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에 앙심…둔기 난동에 인분 투척까지

입력 2021.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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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옛 연인을 상대로 한 보복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에서도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충남 보령에서도, 사람이 숨지진 않았지만 끔찍한 보복 범죄가 있었던 사실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습니다. 스토킹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한 남성이 앙심을 품고 피해 여성과 여성의 가족, 심지어 경찰관에게까지 보복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 스토킹으로 6백만 원 벌금형 받은 남성...피해 여성 부모 집 찾아가 협박

지난해 6월, 49살 남성 A 씨는 30대 여성 B 씨에게 일방적인 호감을 느끼고 스토킹 범행을 벌이다 주거침입죄 등으로 벌금 6백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A 씨는 피해 여성인 B 씨와 B 씨의 부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에게 앙심을 품게 됐는데요. 벌금형을 선고받고 6개월쯤 뒤, A 씨는 차를 몰고 충남 보령시에 있는 B 씨 부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경적을 울려 집에 B 씨 부모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차에서 길이 30cm가량의 둔기를 꺼내 들고 욕설과 함께 해치겠다며 소리를 지르고 돌아갔습니다.

A 씨의 이 같은 협박은 석 달 동안 7차례나 반복됐습니다.

■ 피해 여성 직장 찾아가 둔기 휘두르고 허위 사실 유포까지

피해 여성인 B 씨에게 한 행동은 훨씬 심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월 보령의 B 씨 직장까지 찾아갔는데요. B 씨가 앞서 스토킹 범행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문제 삼는 팻말을 몸 앞뒤로 메고 B 씨에게 다가가 둔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B 씨가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적은 종이를 들고 B 씨의 직장에 다시 찾아가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습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열흘 동안 각각 3차례씩 B 씨 직장에 찾아가 협박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했습니다.

■ 스토킹 사건 담당 경찰관 찾아가 인분 투척...경찰서에 협박 편지도 던져

보복은 앞서 스토킹 범행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에게도 이어졌습니다. A 씨는 해당 경찰관이 근무하는 파출소에 찾아가 사건을 편파적으로 수사했다며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인분을 파출소 현관문에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순찰차 유리창에도 인분을 뿌렸습니다.


또 며칠 뒤에는 보령경찰서를 찾아가 정문에서 큰소리로 욕설하고 담당 경찰관과 경찰관의 가족을 위협하는 내용을 적은 편지 3통을 던져 놓고 갔습니다. A 씨는 이런 범행을 하면서 승용차 번호판을 종이로 가린 채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 "죄질 지극히 불량"...특가법상 보복협박 등으로 징역 2년 실형 선고

A 씨는 결국 특가법상 보복협박과 특수협박, 공용물건손상, 명예훼손 등 각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범행에 사용한 둔기 3자루를 몰수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스토킹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위험한 물건을 들고 협박하는 등 죄질이 지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오랜 기간 범행으로 여러 피해자에게 가해진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 선고를 피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 "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기고 이해 못 할 변명"...항소 기각

1심 선고 뒤 A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습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는데요. 항소심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최후 진술 시점까지도 B 씨가 자신을 유혹하고 갑자기 배신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B 씨 부모 집을 찾아가 협박한 일을 두고는 일상적인 운동에 불과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까지 한 점을 보면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엄벌을 요청하는 점 등을 고려해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는데요. 이 사건의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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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 처벌에 앙심…둔기 난동에 인분 투척까지
    • 입력 2021-12-21 07:00:07
    취재K

최근 옛 연인을 상대로 한 보복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에서도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충남 보령에서도, 사람이 숨지진 않았지만 끔찍한 보복 범죄가 있었던 사실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습니다. 스토킹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한 남성이 앙심을 품고 피해 여성과 여성의 가족, 심지어 경찰관에게까지 보복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 스토킹으로 6백만 원 벌금형 받은 남성...피해 여성 부모 집 찾아가 협박

지난해 6월, 49살 남성 A 씨는 30대 여성 B 씨에게 일방적인 호감을 느끼고 스토킹 범행을 벌이다 주거침입죄 등으로 벌금 6백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A 씨는 피해 여성인 B 씨와 B 씨의 부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에게 앙심을 품게 됐는데요. 벌금형을 선고받고 6개월쯤 뒤, A 씨는 차를 몰고 충남 보령시에 있는 B 씨 부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경적을 울려 집에 B 씨 부모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차에서 길이 30cm가량의 둔기를 꺼내 들고 욕설과 함께 해치겠다며 소리를 지르고 돌아갔습니다.

A 씨의 이 같은 협박은 석 달 동안 7차례나 반복됐습니다.

■ 피해 여성 직장 찾아가 둔기 휘두르고 허위 사실 유포까지

피해 여성인 B 씨에게 한 행동은 훨씬 심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월 보령의 B 씨 직장까지 찾아갔는데요. B 씨가 앞서 스토킹 범행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문제 삼는 팻말을 몸 앞뒤로 메고 B 씨에게 다가가 둔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B 씨가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적은 종이를 들고 B 씨의 직장에 다시 찾아가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습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열흘 동안 각각 3차례씩 B 씨 직장에 찾아가 협박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했습니다.

■ 스토킹 사건 담당 경찰관 찾아가 인분 투척...경찰서에 협박 편지도 던져

보복은 앞서 스토킹 범행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에게도 이어졌습니다. A 씨는 해당 경찰관이 근무하는 파출소에 찾아가 사건을 편파적으로 수사했다며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인분을 파출소 현관문에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순찰차 유리창에도 인분을 뿌렸습니다.


또 며칠 뒤에는 보령경찰서를 찾아가 정문에서 큰소리로 욕설하고 담당 경찰관과 경찰관의 가족을 위협하는 내용을 적은 편지 3통을 던져 놓고 갔습니다. A 씨는 이런 범행을 하면서 승용차 번호판을 종이로 가린 채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 "죄질 지극히 불량"...특가법상 보복협박 등으로 징역 2년 실형 선고

A 씨는 결국 특가법상 보복협박과 특수협박, 공용물건손상, 명예훼손 등 각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범행에 사용한 둔기 3자루를 몰수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스토킹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위험한 물건을 들고 협박하는 등 죄질이 지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오랜 기간 범행으로 여러 피해자에게 가해진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 선고를 피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 "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기고 이해 못 할 변명"...항소 기각

1심 선고 뒤 A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습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는데요. 항소심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최후 진술 시점까지도 B 씨가 자신을 유혹하고 갑자기 배신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B 씨 부모 집을 찾아가 협박한 일을 두고는 일상적인 운동에 불과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까지 한 점을 보면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엄벌을 요청하는 점 등을 고려해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는데요. 이 사건의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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