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범 26명이나 붙잡은 ‘현금입출금기’…비밀은?

입력 2021.12.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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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 의심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 전달책 10대 남성 체포전화금융사기 의심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 전달책 10대 남성 체포

부산의 한 은행 현금 입출금기에서 지난 석 달 동안 전화금융 사기범들이 잇따라 붙잡혔습니다. 무려 26명에 달합니다. 도대체 이 현금 입출금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요?

이 현금 입출금기가 있는 곳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입니다. 7차선 대로변이지만, 인도 폭이 넓어 현금 입출금기는 행인이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조금 외진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전화금융 사기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8월 25일이었습니다. 누군가 다량의 현금을 쌓아두고 현금입출금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곳에서 전화금융사기 전달책인 A 씨를 검거했습니다.

지난 9월 9일에는 같은 날, 이 현금 입출금기에서 2명이 잇따라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반쯤 누군가 돈을 계속 보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전달책인 10대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2시간 뒤인 오후 1시 반쯤에도 누군가 다시 돈을 찾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10대 남성을 붙잡고, 현금 575만 원도 압수했습니다.

부산 동래의 현금입출금기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 경찰은 석 달여 동안 피해금 5억 원을 회수했다.부산 동래의 현금입출금기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 경찰은 석 달여 동안 피해금 5억 원을 회수했다.

■ 불나방처럼 모이는 사기범들…검거 기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일은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특이한 건 이후로도 같은 현금 입출금기에서 전화금융사기범이 붙잡히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화금융사기범들이 불나방처럼 이 현금 입출금기로 모여들어 붙잡히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사정은 조금 허무할 정도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동래구와 한 은행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게 바로 이곳의 현금 입출금기라는 거죠.

보통 전화금융사기범 총책들은 해외에 있는 탓에 인터넷에서 가장 상단에 검색되는 현금 입출금기를 찾아서 조직원들에게 돈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 같다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운영 방식도 한몫했습니다. 누가 누군지 모르니 잡혀도 서로 정보 공유가 안 된다는 거죠.


부산 동래구 한 현금입출금기에 경찰이 출동한 모습. 이곳에서 3개월 동안 25명 검거부산 동래구 한 현금입출금기에 경찰이 출동한 모습. 이곳에서 3개월 동안 25명 검거

■ 투철한 신고 정신 빛나…경찰 "적극적인 신고" 당부

전화금융 사기범 검거를 가능하게 한 건 바로 투철한 신고 정신입니다. 이 현금 입출금기와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 관계자들은 의심 사례가 발견될 때마다 경찰에 신고를 해왔습니다.

지나가다 누군가 많은 현금을 입금하거나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112를 눌렀던 거죠.

전화금융사기범들의 ‘단골집’을 알게 된 경찰 역시 이곳을 순찰 노선으로 지정해 신속 출동이 가능하게끔 했습니다. 빠른 조치로 피해금도 5억 원이나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전화금융사기범을 붙잡는데 활약한 시민 6명에게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또 "으슥한 현금 입출금기는 특히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활용되기 쉽다"며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신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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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금융사기범 26명이나 붙잡은 ‘현금입출금기’…비밀은?
    • 입력 2021-12-20 18:22:34
    취재K
전화금융사기 의심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 전달책 10대 남성 체포
부산의 한 은행 현금 입출금기에서 지난 석 달 동안 전화금융 사기범들이 잇따라 붙잡혔습니다. 무려 26명에 달합니다. 도대체 이 현금 입출금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요?

이 현금 입출금기가 있는 곳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입니다. 7차선 대로변이지만, 인도 폭이 넓어 현금 입출금기는 행인이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조금 외진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전화금융 사기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8월 25일이었습니다. 누군가 다량의 현금을 쌓아두고 현금입출금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곳에서 전화금융사기 전달책인 A 씨를 검거했습니다.

지난 9월 9일에는 같은 날, 이 현금 입출금기에서 2명이 잇따라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반쯤 누군가 돈을 계속 보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전달책인 10대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2시간 뒤인 오후 1시 반쯤에도 누군가 다시 돈을 찾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10대 남성을 붙잡고, 현금 575만 원도 압수했습니다.

부산 동래의 현금입출금기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 경찰은 석 달여 동안 피해금 5억 원을 회수했다.
■ 불나방처럼 모이는 사기범들…검거 기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일은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특이한 건 이후로도 같은 현금 입출금기에서 전화금융사기범이 붙잡히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화금융사기범들이 불나방처럼 이 현금 입출금기로 모여들어 붙잡히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사정은 조금 허무할 정도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동래구와 한 은행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게 바로 이곳의 현금 입출금기라는 거죠.

보통 전화금융사기범 총책들은 해외에 있는 탓에 인터넷에서 가장 상단에 검색되는 현금 입출금기를 찾아서 조직원들에게 돈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 같다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운영 방식도 한몫했습니다. 누가 누군지 모르니 잡혀도 서로 정보 공유가 안 된다는 거죠.


부산 동래구 한 현금입출금기에 경찰이 출동한 모습. 이곳에서 3개월 동안 25명 검거
■ 투철한 신고 정신 빛나…경찰 "적극적인 신고" 당부

전화금융 사기범 검거를 가능하게 한 건 바로 투철한 신고 정신입니다. 이 현금 입출금기와 가까운 곳에 있는 건물 관계자들은 의심 사례가 발견될 때마다 경찰에 신고를 해왔습니다.

지나가다 누군가 많은 현금을 입금하거나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112를 눌렀던 거죠.

전화금융사기범들의 ‘단골집’을 알게 된 경찰 역시 이곳을 순찰 노선으로 지정해 신속 출동이 가능하게끔 했습니다. 빠른 조치로 피해금도 5억 원이나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전화금융사기범을 붙잡는데 활약한 시민 6명에게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또 "으슥한 현금 입출금기는 특히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활용되기 쉽다"며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신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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