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 정찬오 경감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길을 가다 현금입출금기로 돈을 입금하는 남성을 발견하고 이를 지켜보는 모습.](/data/fckeditor/new/image/2021/12/17/323351639702381147.jpg)
코로나19 3차 접종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병원으로 향하던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정찬오 경감. 예약 시간에 맞춰 분주히 발길을 옮기던 정 경감의 눈에 뭔가 낯설면서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들어옵니다.
아파트 단지 앞 현금입출금기 부스 안에서 반복해서 뭔가를 하는 한 남성, 자세히 보니 5만 원권 돈다발을 입금하고, 또 입금하고 있었죠. 이 장면을 본 정 경감은 번뜩, 전화금융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5년 차 경찰의 촉이 발동한 겁니다.
일단 침착하게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정 경감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끌기 시작합니다. 자칫 출동 경찰관들이 오기 전에 남성이 입금을 끝내고 떠나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합니까?”
입금에 정신이 팔려있던 남성은 정 경감의 이 말에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결국, 먼저 일을 봐야겠다며 현금 입출금기를 차지한 정 경감은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자기 은행 일을 보는 것처럼 시간을 끌었습니다.남성에게 말대꾸를 유도해 돈을 입금하는 걸 멈추게 하고, 시간도 버는 기지를 발휘한 거죠.
곧 지구대 경찰관들과 강력팀 형사들이 도착했습니다. 확인 결과 정 경감의 촉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돈을 입금하고 있던 20대 남성 A 씨는 전화금융사기범죄 전달책이었습니다. A 씨가 입금하고 있던 돈, 그러니까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은 모두 2,400만 원이었는데요.
A 씨가 이 중 200만 원을 입금하던 중에 '촉'이 발동한 정 경감이 말을 걸었고, 나머지 돈을 보내려던 차에 정 경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던 거죠. 다행히 경찰은 남은 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35년의 경찰 생활 중 26년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의 재치가 빛났던 순간이었죠.
검거 모습을 지켜본 정 경감은 유유히 백신을 맞으러 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정 경감은 “은행 마감 시간대도 아니고, 충분히 은행에 가서 입금을 할 수 있는데도 현금 입출금기로 반복해서 입금하는 모습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꼈다.”고 그때를 설명하며 “시민들도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바로 신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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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접종 가던 베테랑 경찰관 ‘촉’에 딱 걸린 전화사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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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2-17 10:51:46
![지난 15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 정찬오 경감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길을 가다 현금입출금기로 돈을 입금하는 남성을 발견하고 이를 지켜보는 모습.](/data/fckeditor/new/image/2021/12/17/323351639702381147.jpg)
코로나19 3차 접종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병원으로 향하던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정찬오 경감. 예약 시간에 맞춰 분주히 발길을 옮기던 정 경감의 눈에 뭔가 낯설면서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들어옵니다.
아파트 단지 앞 현금입출금기 부스 안에서 반복해서 뭔가를 하는 한 남성, 자세히 보니 5만 원권 돈다발을 입금하고, 또 입금하고 있었죠. 이 장면을 본 정 경감은 번뜩, 전화금융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5년 차 경찰의 촉이 발동한 겁니다.
일단 침착하게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정 경감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끌기 시작합니다. 자칫 출동 경찰관들이 오기 전에 남성이 입금을 끝내고 떠나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합니까?”
입금에 정신이 팔려있던 남성은 정 경감의 이 말에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결국, 먼저 일을 봐야겠다며 현금 입출금기를 차지한 정 경감은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자기 은행 일을 보는 것처럼 시간을 끌었습니다.남성에게 말대꾸를 유도해 돈을 입금하는 걸 멈추게 하고, 시간도 버는 기지를 발휘한 거죠.
곧 지구대 경찰관들과 강력팀 형사들이 도착했습니다. 확인 결과 정 경감의 촉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돈을 입금하고 있던 20대 남성 A 씨는 전화금융사기범죄 전달책이었습니다. A 씨가 입금하고 있던 돈, 그러니까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은 모두 2,400만 원이었는데요.
A 씨가 이 중 200만 원을 입금하던 중에 '촉'이 발동한 정 경감이 말을 걸었고, 나머지 돈을 보내려던 차에 정 경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던 거죠. 다행히 경찰은 남은 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35년의 경찰 생활 중 26년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의 재치가 빛났던 순간이었죠.
검거 모습을 지켜본 정 경감은 유유히 백신을 맞으러 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정 경감은 “은행 마감 시간대도 아니고, 충분히 은행에 가서 입금을 할 수 있는데도 현금 입출금기로 반복해서 입금하는 모습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꼈다.”고 그때를 설명하며 “시민들도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바로 신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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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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