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누가 받았나 했더니

입력 2021.12.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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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민상부터 공로상, 표창과 유공 수여식까지….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 참 많습니다. 모두 우리 세금으로 열리지만, 대체 얼마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민선 7기 33개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민간에 수여한 각종 포상 건수와 예산 집행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 ‘구청장님은 시상 중’…넘쳐나는 지자체 포상

인구 54만 명 거대 자치구인 대구 달서구. 구청장의 2021년 12월 9일 하루 공식 일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에, 또 시상식이 이어졌습니다.

대구 달서구청 소회의실. 지난 9일 하루에만 이곳에서 두 번의 시상식이 열렸다.대구 달서구청 소회의실. 지난 9일 하루에만 이곳에서 두 번의 시상식이 열렸다.

달서구 구청장은 민선 7기에만 6,000건 가까이 시상했습니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145건, 하루에만 약 5건 수준입니다. 시상에 쓰인 세금은 모두 4억 원이 넘습니다.

대구 남구청이 시상한 스크린파크 골프대회대구 남구청이 시상한 스크린파크 골프대회

대구 남구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공룡 그리기 사생대회부터 스크린파크 골프대회, 각종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까지 임기 동안 2,200건 넘는 상을 줬습니다. 이는 남구 주민 전체(11월 말 기준 143,645명)의 약 1.5%를 차지하는 규모로, 주민 백 명 중 한 명 이상이 구청장 명의의 상을 받은 셈입니다. 여기에는 1억 원이 넘는 세금이 쓰였습니다.

■ 10만 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민선 7기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민간에 수여한 각종 포상 건수는 10만여 건에 달합니다.


여기에 사용된 예산은 지금까지 35억 원에 가까운데 , 임기 말과 연말연시를 맞아 포상 건수와 소요 금액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구 기초자치단체 관계자
"올해 같은 경우는 작년보다 확 또 느는 것 같더라고요. 포상이 4분기부터 엄청 많이 늘게 되더라고요. 가뜩이나 보통 연말에 평가나 행사가 몰리다 보니까 원래도 좀 그런데."

상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그만큼 많은 걸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 포상 남발…이유는 선거용?

대구 동구가 지난 9월 처리한 제3회 추경 예산안. 마을 통반장과 관변단체 회원 등 이른바 '국민운동단체'를 위한 공로패 제작에 구청과 구의회가 각각 1,200만 원씩, 총 2,400만 원을 편성했습니다. 당초 상장만 수여할 계획이었지만 추가 예산을 들여 상패까지 지급했습니다.

대구 동구의 2021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서대구 동구의 2021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서

국민권익위는 이미 2012년부터 상장보다 예산이 수십 배 더 드는 상패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며 자치단체에 지양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신효철/ 대구 동구의회 의원
"아시다시피 추경이라는 것은 미처 못했던 거라던가, 국·시비 등이 늦게 내려와서 급하게 넣는 게 추경이고,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서 주민의 삶이 피폐해진 마당에... 얼마 앞둔 지방선거의 여론 주도층인 국민운동단체나 통·반장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는 거죠."

이 같은 의혹은 비단 대구 동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실제 대부분 자치단체의 민간인 포상 수상자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관변단체 관계자나 자치단체 사업 관련자입니다.

자치단체가 상을 수여한 민간인 대부분이 관변단체 관계자나 자치단체 사업 관련자들이다.자치단체가 상을 수여한 민간인 대부분이 관변단체 관계자나 자치단체 사업 관련자들이다.

또, 모범 시민상 등 조례에 별도의 규정을 명시한 표창을 제외하고 민간에 주는 포상은 제대로 된 사전 심사도 거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자치단체가 포상 인원만 정해둔 채, 관변단체나 사업 관련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아 상을 수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이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포상제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공적이 현저한 분에게만 상을 주게 돼 있는데, 만약에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상을 줬을 때는 그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지지하게 하는 측면, 이것도 하나의 이익 (행위)…."

표를 의식한 선심성 포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의 세금 낭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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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누가 받았나 했더니
    • 입력 2021-12-16 16:48:43
    취재K
각종 시민상부터 공로상, 표창과 유공 수여식까지….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 참 많습니다. 모두 우리 세금으로 열리지만, 대체 얼마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민선 7기 33개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민간에 수여한 각종 포상 건수와 예산 집행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 ‘구청장님은 시상 중’…넘쳐나는 지자체 포상

인구 54만 명 거대 자치구인 대구 달서구. 구청장의 2021년 12월 9일 하루 공식 일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에, 또 시상식이 이어졌습니다.

대구 달서구청 소회의실. 지난 9일 하루에만 이곳에서 두 번의 시상식이 열렸다.
달서구 구청장은 민선 7기에만 6,000건 가까이 시상했습니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145건, 하루에만 약 5건 수준입니다. 시상에 쓰인 세금은 모두 4억 원이 넘습니다.

대구 남구청이 시상한 스크린파크 골프대회
대구 남구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공룡 그리기 사생대회부터 스크린파크 골프대회, 각종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까지 임기 동안 2,200건 넘는 상을 줬습니다. 이는 남구 주민 전체(11월 말 기준 143,645명)의 약 1.5%를 차지하는 규모로, 주민 백 명 중 한 명 이상이 구청장 명의의 상을 받은 셈입니다. 여기에는 1억 원이 넘는 세금이 쓰였습니다.

■ 10만 건 포상에 쓰인 세금 35억 원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민선 7기 대구·경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민간에 수여한 각종 포상 건수는 10만여 건에 달합니다.


여기에 사용된 예산은 지금까지 35억 원에 가까운데 , 임기 말과 연말연시를 맞아 포상 건수와 소요 금액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구 기초자치단체 관계자
"올해 같은 경우는 작년보다 확 또 느는 것 같더라고요. 포상이 4분기부터 엄청 많이 늘게 되더라고요. 가뜩이나 보통 연말에 평가나 행사가 몰리다 보니까 원래도 좀 그런데."

상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그만큼 많은 걸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 포상 남발…이유는 선거용?

대구 동구가 지난 9월 처리한 제3회 추경 예산안. 마을 통반장과 관변단체 회원 등 이른바 '국민운동단체'를 위한 공로패 제작에 구청과 구의회가 각각 1,200만 원씩, 총 2,400만 원을 편성했습니다. 당초 상장만 수여할 계획이었지만 추가 예산을 들여 상패까지 지급했습니다.

대구 동구의 2021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서
국민권익위는 이미 2012년부터 상장보다 예산이 수십 배 더 드는 상패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며 자치단체에 지양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신효철/ 대구 동구의회 의원
"아시다시피 추경이라는 것은 미처 못했던 거라던가, 국·시비 등이 늦게 내려와서 급하게 넣는 게 추경이고,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서 주민의 삶이 피폐해진 마당에... 얼마 앞둔 지방선거의 여론 주도층인 국민운동단체나 통·반장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는 거죠."

이 같은 의혹은 비단 대구 동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실제 대부분 자치단체의 민간인 포상 수상자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관변단체 관계자나 자치단체 사업 관련자입니다.

자치단체가 상을 수여한 민간인 대부분이 관변단체 관계자나 자치단체 사업 관련자들이다.
또, 모범 시민상 등 조례에 별도의 규정을 명시한 표창을 제외하고 민간에 주는 포상은 제대로 된 사전 심사도 거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자치단체가 포상 인원만 정해둔 채, 관변단체나 사업 관련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아 상을 수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이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포상제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공적이 현저한 분에게만 상을 주게 돼 있는데, 만약에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상을 줬을 때는 그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지지하게 하는 측면, 이것도 하나의 이익 (행위)…."

표를 의식한 선심성 포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의 세금 낭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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