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가던 베테랑 경찰관 ‘촉’에 딱 걸린 전화사기범

입력 2021.12.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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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 정찬오 경감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길을 가다 현금입출금기로 돈을 입금하는 남성을 발견하고 이를 지켜보는 모습.지난 15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 정찬오 경감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길을 가다 현금입출금기로 돈을 입금하는 남성을 발견하고 이를 지켜보는 모습.

코로나19 3차 접종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병원으로 향하던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정찬오 경감. 예약 시간에 맞춰 분주히 발길을 옮기던 정 경감의 눈에 뭔가 낯설면서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들어옵니다.

아파트 단지 앞 현금입출금기 부스 안에서 반복해서 뭔가를 하는 한 남성, 자세히 보니 5만 원권 돈다발을 입금하고, 또 입금하고 있었죠. 이 장면을 본 정 경감은 번뜩, 전화금융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5년 차 경찰의 촉이 발동한 겁니다.

일단 침착하게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정 경감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끌기 시작합니다. 자칫 출동 경찰관들이 오기 전에 남성이 입금을 끝내고 떠나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합니까?”

입금에 정신이 팔려있던 남성은 정 경감의 이 말에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결국, 먼저 일을 봐야겠다며 현금 입출금기를 차지한 정 경감은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자기 은행 일을 보는 것처럼 시간을 끌었습니다.남성에게 말대꾸를 유도해 돈을 입금하는 걸 멈추게 하고, 시간도 버는 기지를 발휘한 거죠.

곧 지구대 경찰관들과 강력팀 형사들이 도착했습니다. 확인 결과 정 경감의 촉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돈을 입금하고 있던 20대 남성 A 씨는 전화금융사기범죄 전달책이었습니다. A 씨가 입금하고 있던 돈, 그러니까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은 모두 2,400만 원이었는데요.

A 씨가 이 중 200만 원을 입금하던 중에 '촉'이 발동한 정 경감이 말을 걸었고, 나머지 돈을 보내려던 차에 정 경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던 거죠. 다행히 경찰은 남은 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35년의 경찰 생활 중 26년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의 재치가 빛났던 순간이었죠.

검거 모습을 지켜본 정 경감은 유유히 백신을 맞으러 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정 경감은 “은행 마감 시간대도 아니고, 충분히 은행에 가서 입금을 할 수 있는데도 현금 입출금기로 반복해서 입금하는 모습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꼈다.”고 그때를 설명하며 “시민들도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바로 신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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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접종 가던 베테랑 경찰관 ‘촉’에 딱 걸린 전화사기범
    • 입력 2021-12-17 10:51:46
    취재K
지난 15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 정찬오 경감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길을 가다 현금입출금기로 돈을 입금하는 남성을 발견하고 이를 지켜보는 모습.
코로나19 3차 접종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병원으로 향하던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정찬오 경감. 예약 시간에 맞춰 분주히 발길을 옮기던 정 경감의 눈에 뭔가 낯설면서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들어옵니다.

아파트 단지 앞 현금입출금기 부스 안에서 반복해서 뭔가를 하는 한 남성, 자세히 보니 5만 원권 돈다발을 입금하고, 또 입금하고 있었죠. 이 장면을 본 정 경감은 번뜩, 전화금융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5년 차 경찰의 촉이 발동한 겁니다.

일단 침착하게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정 경감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끌기 시작합니다. 자칫 출동 경찰관들이 오기 전에 남성이 입금을 끝내고 떠나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합니까?”

입금에 정신이 팔려있던 남성은 정 경감의 이 말에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결국, 먼저 일을 봐야겠다며 현금 입출금기를 차지한 정 경감은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자기 은행 일을 보는 것처럼 시간을 끌었습니다.남성에게 말대꾸를 유도해 돈을 입금하는 걸 멈추게 하고, 시간도 버는 기지를 발휘한 거죠.

곧 지구대 경찰관들과 강력팀 형사들이 도착했습니다. 확인 결과 정 경감의 촉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돈을 입금하고 있던 20대 남성 A 씨는 전화금융사기범죄 전달책이었습니다. A 씨가 입금하고 있던 돈, 그러니까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은 모두 2,400만 원이었는데요.

A 씨가 이 중 200만 원을 입금하던 중에 '촉'이 발동한 정 경감이 말을 걸었고, 나머지 돈을 보내려던 차에 정 경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던 거죠. 다행히 경찰은 남은 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35년의 경찰 생활 중 26년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의 재치가 빛났던 순간이었죠.

검거 모습을 지켜본 정 경감은 유유히 백신을 맞으러 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정 경감은 “은행 마감 시간대도 아니고, 충분히 은행에 가서 입금을 할 수 있는데도 현금 입출금기로 반복해서 입금하는 모습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꼈다.”고 그때를 설명하며 “시민들도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바로 신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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