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좌우 뒤집으니 같은 사진…‘지장물 철거’ 증빙 자료도 수상

입력 2021.12.21 (19:12) 수정 2021.12.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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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제로 하지도 않은 전봇대 철거 공사를 명목으로 재개발구역의 철거 계약이 부풀려진 정황에 대해 어제 보도해 드렸죠.

이 철거 업체가 작업 사진을 찍어 조합에 제출한 보고서를 KBS가 입수했는데, 공사를 한 주소가 다른데도 똑같은 사진이 첨부되는 등 이상한 점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조금만 살펴봐도 발견할 수 있었을 문제였지만 조합은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보고서를 근거로 철거비를 지급해 버렸는데요.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조합과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은 A 건설사가 전기와 통신 철거 등의 작업을 했다며 조합에 제출한 보고서들입니다.

74번지 일대에서 철거 작업을 한 증거로 전봇대와 작업자 사진을 올려 놨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좌우로 뒤집어 보니, 또 다른 보고서에 제출된 80-3번지 일대의 전력·통신선 폐쇄 작업 사진과 똑같습니다.

작업자가 전봇대 위에 올라가 있는 75-17번지의 작업 사진 역시, 좌우 반전을 시켜 보면 또 다른 보고서에 나와 있는 71번지의 작업 사진과 동일합니다.

이렇게 철거 작업을 한 주소가 다른데도, 똑같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이 10여 곳에서 발견됩니다.

조합 측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부가세를 포함해 총액 14억 원에 이르는 지장물 철거비를 A 건설사에 지급했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조합과 계약한 그 건설사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그거를 실제로 했다는 증빙 자료들이 정말로 진실인지, 이것들이 알고 싶은 거죠."]

지장물 철거 계약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지장물 철거 계약이 체결되기 전 이사회 회의에서도 "전봇대 철거는 한전이 맡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의가 나왔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계약이 진행됐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조합이 몰랐다. 모르고 계약했다. 이건 말이 안 되거든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걸 조합 임원들은 모를 수는 있으나, 그 감사는 그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거든요."]

건설사는 증빙 보고서의 오류에 대해 철거 작업 현장이 복잡해서 발생한 단순한 착오라고 해명했습니다.

재개발조합 측도 철거지의 주소별로 일일이 작업 사진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광주 북구청은 해당 조합의 지장물 철거 계약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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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좌우 뒤집으니 같은 사진…‘지장물 철거’ 증빙 자료도 수상
    • 입력 2021-12-21 19:12:25
    • 수정2021-12-21 20:01:09
    뉴스7(광주)
[앵커]

실제로 하지도 않은 전봇대 철거 공사를 명목으로 재개발구역의 철거 계약이 부풀려진 정황에 대해 어제 보도해 드렸죠.

이 철거 업체가 작업 사진을 찍어 조합에 제출한 보고서를 KBS가 입수했는데, 공사를 한 주소가 다른데도 똑같은 사진이 첨부되는 등 이상한 점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조금만 살펴봐도 발견할 수 있었을 문제였지만 조합은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보고서를 근거로 철거비를 지급해 버렸는데요.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조합과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은 A 건설사가 전기와 통신 철거 등의 작업을 했다며 조합에 제출한 보고서들입니다.

74번지 일대에서 철거 작업을 한 증거로 전봇대와 작업자 사진을 올려 놨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좌우로 뒤집어 보니, 또 다른 보고서에 제출된 80-3번지 일대의 전력·통신선 폐쇄 작업 사진과 똑같습니다.

작업자가 전봇대 위에 올라가 있는 75-17번지의 작업 사진 역시, 좌우 반전을 시켜 보면 또 다른 보고서에 나와 있는 71번지의 작업 사진과 동일합니다.

이렇게 철거 작업을 한 주소가 다른데도, 똑같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이 10여 곳에서 발견됩니다.

조합 측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부가세를 포함해 총액 14억 원에 이르는 지장물 철거비를 A 건설사에 지급했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조합과 계약한 그 건설사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그거를 실제로 했다는 증빙 자료들이 정말로 진실인지, 이것들이 알고 싶은 거죠."]

지장물 철거 계약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지장물 철거 계약이 체결되기 전 이사회 회의에서도 "전봇대 철거는 한전이 맡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의가 나왔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계약이 진행됐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조합이 몰랐다. 모르고 계약했다. 이건 말이 안 되거든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걸 조합 임원들은 모를 수는 있으나, 그 감사는 그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거든요."]

건설사는 증빙 보고서의 오류에 대해 철거 작업 현장이 복잡해서 발생한 단순한 착오라고 해명했습니다.

재개발조합 측도 철거지의 주소별로 일일이 작업 사진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광주 북구청은 해당 조합의 지장물 철거 계약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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