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겠다”…K-방역 ‘승차 검사소’ 문 닫는 이유는?

입력 2021.12.16 (13:30) 수정 2021.12.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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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로 알려진 코로나19 승차 검사소. 지난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K-방역'의 상징으로 불렸습니다. 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으니 춥거나 더운 날씨에도 끄떡없고, 방역 차원에서도 더 안전하다는 인식에 인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드라이브스루 검사소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지난주에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 은평구의 검사소가 잇따라 문을 닫았고, 내일(17일)을 끝으로 서울 서초구 검사소도 문을 닫습니다. 서울에 딱 하나 남은 중랑구 검사소마저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검사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반대로 문을 닫는 검사소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2~3시간은 기본 대기…검사소 둘러싼 2km짜리 줄

일단 검사 한 번 받으려면 대기 시간이 참기 힘든 수준입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서초구 검사소의 경우, 매번 검사소 주위를 둘러싸고 2km 가까운 긴 줄이 늘어섭니다. '여기서부터 1시간', '여기서부터 2시간'이라고 대기 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대로변 곳곳에 붙어 있는데요. 2시간 대기 지점 뒤로도 이미 긴 줄이 서 있는 거죠.

대기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이 뒤로도 수많은 차량이 서 있습니다.대기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이 뒤로도 수많은 차량이 서 있습니다.

검사를 기다리던 시민 박영희 씨는 "2시간 15분을 기다렸는데 아직이다"라며 "사람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습니다.

자녀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김지완 씨는 "아이가 있으니까 기다리기에 드라이브스루가 조금 더 편할 거 같아서 오기는 했는데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니까 진짜 너무 지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 대기자 늘며 주민 민원 폭주…"하루에도 20건 넘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의 경우 차선 하나를 점령하다시피 하니, 교통 체증이나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은 겁니다.

여기에, 차선 끼어들기로 검사를 먼저 받으려는 사람들까지 생기면서 일대에서 다툼과 혼란이 잦았습니다.

차선 끼어들기로 운전자 간 다툼이 잦아지자, 서울 서초구는 ‘대기 번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차선 끼어들기로 운전자 간 다툼이 잦아지자, 서울 서초구는 ‘대기 번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니, 중랑구의 경우 하루에만 20여 건, 서초구도 10여 건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자치구뿐 아니라 서울시로도 비슷한 민원이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 일대 교통난을 호소하는 민원이었고, 인근 아파트 주민이나 상가 등에서 검사 대기 차량 때문에 진·출입이 힘들다고 민원을 넣기도 했습니다. 대기가 너무 길다든지, 자꾸 새치기한다는 민원도 있었습니다.

자치구들도 해결책을 찾지 않은 건 아닙니다. 서초구는 '번호표'를 도입해 끼어들기를 방지했고, 운영 시간을 이번 주부터 오전 10시 반에서 오후 5시로 축소해 출·퇴근 시간을 피했습니다. 중랑구는 아파트 입구와 상가가 있는 쪽에 현수막을 달고 진·출입 방해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두 자치구 모두 차량 통제 인력을 대폭 늘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정리는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 중랑구는 아파트 입구에 드라이브스루 검사 차량 주·정차 금지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서울 중랑구는 아파트 입구에 드라이브스루 검사 차량 주·정차 금지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 결국 문 닫는 검사소…"이대로 버티긴 힘들어"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검사소가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불편을 낳고 있는 상황. 각 지자체는 이대로는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잇따라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를 일반 검사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유로는 주변 교통체증과 안전사고 우려를 들었습니다.

지난 8일엔 서울 은평구 검사소가, 11일엔 경기도 성남시 검사소가 일반으로 전환됐고 모레(18일)부터는 서울 서초구 검사소도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중랑구 검사소도 최근 민원으로 인해 일반형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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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6 13:30:39
    • 수정2021-12-16 13:49:03
    취재K

이른바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로 알려진 코로나19 승차 검사소. 지난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K-방역'의 상징으로 불렸습니다. 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으니 춥거나 더운 날씨에도 끄떡없고, 방역 차원에서도 더 안전하다는 인식에 인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드라이브스루 검사소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지난주에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 은평구의 검사소가 잇따라 문을 닫았고, 내일(17일)을 끝으로 서울 서초구 검사소도 문을 닫습니다. 서울에 딱 하나 남은 중랑구 검사소마저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검사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반대로 문을 닫는 검사소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2~3시간은 기본 대기…검사소 둘러싼 2km짜리 줄

일단 검사 한 번 받으려면 대기 시간이 참기 힘든 수준입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서초구 검사소의 경우, 매번 검사소 주위를 둘러싸고 2km 가까운 긴 줄이 늘어섭니다. '여기서부터 1시간', '여기서부터 2시간'이라고 대기 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대로변 곳곳에 붙어 있는데요. 2시간 대기 지점 뒤로도 이미 긴 줄이 서 있는 거죠.

대기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이 뒤로도 수많은 차량이 서 있습니다.
검사를 기다리던 시민 박영희 씨는 "2시간 15분을 기다렸는데 아직이다"라며 "사람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습니다.

자녀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김지완 씨는 "아이가 있으니까 기다리기에 드라이브스루가 조금 더 편할 거 같아서 오기는 했는데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니까 진짜 너무 지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 대기자 늘며 주민 민원 폭주…"하루에도 20건 넘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의 경우 차선 하나를 점령하다시피 하니, 교통 체증이나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은 겁니다.

여기에, 차선 끼어들기로 검사를 먼저 받으려는 사람들까지 생기면서 일대에서 다툼과 혼란이 잦았습니다.

차선 끼어들기로 운전자 간 다툼이 잦아지자, 서울 서초구는 ‘대기 번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니, 중랑구의 경우 하루에만 20여 건, 서초구도 10여 건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자치구뿐 아니라 서울시로도 비슷한 민원이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 일대 교통난을 호소하는 민원이었고, 인근 아파트 주민이나 상가 등에서 검사 대기 차량 때문에 진·출입이 힘들다고 민원을 넣기도 했습니다. 대기가 너무 길다든지, 자꾸 새치기한다는 민원도 있었습니다.

자치구들도 해결책을 찾지 않은 건 아닙니다. 서초구는 '번호표'를 도입해 끼어들기를 방지했고, 운영 시간을 이번 주부터 오전 10시 반에서 오후 5시로 축소해 출·퇴근 시간을 피했습니다. 중랑구는 아파트 입구와 상가가 있는 쪽에 현수막을 달고 진·출입 방해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두 자치구 모두 차량 통제 인력을 대폭 늘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정리는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 중랑구는 아파트 입구에 드라이브스루 검사 차량 주·정차 금지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 결국 문 닫는 검사소…"이대로 버티긴 힘들어"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검사소가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불편을 낳고 있는 상황. 각 지자체는 이대로는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잇따라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를 일반 검사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유로는 주변 교통체증과 안전사고 우려를 들었습니다.

지난 8일엔 서울 은평구 검사소가, 11일엔 경기도 성남시 검사소가 일반으로 전환됐고 모레(18일)부터는 서울 서초구 검사소도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중랑구 검사소도 최근 민원으로 인해 일반형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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