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도 중간에서 사라진다”…어디까지 괜찮은 걸까

입력 2021.12.18 (08: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의 월급을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챈다면? 누구라도 분노할 것이다.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KBS는 故 김용균 3주기 기획보도의 하나로 하청 노동자의 급여 문제를 다뤘다. 화력발전소의 중간착취 의혹을 다룬 기사였지만, 다양한 업종에서 반응이 쏟아졌다.

[연관 기사] 월급의 절반이 중간에서 ‘지금도’ 사라진다(12월 10일)

1. "그런 걸 '똥띠기' 라고 해요"

'나도 비슷한 일을 당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업종은 전방위적이었다. 건설, 운수, 항공, 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만큼 '원청-하청-재하청'의 간접고용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간접고용에서는 중간 업체가 일정 비용을 간접노무비 또는 관리비로 떼가는 게 필연적이다.


특히, '똥띠기'(혹은 '똥떼기')라는 말이 댓글에 나왔다. 알아보니, 건설업계에서 쓰는 일종의 은어였다. 현장의 작업반장이 일용 노동자의 급여 일부를 떼가는 관행을 말한다. 계약내용에 따라 불법일 수도 있고, 합법일 수도 있다.

건설업의 '똥띠기'와 같은 관행이 매우 많은 업종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공감 댓글은 그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파견, 용역, 위탁 등 현장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간접고용이라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2. 간접고용, 최소한 340만 명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340만 명 가량이었다. 2년 새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적게 잡아 340만 명이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임금 노동자의 18% 수준이다. 적어도 월급쟁이 5명 중 1명은 간접고용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간접고용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댓글도 줄을 이었다. 간접고용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왜 회사가 굳이 간접고용을 고집하는지, 생생한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3. "하청업체도 할 말 있지요"

반면, 반론도 적지 않았다. 회사가 간접고용을 택하는 이유를 잘 보라고 꼬집었다.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해봐라 →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너무 강하다 → 비정규직을 쓸 수 밖에 없다 → 비정규직도 2년을 넘으면 정규직화 해야 한다 → 그러니 본사가 아닌 하청, 재하청의 비정규직을 택하는 것이다> 로 요약된다.


4. 정부가 정한 기준은 15%~20%선

종합하면 이렇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피해는 분명하다. 중간에 낀 회사가 너무 많은 비용을 떼가서 착취 수준에 이르는 경우 상당하다. 동시에 회사가 간접고용을 택하는 현실적 이유도 분명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소 34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간접고용을 단시간에 없앨 방법은 거의 없다. 경제 문제에 그런 해법은 대체로 없다. 설사 점진적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간접고용은 십수년에 걸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법이 정한 중간착취 수준의 과도한 공제만큼은 배격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공공부문에 한정된 것이긴 하나, 2017년 정부는 총액의 15% 정도를 적정 비용으로 간주했다. 쉽게 말해, 원청이 인건비로 100만 원을 내려보냈으면, 하청 업체가 15만 원까지 떼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85만 원이 하청 노동자의 적정임금이라는 얘기다.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2017년 7월 20일) 중 6쪽 발췌, 강조는 편집자주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2017년 7월 20일) 중 6쪽 발췌, 강조는 편집자주

이보다 앞서 2012년 서울시는 공공부문의 청소 직종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 고용을 검토하면서, 적정 임금을 인건비 도급액의 80%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뒤집어 보자면 총액의 20% 정도를 중간 업체가 떼가는 것까지는 적정 비용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이냐 민간이냐, 직종이 무엇이냐에 따라 적정한 공제 수준은 다를 수 있다.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기준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정도로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청이 책정한 인건비의 15%~20% 이상을 하청이 가져간다면, 노동자는 이상하다고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제기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기 쉽지 않으니까.

인포그래픽 :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내 월급도 중간에서 사라진다”…어디까지 괜찮은 걸까
    • 입력 2021-12-18 08:02:30
    취재K

나의 월급을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챈다면? 누구라도 분노할 것이다.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KBS는 故 김용균 3주기 기획보도의 하나로 하청 노동자의 급여 문제를 다뤘다. 화력발전소의 중간착취 의혹을 다룬 기사였지만, 다양한 업종에서 반응이 쏟아졌다.

[연관 기사] 월급의 절반이 중간에서 ‘지금도’ 사라진다(12월 10일)

1. "그런 걸 '똥띠기' 라고 해요"

'나도 비슷한 일을 당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업종은 전방위적이었다. 건설, 운수, 항공, 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만큼 '원청-하청-재하청'의 간접고용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간접고용에서는 중간 업체가 일정 비용을 간접노무비 또는 관리비로 떼가는 게 필연적이다.


특히, '똥띠기'(혹은 '똥떼기')라는 말이 댓글에 나왔다. 알아보니, 건설업계에서 쓰는 일종의 은어였다. 현장의 작업반장이 일용 노동자의 급여 일부를 떼가는 관행을 말한다. 계약내용에 따라 불법일 수도 있고, 합법일 수도 있다.

건설업의 '똥띠기'와 같은 관행이 매우 많은 업종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공감 댓글은 그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파견, 용역, 위탁 등 현장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간접고용이라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2. 간접고용, 최소한 340만 명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340만 명 가량이었다. 2년 새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적게 잡아 340만 명이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임금 노동자의 18% 수준이다. 적어도 월급쟁이 5명 중 1명은 간접고용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간접고용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댓글도 줄을 이었다. 간접고용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왜 회사가 굳이 간접고용을 고집하는지, 생생한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3. "하청업체도 할 말 있지요"

반면, 반론도 적지 않았다. 회사가 간접고용을 택하는 이유를 잘 보라고 꼬집었다.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해봐라 →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너무 강하다 → 비정규직을 쓸 수 밖에 없다 → 비정규직도 2년을 넘으면 정규직화 해야 한다 → 그러니 본사가 아닌 하청, 재하청의 비정규직을 택하는 것이다> 로 요약된다.


4. 정부가 정한 기준은 15%~20%선

종합하면 이렇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피해는 분명하다. 중간에 낀 회사가 너무 많은 비용을 떼가서 착취 수준에 이르는 경우 상당하다. 동시에 회사가 간접고용을 택하는 현실적 이유도 분명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소 34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간접고용을 단시간에 없앨 방법은 거의 없다. 경제 문제에 그런 해법은 대체로 없다. 설사 점진적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간접고용은 십수년에 걸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법이 정한 중간착취 수준의 과도한 공제만큼은 배격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공공부문에 한정된 것이긴 하나, 2017년 정부는 총액의 15% 정도를 적정 비용으로 간주했다. 쉽게 말해, 원청이 인건비로 100만 원을 내려보냈으면, 하청 업체가 15만 원까지 떼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85만 원이 하청 노동자의 적정임금이라는 얘기다.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2017년 7월 20일) 중 6쪽 발췌, 강조는 편집자주
이보다 앞서 2012년 서울시는 공공부문의 청소 직종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 고용을 검토하면서, 적정 임금을 인건비 도급액의 80%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뒤집어 보자면 총액의 20% 정도를 중간 업체가 떼가는 것까지는 적정 비용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이냐 민간이냐, 직종이 무엇이냐에 따라 적정한 공제 수준은 다를 수 있다.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기준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정도로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청이 책정한 인건비의 15%~20% 이상을 하청이 가져간다면, 노동자는 이상하다고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제기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기 쉽지 않으니까.

인포그래픽 :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