스크를 받았는데 이걸 쓰고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친구들이 다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요. 바로 다음 날, 천시중 위생복리부 부장(장관)과 직원들이 모두 오후 2시 코로나19 브리핑에 분홍색 마스크를 쓰고 나왔어요. 천 장관은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 핑크 팬더였다는 말도 했어요. 1922번에 전화했던 소년은 하루 만에 영웅의 색을 갖고 있는, 아주 멋진 사람이 됐어요. 패션 브랜드까지 합류했습니다.

Q. 5G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도 색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포용'의 철학이 여기서도 드러나는데.

타이완에는 5G망이 잘 깔려 있는데요.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골·도서 지역부터 5G를 깔았습니다. 소비자 위주로만 보지 않고, 5G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개념이에요. 예를 들어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더 많은 농촌 지역이 원격 의료·원격 수술·원격 교육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겠죠. 시골에 살수록 5G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건데, 사회 정의와 형평성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완의 5대 통신 사업자들이 기반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용을 감당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타이완에서는 교육과 의료가 국가의 책임이라고 믿는다는 거예요. 어딘가 투자해서 사회적으로 이로운 결과가 나온다면 투자 비용을 반납할 필요가 없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는데 어떻게 대응했나요?

디지털 장관에 부임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타이완 정부가) 락다운(봉쇄)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코로나19 유행과 싸우도록 도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관련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게시 중단 조치 없이 다뤄냈단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몸의 바이러스와 마음의 바이러스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셜 미디어, 온라인 상호작용을 위한 친사회적 공간을 구축해 왔어요. 공적인 이슈를 긍정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 위해 설계되는 공간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 '시애틀 프로젝트'를 2015년에 시작했는데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이를 공공 인프라로 채택했습니다. 저는 이걸 '보조 지능'이라고 부르는데요, 마치 AI처럼 사람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타이완 정부는 시민 참여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법안을 토론할 수 있는 프로젝트 공간 vTaiwan(https://info.vtaiwan.tw/)을 운영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Join(https://join.gov.tw/)을 구축해 일정 수 이상 지지를 받은 안건은 타이완 디지털부가 주최하는 회의에 정식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 플랫폼 Pol.is(https://pol.is/gov)를 구축해 미국의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살피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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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일간 코로나19 지역감염 1명”…타이완 장관이 말하는 ‘소통의 힘’
    • 입력 2021-12-16 11:04:19
    • 수정2021-12-16 11:05:28
    세계는 지금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억 7,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2021.12.14. 기준/아워월드인데이터). 델타·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며 감염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2,380만 명의 타이완은 나 홀로 다른 세상입니다. 올해 5월과 6월 확진자가 늘어난 것 외에는 지난 2년간 잠잠했습니다. 최근 40일간 하루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지역감염은 단 1명뿐입니다.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지 않은 점과 국경 제한 조치를 유지한 점, 입국 후 격리 절차가 엄격한 점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힙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타이완 전체 인구의 64.3%입니다. 올해 7월 이후 백신 접종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강력한 방역 조치를 2년 가까이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래서 타이완의 시민 소통 정책을 주도한 오드리 탕(唐鳳, Audrey Tang) 디지털 담당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 오드리 탕은 누구?
해커 출신으로, 2016년 35살의 나이에 타이완의 디지털 담당 장관이 됐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직후 민간 프로그래머와 협업해 '3일 만에' 마스크 앱을 만들어 배포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 앱을 통해 마스크 판매 위치와 재고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이후 세계 각국이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Q. 올해 5월~6월에 타이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했나요?

작년엔 코로나19 '지역감염 0명'이 여러 달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변이 바이러스에서 우리 스스로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밀접접촉자를 추적하는 노력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밀접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도입했어요. 이러한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 덕분에 락다운(봉쇄)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또 많은 사무실이 자발적으로 '원격근무'로 전환했어요. 그래서 불과 몇 달 만에 '지역감염 0명' 상태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지 한 달이 좀 넘었습니다.

타이완의 출입명부 시스템 안내 포스터. QR코드가 익숙하지 않을 경우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해 영업장 코드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바로 위치가 등록된다. (이미지 출처: 타이완 행정원 페이스북) Q. '밀접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언급했는데 어떤 시스템입니까?

한국은 시설에 입장할 때 QR코드를 스캔하잖아요. 반대로 타이완은 문자 메시지를 기반으로 밀접접촉자를 추적합니다. 영업점에서는 (안내) 포스터만 몇 장 인쇄하면 되고, 앱을 따로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방식을 통해 추적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확진자 1명과 접촉한 사람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기존엔 24시간 이상 걸렸지만, 이젠 24분도 걸리지 않아요. 알파와 델타 변이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Q.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에 저항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접종률을 끌어올린 계기가 있다면?

지난 5~6월에 확진자가 급증한 뒤엔 백신 접종률이 매우 좋습니다. 4월만 해도 제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는데, 그땐 아무도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더라고요. 친구와 가족을 설득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제 동료마저 접종을 거부했어요. 필요가 없다고 본 거죠. 그러나 우리가 백신을 출시한 후, 특히 7월에 백신 예약 플랫폼(1922VAS)을 연 뒤부터는 백신을 실은 비행기가 타이완을 향해 이륙하자마자 백신 예약을 가동합니다. 타이완에 도착한 백신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7일 동안 '다음 주에 누가 그 백신을 맞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는 거죠. 이 백신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방접종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됐어요. 왜냐하면 백신을 접종하면 언젠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사망하지 않을 거란 걸 이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Q. 타이완은 방역과 입국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이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주요 원인이 아닌지?

조금씩 완화하고 있어요. 이전엔 지정된 호텔에서 14일 동안 격리했는데, 이제는 호텔 격리 7일-재택 격리 7일로 완화됩니다. 물론 국제기준에 비해 아직 상당히 엄격하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방접종률이 높아졌잖아요. 입국 시 격리 절차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대응에서 '디지털로 신뢰를 연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신뢰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타이완 질병통제센터는 시민들이 실행 가능한 제안을 해주면 이를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신뢰를 얻게 됐어요. 꼭 온라인, 디지털일 필요 없고요.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거는 건 아날로그 방식이라 노약자와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시민이 있는 곳으로 기술을 가져가서 시민과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함께 만들지, 기술에 적응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Q. 실제로 시민과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함께 만든 사례가 있나요?

저는 '열린 정부'라는 것이 '지금, 여기 있는 사람'에게 반응하고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70살이 다 된 저희 부모님과도 일종의 공동 창작을 하고 있거든요. 아버지가 올해 70살인데,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면 기여하실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해 마스크를 배포할 때, 저희 할머니께서 "'마스크 사겠다고 줄 서는 게 힘들다'고 친구들이 말하더라"고 얘기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의 친구에게) "제 입장이면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건강보험카드를 활용해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어요. 건강보험카드는 은행 계좌와 연결되지 않으니 누가 예금을 빼낼 수 없어서 어르신들 걱정도 덜고, 정말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이 제안해 준 대로 정책을 구현했습니다. 아주 좋아하셨어요. 60~70대 어르신들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셨죠. 결국, 실행 가능한 제안을 해 주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답변을 주고 그 제안을 행동으로 신속히 옮기면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오드리 탕 장관의 ‘열린 사무실’. 감염병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기 전까지 매주 수요일 시민에게 개방하고, 장관과 대면 면담을 진행했다. (제공: 타이완 공공디지털혁신공간) Q. 시민들에게 장관 사무실을 개방했다면서요?

맞아요. 매주 수요일마다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은 최근 방역을 조금 완화하긴 했지만, 감염병 단계를 낮추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근무 시간에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어요. 기존과 규칙은 같습니다. 영상으로 촬영하든 회의록을 작성하든 전체 내용을 기록해서 게시하는 건데요. 시간은 40분씩 주어집니다. 늘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래 세대가 열람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훨씬 공익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돼요. 감염병 단계가 완화되면 매주 수요일에 다시 사무실을 개방하고 싶습니다.

Q. 시민들의 제안이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게 된 비결은 뭔가요?

PDIS(Public Digital Innovation Space)는 공공 디지털 혁신 공간인데요, 제 사무실입니다. 정부 부처 12곳에서 여기로 직원을 파견 보냅니다. 부처끼리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에요. 또 시민 사회에서 모집한 분들도 함께 근무합니다. 정부 인원과 숫자가 같아요. 저희와 협업해 공공 서비스를 만들고 계세요. 민-관 협력 모델이죠.
모든 사람이 일정 부분씩 기여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지 않아요. 자발적인 모임 형태로 작동하는 겁니다. '디지털화'는 특정 부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관과 관련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형태가 유지될 거예요. 디지털부는 인터넷 지배구조나 규제 이슈가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제 사무실은 민-관 합동 창작과 설계에 집중하고, 내년에 새로 만들어질 디지털 부처는 이를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Q. 코로나19 대응에서 포용, 관용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에 어떤 남자 아이가 1922번(타이완 질병통제센터)으로 전화를 했어요. 분홍색 마스크를 받았는데 이걸 쓰고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친구들이 다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요. 바로 다음 날, 천시중 위생복리부 부장(장관)과 직원들이 모두 오후 2시 코로나19 브리핑에 분홍색 마스크를 쓰고 나왔어요. 천 장관은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 핑크 팬더였다는 말도 했어요. 1922번에 전화했던 소년은 하루 만에 영웅의 색을 갖고 있는, 아주 멋진 사람이 됐어요. 패션 브랜드까지 합류했습니다.

Q. 5G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도 색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포용'의 철학이 여기서도 드러나는데.

타이완에는 5G망이 잘 깔려 있는데요.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골·도서 지역부터 5G를 깔았습니다. 소비자 위주로만 보지 않고, 5G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개념이에요. 예를 들어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더 많은 농촌 지역이 원격 의료·원격 수술·원격 교육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겠죠. 시골에 살수록 5G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건데, 사회 정의와 형평성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완의 5대 통신 사업자들이 기반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용을 감당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타이완에서는 교육과 의료가 국가의 책임이라고 믿는다는 거예요. 어딘가 투자해서 사회적으로 이로운 결과가 나온다면 투자 비용을 반납할 필요가 없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는데 어떻게 대응했나요?

디지털 장관에 부임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타이완 정부가) 락다운(봉쇄)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코로나19 유행과 싸우도록 도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관련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게시 중단 조치 없이 다뤄냈단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몸의 바이러스와 마음의 바이러스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셜 미디어, 온라인 상호작용을 위한 친사회적 공간을 구축해 왔어요. 공적인 이슈를 긍정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 위해 설계되는 공간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 '시애틀 프로젝트'를 2015년에 시작했는데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이를 공공 인프라로 채택했습니다. 저는 이걸 '보조 지능'이라고 부르는데요, 마치 AI처럼 사람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타이완 정부는 시민 참여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법안을 토론할 수 있는 프로젝트 공간 vTaiwan(https://info.vtaiwan.tw/)을 운영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Join(https://join.gov.tw/)을 구축해 일정 수 이상 지지를 받은 안건은 타이완 디지털부가 주최하는 회의에 정식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 플랫폼 Pol.is(https://pol.is/gov)를 구축해 미국의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살피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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