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먹은 건 ‘유기견 독살용’ 간식…파키스탄 어린이 4명 사상

입력 2021.12.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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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자료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유기견 독살용' 간식 먹고 어린이 4명 사상

지난 1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신드주 카라치에서 어린이 4명이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에 주머니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안에 들어 있던 동그란 치즈볼 모양의 '라두'라는 간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구토와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살 소년이 목숨을 잃었고 여자 어린이 3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라두를 건네받아 먹은 성인 여성 1명도 같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볼뉴스 등 외신들은 이들이 먹은 게 유기견을 죽이기 위해 길에 놓으려고 준비한 독극물 간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광견병 등을 막기 위해 유기견을 독살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지자체 직원이 독살용으로 만든 간식을 자전거 주머니에 넣어둔 것을 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꺼내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데일리 파키스탄은 지난해에도 유기견 독살용 간식을 먹은 성인 여성과 그의 딸이 사망했다며 이 같은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 광견병 예방 위해 유기견 독살…"인도적 문제 해결 필요"

비극적인 사건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에서는 유기견 독살 캠페인이 옳은 방법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5만 마리의 유기견이 지자체에 의해 사살되거나 독살되고 있습니다.

유기견 독살의 목적은 광견병 예방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매년 최대 5천 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하며, 이들은 대부분 백신이 제공되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문화도 유기견 독살이 용인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파키스탄의 국교인 이슬람교가 개를 부정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카라치시에서 유기견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중성화 시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수의사 나심 살라우딘은 "주민들이 광견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개를 죽이는 것도 똑같이 비난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자체가 동물을 불쌍히 여기고, 인도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카라치의 동물보호단체는 아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뒤 "어떤 종류의 폭력도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유기견 독살 캠페인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지역 활동가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전문적인 트랩을 설치하고 중성화 수술과 백신 접종 등의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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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먹은 건 ‘유기견 독살용’ 간식…파키스탄 어린이 4명 사상
    • 입력 2021-12-19 10:01:19
    세계는 지금
자료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유기견 독살용' 간식 먹고 어린이 4명 사상

지난 1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신드주 카라치에서 어린이 4명이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에 주머니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안에 들어 있던 동그란 치즈볼 모양의 '라두'라는 간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구토와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살 소년이 목숨을 잃었고 여자 어린이 3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라두를 건네받아 먹은 성인 여성 1명도 같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볼뉴스 등 외신들은 이들이 먹은 게 유기견을 죽이기 위해 길에 놓으려고 준비한 독극물 간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광견병 등을 막기 위해 유기견을 독살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지자체 직원이 독살용으로 만든 간식을 자전거 주머니에 넣어둔 것을 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꺼내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데일리 파키스탄은 지난해에도 유기견 독살용 간식을 먹은 성인 여성과 그의 딸이 사망했다며 이 같은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 광견병 예방 위해 유기견 독살…"인도적 문제 해결 필요"

비극적인 사건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에서는 유기견 독살 캠페인이 옳은 방법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5만 마리의 유기견이 지자체에 의해 사살되거나 독살되고 있습니다.

유기견 독살의 목적은 광견병 예방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매년 최대 5천 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하며, 이들은 대부분 백신이 제공되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문화도 유기견 독살이 용인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파키스탄의 국교인 이슬람교가 개를 부정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카라치시에서 유기견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중성화 시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수의사 나심 살라우딘은 "주민들이 광견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개를 죽이는 것도 똑같이 비난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자체가 동물을 불쌍히 여기고, 인도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카라치의 동물보호단체는 아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뒤 "어떤 종류의 폭력도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유기견 독살 캠페인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지역 활동가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전문적인 트랩을 설치하고 중성화 수술과 백신 접종 등의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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