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가 기후위기 가속화?…“북극의 골칫거리”

입력 2021.12.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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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는 튼튼한 앞니로 나무를 잘라 댐을 만드는 모습으로 익숙한 동물입니다. '물 위의 건축가', '집짓기 명수'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보금자리도 만들어 냅니다.

최근 북극에서 비버 개체 수가 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우려할 만한 기후위기 현상이라고 합니다. 기후위기와 비버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 툰드라 서식 비버 20년 전보다 2배 증가…"북극의 골칫거리"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14일(현지시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추계회의에서 12개국 과학자 111명이 참여해 작성한 16번째 '북극 성적표'(Arctic Report Card)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12월 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고 그린란드 정상에서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으며, 툰드라 지역에서 비버 개체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알래스카 서쪽 툰드라 지역이 녹으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비버가 12,000여 마리로 급증했는데 20년 전의 두 배 수준입니다.


■ 비버가 만든 댐, 영구동토 녹여…기후위기 가속화

비버는 하천이나 늪지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댐과 수로를 만들어냅니다. 이 댐은 폭우 때 물을 저장하고, 가뭄 때 물을 흐르게 해서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상습 홍수 피해 지역인 리드브룩에 비버 가족을 방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버가 북극에서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겁니다. 비버가 만든 댐은 물을 가둬서 새로운 호수를 만들어 내는데, 이 호수는 북극의 영구동토를 녹게 만듭니다. 호수가 겨울의 찬 공기가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열을 많이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1년 내내 얼어있는 영구동토는 온실가스인 메탄을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영구동토가 녹게 되면서 저장돼 있던 메탄이 방출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 합니다. 비버가 북극을 녹이면서 지구의 온도까지 높이고 있는 겁니다.

비버에게도 사정은 있습니다. 툰드라 지역은 기존 서식지가 아니지만, 이곳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댐과 수로를 짓는 데 필요한 나무를 구하기 용이해졌습니다. 포식자도 없고 자원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이곳은 비버에게 매력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비버의 북극 접근성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개체 수가 늘고, 기후위기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면서 지반이 불안정해져 도로와 공항, 수송관 등이 피해를 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어류 등의 기존 생태계도 파괴되거나 바뀌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산이 녹고 있는 모습그린란드 빙산이 녹고 있는 모습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여름 북극 시베리아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면서 "북극보다 지중해에 더 적합한 기온이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WMO는 북극 시베리아에서 이례적으로 기온이 상승한 데다 광범위한 지역에 화재까지 일어나면서 빙하가 대규모로 녹아내려 2020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 새로운 북극 기록은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일련의 관측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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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버’가 기후위기 가속화?…“북극의 골칫거리”
    • 입력 2021-12-18 09:03:52
    세계는 지금

비버는 튼튼한 앞니로 나무를 잘라 댐을 만드는 모습으로 익숙한 동물입니다. '물 위의 건축가', '집짓기 명수'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보금자리도 만들어 냅니다.

최근 북극에서 비버 개체 수가 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우려할 만한 기후위기 현상이라고 합니다. 기후위기와 비버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 툰드라 서식 비버 20년 전보다 2배 증가…"북극의 골칫거리"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14일(현지시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추계회의에서 12개국 과학자 111명이 참여해 작성한 16번째 '북극 성적표'(Arctic Report Card)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12월 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고 그린란드 정상에서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으며, 툰드라 지역에서 비버 개체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알래스카 서쪽 툰드라 지역이 녹으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비버가 12,000여 마리로 급증했는데 20년 전의 두 배 수준입니다.


■ 비버가 만든 댐, 영구동토 녹여…기후위기 가속화

비버는 하천이나 늪지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댐과 수로를 만들어냅니다. 이 댐은 폭우 때 물을 저장하고, 가뭄 때 물을 흐르게 해서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상습 홍수 피해 지역인 리드브룩에 비버 가족을 방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버가 북극에서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겁니다. 비버가 만든 댐은 물을 가둬서 새로운 호수를 만들어 내는데, 이 호수는 북극의 영구동토를 녹게 만듭니다. 호수가 겨울의 찬 공기가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열을 많이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1년 내내 얼어있는 영구동토는 온실가스인 메탄을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영구동토가 녹게 되면서 저장돼 있던 메탄이 방출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 합니다. 비버가 북극을 녹이면서 지구의 온도까지 높이고 있는 겁니다.

비버에게도 사정은 있습니다. 툰드라 지역은 기존 서식지가 아니지만, 이곳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댐과 수로를 짓는 데 필요한 나무를 구하기 용이해졌습니다. 포식자도 없고 자원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이곳은 비버에게 매력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비버의 북극 접근성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개체 수가 늘고, 기후위기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면서 지반이 불안정해져 도로와 공항, 수송관 등이 피해를 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어류 등의 기존 생태계도 파괴되거나 바뀌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산이 녹고 있는 모습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여름 북극 시베리아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면서 "북극보다 지중해에 더 적합한 기온이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WMO는 북극 시베리아에서 이례적으로 기온이 상승한 데다 광범위한 지역에 화재까지 일어나면서 빙하가 대규모로 녹아내려 2020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 새로운 북극 기록은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일련의 관측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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