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되더라도 제발 투석 좀” 입원 대기에 애타는 신장병 환자들

입력 2021.12.16 (11:19) 수정 2021.12.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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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의료체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된 신장병 환자들이 투석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은 1주일에 3차례 혈액 투석을 하지 못하면 요독이 쌓여 호흡곤란과 전해질 장애 등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신장병 환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평균보다 치명률이 5~20배 높아 코로나19 고위험군입니다. 하지만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투석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해, 투석 환자와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확진되더라도 제발 투석 좀 해주세요" 자가격리자 투석 못해 발동동

64살 A씨는 지난 금요일부터 엿새째 투석을 받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입원중이었던 병원은 코호트 격리됐고, A 씨는 강제퇴원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진단검사 결과 A씨는 양성도 음성도 아닌 미결정 상태를 받았습니다. 확진자가 아니라서 투석 특화 코로나병원의 병상은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또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며 입원했던 병원에서 더이상 투석을 받을 수도 없게 됐습니다.

두차례 투석을 건너뛰면서 A씨의 몸이 점점 부어오르고 호흡이 힘들어지자, 온가족이 생업을 뒤로 하고 투석 병원 찾기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수십곳의 병원에 전화해도 "음성이 아닌 환자는 코로나 잠복기일 수 있으니, 보건소 지침 없이는 병상을 줄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A씨의 가족들은 보건소를 찾아갔지만 "민간병원에 자가격리자 투석 병상을 달라고 보건소가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보건소가 안해주는 것이 아니라 못해주는 것이니 병원에 잘 얘기해보라."는 설명만 들어야 했습니다.

하다못해 A씨의 가족들은 코호트 격리된 예전 병원에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목숨 걸고 들어가서 투석을 받고 싶다."고 사정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병원 내 집단감염으로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 물리적으로 환자를 더 받을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어제(15일) A씨는 재검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확진자가 되어 투석 특화 병원에 갈 상태가 됐지만, 이번엔 보건소로부터 "확진자 투석 병상이 포화상태여서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A씨의 가족은 "차라리 처음부터 확진이었다면 코호트 격리된 병원에서라도 계속 투석할 수 있었는데, 병상 배정을 또 기다리라니 패닉 상태"라며 "만성신부전증을 앓은 2년 동안 이렇게 투석 기간이 길어진 적이 없다."고 불안감을 토로했습니다.


■ "투석이 생명줄인데"…"전화 300통 해도 병상 없어"

"투석만 제때 받고 치료만 잘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투석 환자가 병실 배정도 못 받은 채 집에서 계속 대기하다가
위중증환자가 되거나 사망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실정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12.13.

이런 상황은 A씨뿐만이 아닙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투석 환자들을 위한 병상을 신속하게 확충해달라는 청원이 보름새 4건이 올라왔습니다.

한 청원자는 "아버지가 4일에 확진을 받았는데, 보건소에서는 병상이 없다며 계속 대기하라고 해 투석을 못받은 지 일주일이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투석을 못받으면 위험한데, 도대체 언제 병상을 배정해주는 것이냐."라고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또다른 청원자도 "전국 어디에도 병상이 없다면서 무작정 대기하라고만 한다."면서 "그럼 이대로 죽어가는 걸 보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신장병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환자 가족은 "전화만 300통 넘게 했다. 울고 또 울고 배정 못해주는 보건소 직원도 울고. 투석 못받은 지 5일째에 병상을 겨우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환자 가족은 투석 병상을 찾아 "서울과 경기 지역 병원 40곳에 전화했지만 딱 한 곳, 그것도 일주일 후에 환자를 받아줄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투석이 필요한 코로나 환자는 현재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11월 28일 기준으로 투석실 코로나 확진자는 508명이고 이 가운데 20%가 11월에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12월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투석이 필요한 코로나 환자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환자 급증으로 정부의 자료 공유도 끊겼습니다.


■ 신장병 환자 코로나 치명률 5배~20배…"병상 부족에 방치돼"


문제는 코로나에 걸린 투석 환자들은 다른 코로나 환자보다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이라는 점입니다.

서울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이정표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5월까지 코로나19 확진자 7,590명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 따르면, 말기 신장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사망 위험이 5배 높았습니다. 신장 질환이 기저질환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한신장학회가 10월 18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투석 환자 36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투석 환자의 치명률은 20.9%으로 같은 기간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명률 0.78%보다 20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신장병 환자는 확진 전 밀접접촉자로만 분류되어도 재택치료가 아닌 입원 치료 대상입니다. 하지만 투석 시설을 갖춘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환자들은 집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A씨 가족들은 강제퇴원돼 집에 머무르는 동안, 주거지 보건소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투석 환자는 병원 찾기가 하루가 급한데, 주거지 보건소는 병원 관할 보건소에서 아직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자가격리자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A씨 가족들은 직접 보건소를 찾아가 환자를 등록했다며,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임은 알지만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질 수밖에 없는 고위험군 환자인데도 관리가 전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서울 지역의 한 신장내과 전문의는 "투석 환자는 원칙적으로 재택 치료가 어렵고 일주일 3번 병원에 와야 한다."면서 "코로나 치료 이외에 투석 치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입원이 원칙인데, 최근 투석시설을 갖춘 병상이 부족해 대기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입원 대기가 길어져서 투석 치료를 못받게 되면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전이라도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최근 방역당국이 입원 전 외래에서 투석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을 2개 늘렸지만, 환자 일부만 수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혈액 투석 코로나19거점전담 병원인 평택 박애병원도 가용병상이 모두 찬 상태라며, 투석 특화 병원 운영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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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되더라도 제발 투석 좀” 입원 대기에 애타는 신장병 환자들
    • 입력 2021-12-16 11:19:30
    • 수정2021-12-16 11:38:02
    취재K

코로나19 의료체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된 신장병 환자들이 투석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은 1주일에 3차례 혈액 투석을 하지 못하면 요독이 쌓여 호흡곤란과 전해질 장애 등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신장병 환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평균보다 치명률이 5~20배 높아 코로나19 고위험군입니다. 하지만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투석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해, 투석 환자와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확진되더라도 제발 투석 좀 해주세요" 자가격리자 투석 못해 발동동

64살 A씨는 지난 금요일부터 엿새째 투석을 받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입원중이었던 병원은 코호트 격리됐고, A 씨는 강제퇴원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진단검사 결과 A씨는 양성도 음성도 아닌 미결정 상태를 받았습니다. 확진자가 아니라서 투석 특화 코로나병원의 병상은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또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며 입원했던 병원에서 더이상 투석을 받을 수도 없게 됐습니다.

두차례 투석을 건너뛰면서 A씨의 몸이 점점 부어오르고 호흡이 힘들어지자, 온가족이 생업을 뒤로 하고 투석 병원 찾기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수십곳의 병원에 전화해도 "음성이 아닌 환자는 코로나 잠복기일 수 있으니, 보건소 지침 없이는 병상을 줄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A씨의 가족들은 보건소를 찾아갔지만 "민간병원에 자가격리자 투석 병상을 달라고 보건소가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보건소가 안해주는 것이 아니라 못해주는 것이니 병원에 잘 얘기해보라."는 설명만 들어야 했습니다.

하다못해 A씨의 가족들은 코호트 격리된 예전 병원에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목숨 걸고 들어가서 투석을 받고 싶다."고 사정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병원 내 집단감염으로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 물리적으로 환자를 더 받을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어제(15일) A씨는 재검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확진자가 되어 투석 특화 병원에 갈 상태가 됐지만, 이번엔 보건소로부터 "확진자 투석 병상이 포화상태여서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A씨의 가족은 "차라리 처음부터 확진이었다면 코호트 격리된 병원에서라도 계속 투석할 수 있었는데, 병상 배정을 또 기다리라니 패닉 상태"라며 "만성신부전증을 앓은 2년 동안 이렇게 투석 기간이 길어진 적이 없다."고 불안감을 토로했습니다.


■ "투석이 생명줄인데"…"전화 300통 해도 병상 없어"

"투석만 제때 받고 치료만 잘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투석 환자가 병실 배정도 못 받은 채 집에서 계속 대기하다가
위중증환자가 되거나 사망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실정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12.13.

이런 상황은 A씨뿐만이 아닙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투석 환자들을 위한 병상을 신속하게 확충해달라는 청원이 보름새 4건이 올라왔습니다.

한 청원자는 "아버지가 4일에 확진을 받았는데, 보건소에서는 병상이 없다며 계속 대기하라고 해 투석을 못받은 지 일주일이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투석을 못받으면 위험한데, 도대체 언제 병상을 배정해주는 것이냐."라고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또다른 청원자도 "전국 어디에도 병상이 없다면서 무작정 대기하라고만 한다."면서 "그럼 이대로 죽어가는 걸 보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신장병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환자 가족은 "전화만 300통 넘게 했다. 울고 또 울고 배정 못해주는 보건소 직원도 울고. 투석 못받은 지 5일째에 병상을 겨우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환자 가족은 투석 병상을 찾아 "서울과 경기 지역 병원 40곳에 전화했지만 딱 한 곳, 그것도 일주일 후에 환자를 받아줄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투석이 필요한 코로나 환자는 현재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11월 28일 기준으로 투석실 코로나 확진자는 508명이고 이 가운데 20%가 11월에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12월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투석이 필요한 코로나 환자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환자 급증으로 정부의 자료 공유도 끊겼습니다.


■ 신장병 환자 코로나 치명률 5배~20배…"병상 부족에 방치돼"


문제는 코로나에 걸린 투석 환자들은 다른 코로나 환자보다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이라는 점입니다.

서울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이정표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5월까지 코로나19 확진자 7,590명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 따르면, 말기 신장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사망 위험이 5배 높았습니다. 신장 질환이 기저질환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한신장학회가 10월 18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투석 환자 36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투석 환자의 치명률은 20.9%으로 같은 기간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명률 0.78%보다 20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신장병 환자는 확진 전 밀접접촉자로만 분류되어도 재택치료가 아닌 입원 치료 대상입니다. 하지만 투석 시설을 갖춘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환자들은 집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A씨 가족들은 강제퇴원돼 집에 머무르는 동안, 주거지 보건소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투석 환자는 병원 찾기가 하루가 급한데, 주거지 보건소는 병원 관할 보건소에서 아직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자가격리자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A씨 가족들은 직접 보건소를 찾아가 환자를 등록했다며,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임은 알지만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질 수밖에 없는 고위험군 환자인데도 관리가 전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서울 지역의 한 신장내과 전문의는 "투석 환자는 원칙적으로 재택 치료가 어렵고 일주일 3번 병원에 와야 한다."면서 "코로나 치료 이외에 투석 치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입원이 원칙인데, 최근 투석시설을 갖춘 병상이 부족해 대기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입원 대기가 길어져서 투석 치료를 못받게 되면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전이라도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최근 방역당국이 입원 전 외래에서 투석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을 2개 늘렸지만, 환자 일부만 수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혈액 투석 코로나19거점전담 병원인 평택 박애병원도 가용병상이 모두 찬 상태라며, 투석 특화 병원 운영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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