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김건희 대응’·‘신지예 영입’ 두고 尹 선대위 또 ‘시끌’

입력 2021.12.20 (18:28) 수정 2021.12.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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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또다시 시끄럽습니다. 당 대표와 선대위 핵심 인사가 반(半)공개적으로 언성을 높이고, 깜짝 영입 인사를 두고도 갈등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 선대위서 '고성' …이준석·조수진 충돌

20일 비공개 선대위 회의장 밖으로 난데없이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참석자들의 '백 브리핑'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일부 기자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소리였습니다.

고성의 주인공은 이준석 대표. 상대는 조수진 최고위원이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이준석 대표는 지난주 내내 윤 후보를 따라다녔던 부인 김건희 씨 허위 경력 의혹을 두고 "선대위 차원의 대응 기조를 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권성동 사무총장 등 다른 참석자들이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논의하면 오히려 중구난방식으로 정리가 안 될 수 있다"며 회의가 마무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전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뒤늦게 참석하며 일어났습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 최고위원이 윤석열 후보의 말을 전했는데, 핵심은 '아내에 대한 사과는 후보 몫이지만, 사과했는데도 원내에서 의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 서운하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회의 참석자 사이에선 오히려 서운하다는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구체적인 정보 공유도 해주지 않고, 선대위에서 전략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의원들 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 "내가 왜 그쪽 말 듣나" vs "누구 말 듣나"

양측의 갈등은 이준석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차원에서 김 씨 의혹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메시지가 안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보단은 '윤핵관발 기사' 대응이나 잘하라고 했고,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고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그러면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되물었고, 조 최고위원은 "나는 윤석열 후보 말만 듣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겁니다.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이 대표는 "선대위 업무 지시 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선대위 운영 체계를 바로잡고자 이야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모든 게 제가 부족한 탓"이라면서도 "공보단장은 대선 후보 직속이다. 선거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그동안 갈등을 이어왔던 '이준석 대 조수진'의 다툼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선대위 조직이 커지며 내부 의사소통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는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 아니냐는 겁니다.

특히,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논란 대응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20일 MBC 뉴스외전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위 차원의 방침 자체가 모호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조기에 개선되지 않으면 "선대위는 필요없다"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정치를 하다 보면 같은 당이나 선거조직 안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군사 작전하듯이 일사분란하게 하겠나.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느냐"고 밝혔습니다.


■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갈등의 씨앗?

'몸집 불리기'에 나선 선대위는 또 다른 파열음도 낳았습니다.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는 20일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신지예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으로 깜짝 영입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신 부위원장 영입의 의미를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토론해서 결론이 도출돼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부위원장은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잃지 않으며 설득하고 협력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젠더 문제' 등 여러 사안을 두고 극명한 의견 차를 보였던 이준석 대표와 신지예 부위원장이 또 다른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준석 대표는 당장 신 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두고 "별다른 의견이 없다"며 불편함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선의를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역할 해줬으면 한다"면서도, 또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선 "강성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행보를 한다면 구성원들이 강한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홍준표 "선대위, 김종인·김한길·파리떼 그룹"

신지예 부위원장 영입을 두고선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경선 과정에 윤석열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은 "젠더 갈등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면서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무슨 요리법처럼 여기 저기서 한 스푼씩 넣는다고 청년 지지가 확 살아 오르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선에서 윤 후보와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도 신 대표의 합류에 대해 "잡탕밥도 찾는 사람 있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홍 의원은 "밖에서 보면 우리 당 선대위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김종인 총괄 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 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이라며 민주당 선대위는 '슬림 선대위'로 전환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과 다르게 국민의힘 선대위는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선을 79일 앞두고 다시 터져 나온 국민의힘 선대위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가 밖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윤석열 후보, 그리고 선대위 관계자들이 내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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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김건희 대응’·‘신지예 영입’ 두고 尹 선대위 또 ‘시끌’
    • 입력 2021-12-20 18:28:54
    • 수정2021-12-20 18:30:58
    여심야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또다시 시끄럽습니다. 당 대표와 선대위 핵심 인사가 반(半)공개적으로 언성을 높이고, 깜짝 영입 인사를 두고도 갈등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 선대위서 '고성' …이준석·조수진 충돌

20일 비공개 선대위 회의장 밖으로 난데없이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참석자들의 '백 브리핑'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일부 기자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소리였습니다.

고성의 주인공은 이준석 대표. 상대는 조수진 최고위원이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이준석 대표는 지난주 내내 윤 후보를 따라다녔던 부인 김건희 씨 허위 경력 의혹을 두고 "선대위 차원의 대응 기조를 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권성동 사무총장 등 다른 참석자들이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논의하면 오히려 중구난방식으로 정리가 안 될 수 있다"며 회의가 마무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전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뒤늦게 참석하며 일어났습니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 최고위원이 윤석열 후보의 말을 전했는데, 핵심은 '아내에 대한 사과는 후보 몫이지만, 사과했는데도 원내에서 의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 서운하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회의 참석자 사이에선 오히려 서운하다는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구체적인 정보 공유도 해주지 않고, 선대위에서 전략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의원들 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 "내가 왜 그쪽 말 듣나" vs "누구 말 듣나"

양측의 갈등은 이준석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차원에서 김 씨 의혹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메시지가 안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보단은 '윤핵관발 기사' 대응이나 잘하라고 했고,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고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그러면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되물었고, 조 최고위원은 "나는 윤석열 후보 말만 듣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겁니다.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이 대표는 "선대위 업무 지시 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선대위 운영 체계를 바로잡고자 이야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모든 게 제가 부족한 탓"이라면서도 "공보단장은 대선 후보 직속이다. 선거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그동안 갈등을 이어왔던 '이준석 대 조수진'의 다툼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선대위 조직이 커지며 내부 의사소통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는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 아니냐는 겁니다.

특히,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논란 대응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20일 MBC 뉴스외전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위 차원의 방침 자체가 모호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조기에 개선되지 않으면 "선대위는 필요없다"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정치를 하다 보면 같은 당이나 선거조직 안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군사 작전하듯이 일사분란하게 하겠나.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느냐"고 밝혔습니다.


■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갈등의 씨앗?

'몸집 불리기'에 나선 선대위는 또 다른 파열음도 낳았습니다.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는 20일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신지예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으로 깜짝 영입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신 부위원장 영입의 의미를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토론해서 결론이 도출돼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부위원장은 "민주주의는 당연히 충돌과 대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잃지 않으며 설득하고 협력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젠더 문제' 등 여러 사안을 두고 극명한 의견 차를 보였던 이준석 대표와 신지예 부위원장이 또 다른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준석 대표는 당장 신 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두고 "별다른 의견이 없다"며 불편함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선의를 의심할 생각은 없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역할 해줬으면 한다"면서도, 또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선 "강성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행보를 한다면 구성원들이 강한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홍준표 "선대위, 김종인·김한길·파리떼 그룹"

신지예 부위원장 영입을 두고선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경선 과정에 윤석열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은 "젠더 갈등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면서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무슨 요리법처럼 여기 저기서 한 스푼씩 넣는다고 청년 지지가 확 살아 오르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선에서 윤 후보와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도 신 대표의 합류에 대해 "잡탕밥도 찾는 사람 있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홍 의원은 "밖에서 보면 우리 당 선대위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김종인 총괄 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 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이라며 민주당 선대위는 '슬림 선대위'로 전환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과 다르게 국민의힘 선대위는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선을 79일 앞두고 다시 터져 나온 국민의힘 선대위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가 밖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윤석열 후보, 그리고 선대위 관계자들이 내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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