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제3차 종합계획 ‘논란’…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21.12.20 (19:29) 수정 2021.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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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내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제주 미래 발전 전략을 담은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이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았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기자]

네, 지난해 6월 연구에 들어간 용역진이 1년여 끝에 최종보고서를 냈죠.

제주도가 올해 8월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뒤 바로 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에서 3차례 심의를 하는 진통 끝에 지난주 수요일 본회의에서 가결 시켰습니다.

[앵커]

도의회 동의를 받았으니까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건가요?

[기자]

제주도지사가 곧 고시하고, 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와 제주도교육감, JDC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데요.

이달 말 만료되는 2차 종합계획에 이어 3차 종합계획은 다음 달부터 10년간 시행에 들어갑니다.

[앵커]

그런데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하면 제주개발과 관련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제주도지사는 제주특별법과 시행령에 따라 이 종합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해야 합니다.

법률에서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계획이다, 그래서 법정계획이라고 부르는데요.

군사 계획을 제외하고 어떤 다른 법령에 따른 제주개발계획보다 우선합니다.

그래서 제주개발과 관련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앵커]

종합계획에 담으면 바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건가요?

[기자]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법적인 강제성을 가지려면 사업마다 따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계획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제주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으로 보면 됩니다.

제주도지사에게 이 방향으로 사업을 집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래도 법률에 따라 정한 계획인데 국가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로는 이용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적용했던 2차 종합계획의 핵심사업 가운데 실제 투자는 겨우 3%에 그쳤습니다.

종합계획에 담겨 있다고 해서 국가 예산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 해도 3차 종합계획에선 예산 확보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죠.

재원 없이 계획을 실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용역진이 내놓은 초안에는 110개 사업에 국비와 도비 8조, 민간 투자 8조 등 16조 원가량을 제시했습니다.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10개 사업을 추가하면서 4조 원이 더 늘었죠.

민간 투자는 그대로고 국비와 도비가 증가했는데요.

앞으로 10년간 세금으로만 12조 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용역진은 예산 확보를 위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등과 함께 종합계획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근거를 명문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는 했습니다.

[앵커]

결국, 제주특별법에 새로운 조항을 넣자는 얘기네요.

가능할까요?

[기자]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게 결국,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종합계획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 마련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다른 지방에서 우리는 왜 안 해주느냐?

이런 형평성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제주도만 종합계획을 세우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다른 도의 종합계획 수립 근거와 절차와 비교해보면 이 논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토기본법에 따라 20년 단위로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광역자치단체도 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죠.

제주도는 국토기본법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다른 도종합계획은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만, 제주는 특별하게 도의회 동의만 받으면 됩니다.

[앵커]

절차는 제주도가 더 간편하네요.

이게 좋은 건가요?

[기자]

이 점이 특별자치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승인 절차를 거쳤을 경우엔 국비 지원을 거부할 명분이 좀 떨어지겠죠.

제주의 경우엔 제주에서 알아서 정한 계획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를 겁니다.

과거엔, 그러니까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과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선 제주종합계획에 대해 도의회 동의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까지 받도록 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대통령 결재 사항이니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주장할 명분이나마 있었겠죠.

그런데 이게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바뀌면서 제주에선 도의회 동의만으로 종합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간소화 한겁니다.

[앵커]

자치 정신을 살렸다고 봐야겠네요?

[기자]

그런 취지입니다.

지방자치 시대에 계획수립권을 온전히 지역에 돌려준 것이기에 환영할만한 제도 변화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권을 그대로 쥔 상태에서 계획권만 제주에 넘겨 주다 보니 계획 따로 예산 따로라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절차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종합계획 내용에 대한 논란을 짚어보죠.

사실 너무 방대한 내용을 담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혼란스러워요.

[기자]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그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을까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백가쟁명식으로 주장을 펼지다 보니, 비전 따로 세부 사업 따로 누더기 계획이 되고 있는 거죠.

[앵커]

이번에 비전을 보니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사회'로 정했던데요

[기자]

네, 용역진은 그 의미를 도민 삶의 질 향상, 아름다운 자연 환경 보존과 관리, 제주 특성에 부합하는 혁신적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국제자유도시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이 비전을 실행하겠다며 내세운 핵심사업이 18가지입니다.

이 핵심사업에 국비와 도비 3조 9천억 원과 민간 투자를 합해 9조 8천억 원을 2031년까지 투자하겠다는 건데요.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공적 투자를 하는 사업이 외곽 순환도로와 환승 허브 구축입니다.

현재 중산간 도로를 확장하는 이 사업은 지속가능한 제주 비전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죠.

그런데 이 사업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이 얼마냐 하면 1조 2천억 원, 18개 전체 핵심사업 투자 공적자금의 무려 30%를 차지합니다.

[앵커]

도로를 확장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막히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도 아직도 도로 공급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군요.

[기자]

종합계획안이 700페이지가 넘는데요.

이 문서에서 도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백 개가 넘습니다.

반면에 개발이익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단 두 번 나옵니다.

개발이익 환수금 중 일부를 활용해서 취약가구 주거지원을 위한 기금을 만들자는 내용이 전붑니다.

현재 종합계획의 문제의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앵커]

개발이익 환수 문제는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도민사회에서 나온 요구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사회적 요구 때문에 국제자유도시 계획의 기본 골격이 됐던 2000년 존스랑라살르 용역에서도 땅값과 개발이익 문제에 대해 세심한 고려를 주문했습니다.

실수요자 토지소유를 핵심 원칙으로 하고 부동산 실명제 철저 시행과 토지거래허가구역제, 부동산 대책본부 설치, 종합토지세 과표 현실화, 개발부담금 부과, 공공시설 예정지 공공보유 토지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2002년에서 10년간의 제1차 제주종합계획 역시 개발이익 환수와 지역화를 꽤 중요한 주제로 다뤘습니다.

대규모 토지는 공영개발로 추진하고 장기임대 방식으로 토지 소유와 이용을 분리하며, 토지이용권 분양 방식으로 소유권을 유보하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1차 종합계획 보완계획을 시작으로 개발이익 환수라는 단어는 2차 종합계획에서 3번, 3차 종합계획에서 두 번만 언급할 정도로 문제의식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앵커]

2002년 국제자유도시 계획에도 따듯한 내용들이 꽤 담겨 있었네요.

그런데 이 계획 중에 실제로 시행된 것은 없어 보여요?

[기자]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시행하는 건 제주도 공무원이죠.

계획의 취지와 세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종합계획은 창고에 쌓아둔 허명의 문서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여준 여론조사가 있죠.

제주도의회가 여론조사기관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9월 27일부터 닷새간 제주도 공무원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한 종합계획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못 미쳤고,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 55%를 넘었습니다.

물론 이번 조사에 공무직 200명과 8, 9급 공무원 300여 명이 포함되긴 했지만 6급 공무원 중에서도 30% 가까이, 5급 이상 공무원 중에서도 10% 이상이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앵커]

공무원들이 700페이지 넘는 내용을 모두 알고 있을 필요야 없겠지만, 최소한 자기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당연한 말씀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 거죠.

[앵커]

정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까요?

[기자]

종합계획을 정했다고 그대로 꼭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황 변화를 감안해서 법률에도 변경 절차를 규정하고 있거든요.

현재 도정 공백 상태를 참작하면 차기 도정에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차기 도정에게 종합계획 문제를 이렇게 풀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신다면요?

[기자]

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 수렴을 위해 주민참여를 보장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겠죠.

두 번째는 연구용역에 관한 방법의 문젭니다.

그동안 제주개발과 관련된 연구용역진을 보면 91년 제주개발특별법 당시엔 외국컨설팅 회사 벡텔, 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도 역시 외국 컨설팅회사인 존스랑라살르, 2차 종합계획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이번 3차 종합계획에서 국토연구원 등이 맡았습니다.

도 외의 눈으로 볼 경우 물론 장점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계획을 제출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끝냅니다.

실행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죠.

[앵커]

이런 연구를 하라고 만든 기관이 제주연구원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주연구원도 1차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맡았고, 2차, 3차 종합계획 수립에도 보조적으로 참여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책임 있는 연구를 해야 하고, 특히 실행단계도 책임질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과 협업 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계획의 성공 여부는 좋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정치, 재정, 경영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내년 출범하는 새 도정에 기대해보기로 하고, 그때까지 제주도가 얼마나 잘 준비할지도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제주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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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돋보기] 제3차 종합계획 ‘논란’…어떻게 봐야 하나?
    • 입력 2021-12-20 19:29:59
    • 수정2021-12-20 20:00:03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내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제주 미래 발전 전략을 담은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이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았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기자]

네, 지난해 6월 연구에 들어간 용역진이 1년여 끝에 최종보고서를 냈죠.

제주도가 올해 8월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뒤 바로 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에서 3차례 심의를 하는 진통 끝에 지난주 수요일 본회의에서 가결 시켰습니다.

[앵커]

도의회 동의를 받았으니까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건가요?

[기자]

제주도지사가 곧 고시하고, 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와 제주도교육감, JDC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데요.

이달 말 만료되는 2차 종합계획에 이어 3차 종합계획은 다음 달부터 10년간 시행에 들어갑니다.

[앵커]

그런데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하면 제주개발과 관련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제주도지사는 제주특별법과 시행령에 따라 이 종합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해야 합니다.

법률에서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계획이다, 그래서 법정계획이라고 부르는데요.

군사 계획을 제외하고 어떤 다른 법령에 따른 제주개발계획보다 우선합니다.

그래서 제주개발과 관련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앵커]

종합계획에 담으면 바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건가요?

[기자]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법적인 강제성을 가지려면 사업마다 따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계획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제주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으로 보면 됩니다.

제주도지사에게 이 방향으로 사업을 집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래도 법률에 따라 정한 계획인데 국가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로는 이용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적용했던 2차 종합계획의 핵심사업 가운데 실제 투자는 겨우 3%에 그쳤습니다.

종합계획에 담겨 있다고 해서 국가 예산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 해도 3차 종합계획에선 예산 확보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죠.

재원 없이 계획을 실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용역진이 내놓은 초안에는 110개 사업에 국비와 도비 8조, 민간 투자 8조 등 16조 원가량을 제시했습니다.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10개 사업을 추가하면서 4조 원이 더 늘었죠.

민간 투자는 그대로고 국비와 도비가 증가했는데요.

앞으로 10년간 세금으로만 12조 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용역진은 예산 확보를 위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등과 함께 종합계획 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근거를 명문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는 했습니다.

[앵커]

결국, 제주특별법에 새로운 조항을 넣자는 얘기네요.

가능할까요?

[기자]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게 결국,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종합계획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 마련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다른 지방에서 우리는 왜 안 해주느냐?

이런 형평성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제주도만 종합계획을 세우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다른 도의 종합계획 수립 근거와 절차와 비교해보면 이 논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토기본법에 따라 20년 단위로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광역자치단체도 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죠.

제주도는 국토기본법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다른 도종합계획은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만, 제주는 특별하게 도의회 동의만 받으면 됩니다.

[앵커]

절차는 제주도가 더 간편하네요.

이게 좋은 건가요?

[기자]

이 점이 특별자치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승인 절차를 거쳤을 경우엔 국비 지원을 거부할 명분이 좀 떨어지겠죠.

제주의 경우엔 제주에서 알아서 정한 계획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를 겁니다.

과거엔, 그러니까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과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선 제주종합계획에 대해 도의회 동의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까지 받도록 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대통령 결재 사항이니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주장할 명분이나마 있었겠죠.

그런데 이게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바뀌면서 제주에선 도의회 동의만으로 종합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간소화 한겁니다.

[앵커]

자치 정신을 살렸다고 봐야겠네요?

[기자]

그런 취지입니다.

지방자치 시대에 계획수립권을 온전히 지역에 돌려준 것이기에 환영할만한 제도 변화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권을 그대로 쥔 상태에서 계획권만 제주에 넘겨 주다 보니 계획 따로 예산 따로라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절차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종합계획 내용에 대한 논란을 짚어보죠.

사실 너무 방대한 내용을 담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혼란스러워요.

[기자]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그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을까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백가쟁명식으로 주장을 펼지다 보니, 비전 따로 세부 사업 따로 누더기 계획이 되고 있는 거죠.

[앵커]

이번에 비전을 보니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사회'로 정했던데요

[기자]

네, 용역진은 그 의미를 도민 삶의 질 향상, 아름다운 자연 환경 보존과 관리, 제주 특성에 부합하는 혁신적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국제자유도시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이 비전을 실행하겠다며 내세운 핵심사업이 18가지입니다.

이 핵심사업에 국비와 도비 3조 9천억 원과 민간 투자를 합해 9조 8천억 원을 2031년까지 투자하겠다는 건데요.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공적 투자를 하는 사업이 외곽 순환도로와 환승 허브 구축입니다.

현재 중산간 도로를 확장하는 이 사업은 지속가능한 제주 비전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죠.

그런데 이 사업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이 얼마냐 하면 1조 2천억 원, 18개 전체 핵심사업 투자 공적자금의 무려 30%를 차지합니다.

[앵커]

도로를 확장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막히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도 아직도 도로 공급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군요.

[기자]

종합계획안이 700페이지가 넘는데요.

이 문서에서 도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백 개가 넘습니다.

반면에 개발이익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단 두 번 나옵니다.

개발이익 환수금 중 일부를 활용해서 취약가구 주거지원을 위한 기금을 만들자는 내용이 전붑니다.

현재 종합계획의 문제의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앵커]

개발이익 환수 문제는 1991년 제주개발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도민사회에서 나온 요구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사회적 요구 때문에 국제자유도시 계획의 기본 골격이 됐던 2000년 존스랑라살르 용역에서도 땅값과 개발이익 문제에 대해 세심한 고려를 주문했습니다.

실수요자 토지소유를 핵심 원칙으로 하고 부동산 실명제 철저 시행과 토지거래허가구역제, 부동산 대책본부 설치, 종합토지세 과표 현실화, 개발부담금 부과, 공공시설 예정지 공공보유 토지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2002년에서 10년간의 제1차 제주종합계획 역시 개발이익 환수와 지역화를 꽤 중요한 주제로 다뤘습니다.

대규모 토지는 공영개발로 추진하고 장기임대 방식으로 토지 소유와 이용을 분리하며, 토지이용권 분양 방식으로 소유권을 유보하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1차 종합계획 보완계획을 시작으로 개발이익 환수라는 단어는 2차 종합계획에서 3번, 3차 종합계획에서 두 번만 언급할 정도로 문제의식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앵커]

2002년 국제자유도시 계획에도 따듯한 내용들이 꽤 담겨 있었네요.

그런데 이 계획 중에 실제로 시행된 것은 없어 보여요?

[기자]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시행하는 건 제주도 공무원이죠.

계획의 취지와 세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종합계획은 창고에 쌓아둔 허명의 문서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여준 여론조사가 있죠.

제주도의회가 여론조사기관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9월 27일부터 닷새간 제주도 공무원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한 종합계획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못 미쳤고,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 55%를 넘었습니다.

물론 이번 조사에 공무직 200명과 8, 9급 공무원 300여 명이 포함되긴 했지만 6급 공무원 중에서도 30% 가까이, 5급 이상 공무원 중에서도 10% 이상이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앵커]

공무원들이 700페이지 넘는 내용을 모두 알고 있을 필요야 없겠지만, 최소한 자기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당연한 말씀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 거죠.

[앵커]

정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까요?

[기자]

종합계획을 정했다고 그대로 꼭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황 변화를 감안해서 법률에도 변경 절차를 규정하고 있거든요.

현재 도정 공백 상태를 참작하면 차기 도정에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차기 도정에게 종합계획 문제를 이렇게 풀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신다면요?

[기자]

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 수렴을 위해 주민참여를 보장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겠죠.

두 번째는 연구용역에 관한 방법의 문젭니다.

그동안 제주개발과 관련된 연구용역진을 보면 91년 제주개발특별법 당시엔 외국컨설팅 회사 벡텔, 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도 역시 외국 컨설팅회사인 존스랑라살르, 2차 종합계획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이번 3차 종합계획에서 국토연구원 등이 맡았습니다.

도 외의 눈으로 볼 경우 물론 장점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계획을 제출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끝냅니다.

실행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죠.

[앵커]

이런 연구를 하라고 만든 기관이 제주연구원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주연구원도 1차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맡았고, 2차, 3차 종합계획 수립에도 보조적으로 참여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책임 있는 연구를 해야 하고, 특히 실행단계도 책임질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과 협업 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계획의 성공 여부는 좋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정치, 재정, 경영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내년 출범하는 새 도정에 기대해보기로 하고, 그때까지 제주도가 얼마나 잘 준비할지도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제주 돋보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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