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최저 투표율’ 홍콩, ‘미국 선택’ 타이완…그래도 중국은 마이웨이(My Way)!

입력 2021.12.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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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입법회 선거가 열린 12월 19일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함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홍콩 입법회 선거가 열린 12월 19일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함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것은 베이징이 (의원을) 선택하는 과정일 뿐이다."

홍콩 입법회 선거 결과에 대한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의 평가입니다. 과거 입법회 의원이었던 그는 현재 망명 중입니다.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져있습니다.

■ 홍콩 입법회 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 속 친중파가 석권

12월 19일 치러진 선거를 통해 홍콩의 의회격인 입법회 의석 90석 가운데 중도파 1석을 뺀 89석을 친중파가 석권했습니다. 제 1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 진영은 대부분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수가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수감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입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를 통과할 자신도 없어 포기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전인대를 통과한 홍콩 선거제 개편에 따라 출마자는 '애국자'인지 여부를 사전에 심사 받아야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 가시화된 것입니다.

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마했던 친중파 당선인들이 20일 자축 행사를 가졌다.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마했던 친중파 당선인들이 20일 자축 행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이번 홍콩 선거는 당선자보다 투표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투표율이 민심의 척도가 된 것입니다. 최종 투표율 30.2%.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뒤 치른 입법회 선거 가운데 역대 최저 투표율입니다. 앞서 2016년 입법회 선거(58.28%)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무효표도 많았습니다. 전체 투표 수의 2.04%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해외로 망명한 민주화 운동가들은 백지 투표와 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였습니다.

■ "체제에 대한 불신임" vs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

네이선 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 홍콩은 자율성과 자유, 민주주의를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교수는 "낮은 투표율은 체제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홍콩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평가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뒤 홍콩에서 뚜렷한 비판 언론과 대규모 시위가 사라진 상황에서 의회마저 획일화돼 정권의 거수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 역시 홍콩 선거 결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 7개국, G7 외교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 진영 인사들에 대한 탄압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중국 국무원이 12월 20일 공개한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 백서’.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일국양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홍콩 선거를 옹호했다.중국 국무원이 12월 20일 공개한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 백서’.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일국양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홍콩 선거를 옹호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입장은 확고부동합니다. 홍콩 선거 결과가 나온 12월 20일 중국 국무원은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백서를 냈습니다. 영국 통치 시기의 홍콩은 민주주의라 말할 수 없으며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뒤 홍콩 민주주의가 발전과 보완을 거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일국양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한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원 백서 내용 그대로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홍콩 선거 결과를 대대적으로 전했습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양질의 민주주의를 향한 확고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옹호했습니다. 관영매체들은 12월 20일 마침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은 마카오의 관련 행사 소식도 보도하며 중국의 일국양제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타이완 국민투표, '중국과 갈등' 집권당에 힘 실어

이처럼 힘을 바탕으로 가속화하는 '중국화'는 당장의 '안정'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본토 밖 중화권의 민심을 얻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한 시기 치러진 타이완 국민투표 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야당인 국민당 의원들이 의회에서 돼지 내장까지 내던지며 ‘락토파민’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했지만(오른쪽), 타이완 국민투표 결과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찬성해 차이잉원 총통(왼쪽)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나왔다.야당인 국민당 의원들이 의회에서 돼지 내장까지 내던지며 ‘락토파민’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했지만(오른쪽), 타이완 국민투표 결과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찬성해 차이잉원 총통(왼쪽)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나왔다.

18일 실시해 19일 결과가 나온 타이완 국민투표의 핵심 안건은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결정을 유지할지 여부였습니다. 야당 국민당이 '식품 안전', '국민 건강권' 등을 명분으로 반대하며 한때 여론조사에서도 유리한 듯 했지만 투표 결과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유지'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차이잉원 정부의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여부는 향후 타이완이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한걸음 더 접근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 방향을 타이완인들이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최저 투표율' 홍콩·'미국 선택' 타이완…힘 앞세운 '중국화'·'하나의 중국'에 도전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타이완의 집권 민진당이 야당일때는 락토파민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하더니 집권 후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붙들었다고도 비난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중국’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이 12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중국기자협회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과 언론상 수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중국’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이 12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중국기자협회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과 언론상 수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선 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중국의 압박에 대해 타이완인들이 반발한 결과라고 국민투표 의미를 해석하기도 합니다. 독립을 지향하며 중국과 대결 양상을 보여온 차이잉원 총통에게 힘이 실린 점도 중국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입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홍콩 입법회 선거와 미국 쪽에 기운 타이완의 국민투표 결과.

힘을 앞세운 '중국화'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반발과 도전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중국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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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최저 투표율’ 홍콩, ‘미국 선택’ 타이완…그래도 중국은 마이웨이(My Way)!
    • 입력 2021-12-21 14:03:26
    특파원 리포트
홍콩 입법회 선거가 열린 12월 19일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함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것은 베이징이 (의원을) 선택하는 과정일 뿐이다."

홍콩 입법회 선거 결과에 대한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의 평가입니다. 과거 입법회 의원이었던 그는 현재 망명 중입니다.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져있습니다.

■ 홍콩 입법회 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 속 친중파가 석권

12월 19일 치러진 선거를 통해 홍콩의 의회격인 입법회 의석 90석 가운데 중도파 1석을 뺀 89석을 친중파가 석권했습니다. 제 1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 진영은 대부분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수가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수감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입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를 통과할 자신도 없어 포기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전인대를 통과한 홍콩 선거제 개편에 따라 출마자는 '애국자'인지 여부를 사전에 심사 받아야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 가시화된 것입니다.

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마했던 친중파 당선인들이 20일 자축 행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이번 홍콩 선거는 당선자보다 투표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투표율이 민심의 척도가 된 것입니다. 최종 투표율 30.2%.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뒤 치른 입법회 선거 가운데 역대 최저 투표율입니다. 앞서 2016년 입법회 선거(58.28%)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무효표도 많았습니다. 전체 투표 수의 2.04%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해외로 망명한 민주화 운동가들은 백지 투표와 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였습니다.

■ "체제에 대한 불신임" vs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

네이선 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 홍콩은 자율성과 자유, 민주주의를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교수는 "낮은 투표율은 체제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홍콩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평가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뒤 홍콩에서 뚜렷한 비판 언론과 대규모 시위가 사라진 상황에서 의회마저 획일화돼 정권의 거수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 역시 홍콩 선거 결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 7개국, G7 외교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 진영 인사들에 대한 탄압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중국 국무원이 12월 20일 공개한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 백서’.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일국양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홍콩 선거를 옹호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입장은 확고부동합니다. 홍콩 선거 결과가 나온 12월 20일 중국 국무원은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백서를 냈습니다. 영국 통치 시기의 홍콩은 민주주의라 말할 수 없으며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뒤 홍콩 민주주의가 발전과 보완을 거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에 맞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일국양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한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원 백서 내용 그대로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홍콩 선거 결과를 대대적으로 전했습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양질의 민주주의를 향한 확고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옹호했습니다. 관영매체들은 12월 20일 마침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은 마카오의 관련 행사 소식도 보도하며 중국의 일국양제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타이완 국민투표, '중국과 갈등' 집권당에 힘 실어

이처럼 힘을 바탕으로 가속화하는 '중국화'는 당장의 '안정'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본토 밖 중화권의 민심을 얻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한 시기 치러진 타이완 국민투표 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야당인 국민당 의원들이 의회에서 돼지 내장까지 내던지며 ‘락토파민’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했지만(오른쪽), 타이완 국민투표 결과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찬성해 차이잉원 총통(왼쪽)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나왔다.
18일 실시해 19일 결과가 나온 타이완 국민투표의 핵심 안건은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결정을 유지할지 여부였습니다. 야당 국민당이 '식품 안전', '국민 건강권' 등을 명분으로 반대하며 한때 여론조사에서도 유리한 듯 했지만 투표 결과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유지'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차이잉원 정부의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여부는 향후 타이완이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한걸음 더 접근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 방향을 타이완인들이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최저 투표율' 홍콩·'미국 선택' 타이완…힘 앞세운 '중국화'·'하나의 중국'에 도전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타이완의 집권 민진당이 야당일때는 락토파민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하더니 집권 후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붙들었다고도 비난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중국’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이 12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중국기자협회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과 언론상 수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선 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중국의 압박에 대해 타이완인들이 반발한 결과라고 국민투표 의미를 해석하기도 합니다. 독립을 지향하며 중국과 대결 양상을 보여온 차이잉원 총통에게 힘이 실린 점도 중국 입장에선 뼈아픈 대목입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홍콩 입법회 선거와 미국 쪽에 기운 타이완의 국민투표 결과.

힘을 앞세운 '중국화'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반발과 도전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중국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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