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북제재·코로나19’ 타격에도 ‘국산화’ 통해 ‘버티기’

입력 2021.12.22 (18:11) 수정 2021.12.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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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노동신문, ‘수도시민들에게 베풀어진 뜨거운 은정’12월 21일 노동신문, ‘수도시민들에게 베풀어진 뜨거운 은정’

■ 김정은 10년 '업적 띄우기'...주민 생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이해 북한은 연일 김 위원장의 업적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새시대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10년을 역사의 분화구로 하여 위대한 김정은시대가 장엄하게 솟구쳐올랐다"고 선전하며 삼지연시와 마식령 스키장 등 김 위원장 시대의 토목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또,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인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지점"이라며 "반만년을 뛰어넘어 위대한 김정은조선이 세계 위에 솟구쳐 올랐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21일 김 위원장이 평양시민들에게 물고기 공급을 지시했다며 "장군님의 사랑이 그대로 인민들에게 가닿도록 해주셨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숨지기 바로 전날인 2011년 12월 16일 밤 마지막 업무로 검토한 일이 물고기 공급이었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주기에 맞춰 대를 이어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연일 '김정은 10년'의 업적을 띄우고 있는 북한. 실제 주민들의 삶은 선전매체들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좋아졌을까요? 통일부에서 오늘(22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김정은 10년 동안의 경제를 되짚어 봤습니다.

■ 김정은 정권 초반기는 '양호', 후반기는 '제재·코로나19' 이중 충격

통일연구원의 최지영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성과는 집권 초반기와 후반기가 명확히 나뉜다. 초반기는 상당히 양호했지만, 후반기에 강력한 유엔 제재와 코로나19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정책도 '다른 나라 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자립적 경제건설 노선으로, 큰 틀에서는 앞선 시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김정일 시기보다는 실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선의 근본적 변화는 없었지만 경공업 국산화, 과학기술 정보화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중화학공업에 대한 지나친 자원배분을 지양하며 양호한 경제성장을 보였다는 겁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도 크게 활성화됐으며, 특히 농림어업 분야에서는 김정일 시대에 비해 생산량이 1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2017년 유엔 제재의 본격화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는 북한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유엔 제재는 주로 북한의 수출에 큰 타격을 주어 광업과 중공업의 성장률이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어서 코로나19까지 닥치며 수입 역시 급감했고,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농림어업, 경공업 분야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통일연구원 최지영 연구위원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의 경제현황’,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통일연구원 최지영 연구위원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의 경제현황’,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특히 유엔 제재만 있었던 2019년도까지는 민생경제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급감은 민생경제를 악화시킨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주요 수입품목이 민생과 직결된 식료 가공품이기 때문입니다. 국경 봉쇄로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콩기름, 설탕, 밀가루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국산화' 강조하며 '그럭저럭 버티기'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마비될 수준은 아니어서 당분간은 '그럭저럭 버티기'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최은주 연구위원은 "수입 중단이 오래가면 현 상황 정도의 경제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북한이 자신들의 국제적 입장을 전환시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현재 기반과 1990년대 경제기반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단기간에 대외적 정책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제재에 대처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국산화'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자본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소비재 중심의 국산화가 아니라 생산방식, 기술, 부품까지 모두 국산화 시켜서 자립경제를 이루려고 한다는 겁니다.

북한 락원기계종합기업소북한 락원기계종합기업소

다만 경공업 분야에서는 '국산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중화학 분야는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과도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이 아무리 국산화를 강조해도 100% 국산화가 적용된 공장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제재 하에서는 대외경제 활동이 많아지기 어렵고, 이게 경제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의 핵심인 원유와 비료에 주목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1990년대 경제위기는 원유와 비료의 공급이 1990년 초에 비해서 크게 감소하면서 제조업과 농업의 악화로 이어진 것"이라며 북한 경제가 마비에 이르는 수준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지금 전체적인 수입은 크게 감소했지만 원유는 도입이 되고 있고, 비료도 김정은 집권 후 국내 생산량이 늘었으며 올해도 해상을 통해 비료를 수입했다"며 "제재와 코로나19 상황에도 경제 침체는 있겠지만 산업 마비 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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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12-22 18: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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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노동신문, ‘수도시민들에게 베풀어진 뜨거운 은정’
■ 김정은 10년 '업적 띄우기'...주민 생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이해 북한은 연일 김 위원장의 업적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새시대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10년을 역사의 분화구로 하여 위대한 김정은시대가 장엄하게 솟구쳐올랐다"고 선전하며 삼지연시와 마식령 스키장 등 김 위원장 시대의 토목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또,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인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지점"이라며 "반만년을 뛰어넘어 위대한 김정은조선이 세계 위에 솟구쳐 올랐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21일 김 위원장이 평양시민들에게 물고기 공급을 지시했다며 "장군님의 사랑이 그대로 인민들에게 가닿도록 해주셨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숨지기 바로 전날인 2011년 12월 16일 밤 마지막 업무로 검토한 일이 물고기 공급이었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주기에 맞춰 대를 이어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연일 '김정은 10년'의 업적을 띄우고 있는 북한. 실제 주민들의 삶은 선전매체들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좋아졌을까요? 통일부에서 오늘(22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김정은 10년 동안의 경제를 되짚어 봤습니다.

■ 김정은 정권 초반기는 '양호', 후반기는 '제재·코로나19' 이중 충격

통일연구원의 최지영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성과는 집권 초반기와 후반기가 명확히 나뉜다. 초반기는 상당히 양호했지만, 후반기에 강력한 유엔 제재와 코로나19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정책도 '다른 나라 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자립적 경제건설 노선으로, 큰 틀에서는 앞선 시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김정일 시기보다는 실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선의 근본적 변화는 없었지만 경공업 국산화, 과학기술 정보화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중화학공업에 대한 지나친 자원배분을 지양하며 양호한 경제성장을 보였다는 겁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도 크게 활성화됐으며, 특히 농림어업 분야에서는 김정일 시대에 비해 생산량이 1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2017년 유엔 제재의 본격화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는 북한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유엔 제재는 주로 북한의 수출에 큰 타격을 주어 광업과 중공업의 성장률이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어서 코로나19까지 닥치며 수입 역시 급감했고,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농림어업, 경공업 분야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통일연구원 최지영 연구위원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의 경제현황’,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특히 유엔 제재만 있었던 2019년도까지는 민생경제에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급감은 민생경제를 악화시킨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주요 수입품목이 민생과 직결된 식료 가공품이기 때문입니다. 국경 봉쇄로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콩기름, 설탕, 밀가루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국산화' 강조하며 '그럭저럭 버티기'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마비될 수준은 아니어서 당분간은 '그럭저럭 버티기'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최은주 연구위원은 "수입 중단이 오래가면 현 상황 정도의 경제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북한이 자신들의 국제적 입장을 전환시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현재 기반과 1990년대 경제기반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단기간에 대외적 정책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제재에 대처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국산화'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자본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소비재 중심의 국산화가 아니라 생산방식, 기술, 부품까지 모두 국산화 시켜서 자립경제를 이루려고 한다는 겁니다.

북한 락원기계종합기업소
다만 경공업 분야에서는 '국산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중화학 분야는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과도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이 아무리 국산화를 강조해도 100% 국산화가 적용된 공장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제재 하에서는 대외경제 활동이 많아지기 어렵고, 이게 경제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의 핵심인 원유와 비료에 주목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1990년대 경제위기는 원유와 비료의 공급이 1990년 초에 비해서 크게 감소하면서 제조업과 농업의 악화로 이어진 것"이라며 북한 경제가 마비에 이르는 수준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지금 전체적인 수입은 크게 감소했지만 원유는 도입이 되고 있고, 비료도 김정은 집권 후 국내 생산량이 늘었으며 올해도 해상을 통해 비료를 수입했다"며 "제재와 코로나19 상황에도 경제 침체는 있겠지만 산업 마비 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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