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삭제’ 재구성…故 김문기는 어떤 역할?

입력 2021.12.22 (19:32) 수정 2022.01.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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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 주무 부서장이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이 어제(21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 '사업협약서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등에서 실무를 맡았던 인물로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아 왔습니다.

KBS는 김문기 처장이 당시 팀장으로 검토했던 사업협약서 초안의 4가지 버전을 이기인 성남시의원(국민의 힘)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이들 문서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해당 문서들과 실무자 증언,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KBS가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 성남의뜰이 맺은 사업협약서 초안들KBS가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 성남의뜰이 맺은 사업협약서 초안들

■ 대장동 결재라인 '故 김문기 → 故 유한기 → 유동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의 핵심 줄기 가운데 하나는 이익금 배당 구조가 특정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이 의혹에 따라 김문기 처장의 행적도 2015년 2월경부터 6월까지 집중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이 시기는 대장동 개발 사업 주체인 성남도개공이 사업을 함께 주도할 민간 사업자(성남의뜰 컨소시엄)를 공모·선정하고, 서로 간의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하던 때입니다.

당시 김 처장은 대장동 사업의 주무 부서인 '개발사업1팀장'이었고, 그의 직속 상사는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이었습니다. 당시 성남도개공의 사장은 2015년 3월 초까지 황무성 사장이었지만, 이른바 '사퇴 압박 의혹'으로 황 사장이 퇴임한 뒤론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직무 대리를 맡고 있었습니다.

■ 초과이익 환수조항이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두고 대중이 분노하는 지점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사업 수익을 민간에 몰아줬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보이는' 사업 수익 배분은 공식 문서로서 '공모지침서(2015년 2월 13일 공고) → 사업협약서(6월 15일 체결) → 주주협약서(6월 22일 체결)' 단계로 확정됐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민간 사업자로 선정(2015년 3월 27일)된 성남의뜰 컨소시엄과 성남도개공이 맺은 '사업협약서' 입니다. 이 사업협약서는 성남도개공의 수익을 1822억 원으로 한정하고, 초과 이익은 민간 사업자가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만약 사업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있었다면, 성남도개공은 민간의 천문학적 수익 독점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사업협약서 초안 표지(왼쪽)와 문서를 만든 이가 ‘양이사님’으로 표기되어 있는 문서 정보(오른쪽 하단 빨간색 박스)사업협약서 초안 표지(왼쪽)와 문서를 만든 이가 ‘양이사님’으로 표기되어 있는 문서 정보(오른쪽 하단 빨간색 박스)

■ '양 이사님' 작성한 사업협약서 최초 버전 … 성남의뜰에 유리했다

KBS가 입수한 첫번째 버전은 겉 표지에 '2015. 5. 21'로 적혀있는 사업협약서 안입니다.

공문서에 잘 쓰이지 않는 폰트로 작성되어 있고, 문서 정보를 조회하면 만든 이가 '양 이사님'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의 양 모 이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남의뜰 측이 1차로 사업협약서를 작성해 성남도개공에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문서의 13조, '출자금 회당 및 배당 항목'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으로 배당을 요구할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 배당이나 사업계획서 외에 추가 비용 지출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성남도개공은 확정 이익(1822억 원 상당)만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남의뜰에 유리한 조항입니다.

두번째 버전의 파일명은 '사업협약서안 version2 (150522)' 으로 되어있습니다. 문서 정보를 조회하면 최종 수정 시점이 '5월 26일 오전 10시 37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폰트가 바뀐 점을 볼 때 김문기 처장이 팀장이었던 개발사업1팀이 첫번째 버전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 '환수 조항' 들어간 사업협약서 두번째 버전

두번째 버전은 폰트 뿐 아니라, 내용도 바뀌었습니다. 첫번째 버전에 있던 '성남도개공은 추가 배당 등을 요구할 수 없다' 라는 문장을 뺐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아래 내용과 같습니다.

(화면캡처) 두번째 버전에서 추가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 기존에 있었던 성남의뜰에 유리한 조항은 삭제되었다.(화면캡처) 두번째 버전에서 추가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 기존에 있었던 성남의뜰에 유리한 조항은 삭제되었다.

핵심은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하여 발생되는 추가이익금은 출자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라는 것입니다.

대장동 부지 가격이 상승해 감정 가액이 상승할 경우 전체 사업 이익은 증가하게 됩니다. 그에 따른 추가 이익 발생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실무진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진은 또 '추가 비용 발생시 민간사업자 부담'과 '계획분양가 하락시 성남도개공의 주택건설사업 참여' 등 대장동 사업 리스크 발생시 나름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 두번째 버전은 5월 26일 오전 열린 '사업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 회의'에서 논의됩니다.

그리고 개발사업1팀의 실무자인 A씨는 다음날(5월 27일) 오전 10시 34분 두번째 버전(사업협약서 수정 검토)에 대해 김문기 팀장에게 결재를 올립니다. 김 팀장은 곧바로 전략사업팀과 경영지원팀에 결재안 검토를 요청합니다.

■ 김문기·정민용 회의 직후 '환수 조항' 삭제 정황

지금부터가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7시간 삭제 의혹' 입니다.

5월 27일 오후 2시 성남도개공에서 '협약체결을 위한 사전검토회의'가 열립니다.

이 회의에는 김문기 팀장을 비롯해 김민걸 전략사업팀장과 정민용 전략사업팀 차장(투자사업파트장), 경영지원팀 차장까지 4명이 참석합니다. 김민걸 팀장은 '대장동 4인방'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하고, 정민용 차장은 남욱 변호사가 추천해 성남도개공에 입사한 인물입니다.

오후 3시 9분, '사업협약서안 version3 (150527)' 문서가 최종 수정됩니다. KBS가 확보한 세번째 버전의 사업협약서로, 앞서 언급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됩니다.

(화면캡처) 세번째 버전에서 삭제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화면캡처) 세번째 버전에서 삭제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오후 5시 50분 개발사업1팀은 세번째 버전의 사업협약서를 전략사업팀과 경영지원팀에 다시 발송합니다.
유동규 전 본부장 산하에 있던 전략사업팀은 환수 조항이 삭제된 해당 사업협약서를 받은 지 18분 만인 오후 6시 8분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검토 결과 회신을 보냅니다.

정리하자면, 10시 37분에 '환수조항'이 삽입된 상태로 결재된 사업협약서가 17시 50분에는 삭제된 것입니다. 이른바 '7시간 삭제 의혹'이고, KBS가 확보한 문서를 보면 김문기 팀장이 정민용 차장 등과 회의를 한 직후 삭제된 정황이 짙어집니다.

■ 최종 사업협약서로 막대한 이득 가져간 민간 사업자

이제 마지막 네번째 버전입니다. 파일명은 '사업협약서(최종안)_150529'로 겉표지는 '2015년 6월'로 되어 있고, 문서의 최종 수정 이력은 6월 4일 오후 4시 52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성남의뜰과 성남도개공은 이 네번째 버전으로 사업협약을 체결합니다.

이 협약서는 세번째 버전과 마찬가지로 '환수조항'이 삭제되어 있고, '공사의 이익은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화면캡처) 워드로 작성된 이전 버전들과 다르게, 한글 파일로 작성된 네번째 사업협약서 버전.(화면캡처) 워드로 작성된 이전 버전들과 다르게, 한글 파일로 작성된 네번째 사업협약서 버전.

1차 이익 배분은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로 부담', 2차 이익 배분은 '임대주택용지 제공'을 지칭합니다.

즉 초과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성남도개공은 1차·2차 이익 배분에만 한정시키는 것으로, 성남의뜰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줄 수 있는 조항인 것입니다.

성남도개공과 성남의뜰은 결국 '환수조항'이 삭제된 최종 협약서로 2015년 6월 14일 협약을 체결합니다.

■ 김문기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느낌"

이 과정에서 김문기 처장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당시 개발사업1팀 소속으로 사업협약서 실무를 맡았던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사업협약서 작성은 2015년 5월경 김문기 팀장 주도하에 진행했다"라면서 "(환수조항 삽입은) 누구 한 명의 강한 의견이었다기 보다는 팀장과 팀원들 공통된 의견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처장은 지난 10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도 "유 전 본부장이 만든 전략사업팀 측에서 환수조항을 빼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처장은 "실무부서 입장에선 호황이 되면 조금이라도 더 환수하자는 차원에서 저와 직원들이 그런 의견(환수조항)을 냈다"라면서 "전략사업팀 쪽 정민용 변호사가 빼고 올리라고 했을 걸로 생각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사에서 정한 대로 했고, 부서장이나 성남의뜰 이사나 위에서 하라고 해서 했는데, 지금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느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7일 검찰에 재소환되는 김문기 처장지난 10월 7일 검찰에 재소환되는 김문기 처장

김문기 씨의 동생은 오늘(22일) 빈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은 줄곧 '실무자로서 일한 것밖에 없다'고 하며 억울해했다"라면서 "검찰과 경찰이 개인 하나를 두고 몇 번씩 참고인 조사하다 보니 형이 현직 실무자로서 중압감을 크게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 대장동 '윗선 수사'는 언제…

김문기 처장이 언급한 정민용 변호사는 당시 성남도개공에서 김문기 처장보다 직급이 낮았던 인물입니다. 그를 '환수조항 삭제'의 몸통으로 지목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문기 처장의 죽음에 여야는 모두 특검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SBS TV에 나와 "저는 투명하게 드러날수록 유리한 입장"이라며 "(특검을) 빨리해서 확실하게 전모를 밝히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대장동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말 이게 이런 표현을 하면 좀 그런데 미치겠다"라며 허탈한 듯 웃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정부는 비리만 터지면 왜 관련자가 죽어 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후보가 국민의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즉시 민주당에 특검 실시를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역시 민관합동으로 진행된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지분 6%를 가진 민간업자가 수천억 원의 배당 잔치를 벌인 희대의 부동산 개발 의혹의 진상 규명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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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삭제’ 재구성…故 김문기는 어떤 역할?
    • 입력 2021-12-22 19:32:30
    • 수정2022-01-10 15:15:29
    취재K

대장동 개발 사업 주무 부서장이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이 어제(21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 '사업협약서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등에서 실무를 맡았던 인물로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아 왔습니다.

KBS는 김문기 처장이 당시 팀장으로 검토했던 사업협약서 초안의 4가지 버전을 이기인 성남시의원(국민의 힘)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이들 문서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해당 문서들과 실무자 증언,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KBS가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 성남의뜰이 맺은 사업협약서 초안들
■ 대장동 결재라인 '故 김문기 → 故 유한기 → 유동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의 핵심 줄기 가운데 하나는 이익금 배당 구조가 특정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이 의혹에 따라 김문기 처장의 행적도 2015년 2월경부터 6월까지 집중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이 시기는 대장동 개발 사업 주체인 성남도개공이 사업을 함께 주도할 민간 사업자(성남의뜰 컨소시엄)를 공모·선정하고, 서로 간의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하던 때입니다.

당시 김 처장은 대장동 사업의 주무 부서인 '개발사업1팀장'이었고, 그의 직속 상사는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이었습니다. 당시 성남도개공의 사장은 2015년 3월 초까지 황무성 사장이었지만, 이른바 '사퇴 압박 의혹'으로 황 사장이 퇴임한 뒤론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직무 대리를 맡고 있었습니다.

■ 초과이익 환수조항이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두고 대중이 분노하는 지점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사업 수익을 민간에 몰아줬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보이는' 사업 수익 배분은 공식 문서로서 '공모지침서(2015년 2월 13일 공고) → 사업협약서(6월 15일 체결) → 주주협약서(6월 22일 체결)' 단계로 확정됐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민간 사업자로 선정(2015년 3월 27일)된 성남의뜰 컨소시엄과 성남도개공이 맺은 '사업협약서' 입니다. 이 사업협약서는 성남도개공의 수익을 1822억 원으로 한정하고, 초과 이익은 민간 사업자가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만약 사업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있었다면, 성남도개공은 민간의 천문학적 수익 독점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사업협약서 초안 표지(왼쪽)와 문서를 만든 이가 ‘양이사님’으로 표기되어 있는 문서 정보(오른쪽 하단 빨간색 박스)
■ '양 이사님' 작성한 사업협약서 최초 버전 … 성남의뜰에 유리했다

KBS가 입수한 첫번째 버전은 겉 표지에 '2015. 5. 21'로 적혀있는 사업협약서 안입니다.

공문서에 잘 쓰이지 않는 폰트로 작성되어 있고, 문서 정보를 조회하면 만든 이가 '양 이사님'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의 양 모 이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남의뜰 측이 1차로 사업협약서를 작성해 성남도개공에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문서의 13조, '출자금 회당 및 배당 항목'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으로 배당을 요구할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 배당이나 사업계획서 외에 추가 비용 지출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성남도개공은 확정 이익(1822억 원 상당)만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남의뜰에 유리한 조항입니다.

두번째 버전의 파일명은 '사업협약서안 version2 (150522)' 으로 되어있습니다. 문서 정보를 조회하면 최종 수정 시점이 '5월 26일 오전 10시 37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폰트가 바뀐 점을 볼 때 김문기 처장이 팀장이었던 개발사업1팀이 첫번째 버전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 '환수 조항' 들어간 사업협약서 두번째 버전

두번째 버전은 폰트 뿐 아니라, 내용도 바뀌었습니다. 첫번째 버전에 있던 '성남도개공은 추가 배당 등을 요구할 수 없다' 라는 문장을 뺐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아래 내용과 같습니다.

(화면캡처) 두번째 버전에서 추가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 기존에 있었던 성남의뜰에 유리한 조항은 삭제되었다.
핵심은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하여 발생되는 추가이익금은 출자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라는 것입니다.

대장동 부지 가격이 상승해 감정 가액이 상승할 경우 전체 사업 이익은 증가하게 됩니다. 그에 따른 추가 이익 발생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실무진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진은 또 '추가 비용 발생시 민간사업자 부담'과 '계획분양가 하락시 성남도개공의 주택건설사업 참여' 등 대장동 사업 리스크 발생시 나름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 두번째 버전은 5월 26일 오전 열린 '사업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 회의'에서 논의됩니다.

그리고 개발사업1팀의 실무자인 A씨는 다음날(5월 27일) 오전 10시 34분 두번째 버전(사업협약서 수정 검토)에 대해 김문기 팀장에게 결재를 올립니다. 김 팀장은 곧바로 전략사업팀과 경영지원팀에 결재안 검토를 요청합니다.

■ 김문기·정민용 회의 직후 '환수 조항' 삭제 정황

지금부터가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7시간 삭제 의혹' 입니다.

5월 27일 오후 2시 성남도개공에서 '협약체결을 위한 사전검토회의'가 열립니다.

이 회의에는 김문기 팀장을 비롯해 김민걸 전략사업팀장과 정민용 전략사업팀 차장(투자사업파트장), 경영지원팀 차장까지 4명이 참석합니다. 김민걸 팀장은 '대장동 4인방'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하고, 정민용 차장은 남욱 변호사가 추천해 성남도개공에 입사한 인물입니다.

오후 3시 9분, '사업협약서안 version3 (150527)' 문서가 최종 수정됩니다. KBS가 확보한 세번째 버전의 사업협약서로, 앞서 언급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됩니다.

(화면캡처) 세번째 버전에서 삭제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오후 5시 50분 개발사업1팀은 세번째 버전의 사업협약서를 전략사업팀과 경영지원팀에 다시 발송합니다.
유동규 전 본부장 산하에 있던 전략사업팀은 환수 조항이 삭제된 해당 사업협약서를 받은 지 18분 만인 오후 6시 8분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검토 결과 회신을 보냅니다.

정리하자면, 10시 37분에 '환수조항'이 삽입된 상태로 결재된 사업협약서가 17시 50분에는 삭제된 것입니다. 이른바 '7시간 삭제 의혹'이고, KBS가 확보한 문서를 보면 김문기 팀장이 정민용 차장 등과 회의를 한 직후 삭제된 정황이 짙어집니다.

■ 최종 사업협약서로 막대한 이득 가져간 민간 사업자

이제 마지막 네번째 버전입니다. 파일명은 '사업협약서(최종안)_150529'로 겉표지는 '2015년 6월'로 되어 있고, 문서의 최종 수정 이력은 6월 4일 오후 4시 52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성남의뜰과 성남도개공은 이 네번째 버전으로 사업협약을 체결합니다.

이 협약서는 세번째 버전과 마찬가지로 '환수조항'이 삭제되어 있고, '공사의 이익은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화면캡처) 워드로 작성된 이전 버전들과 다르게, 한글 파일로 작성된 네번째 사업협약서 버전.
1차 이익 배분은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로 부담', 2차 이익 배분은 '임대주택용지 제공'을 지칭합니다.

즉 초과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성남도개공은 1차·2차 이익 배분에만 한정시키는 것으로, 성남의뜰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줄 수 있는 조항인 것입니다.

성남도개공과 성남의뜰은 결국 '환수조항'이 삭제된 최종 협약서로 2015년 6월 14일 협약을 체결합니다.

■ 김문기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느낌"

이 과정에서 김문기 처장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당시 개발사업1팀 소속으로 사업협약서 실무를 맡았던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사업협약서 작성은 2015년 5월경 김문기 팀장 주도하에 진행했다"라면서 "(환수조항 삽입은) 누구 한 명의 강한 의견이었다기 보다는 팀장과 팀원들 공통된 의견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처장은 지난 10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도 "유 전 본부장이 만든 전략사업팀 측에서 환수조항을 빼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처장은 "실무부서 입장에선 호황이 되면 조금이라도 더 환수하자는 차원에서 저와 직원들이 그런 의견(환수조항)을 냈다"라면서 "전략사업팀 쪽 정민용 변호사가 빼고 올리라고 했을 걸로 생각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사에서 정한 대로 했고, 부서장이나 성남의뜰 이사나 위에서 하라고 해서 했는데, 지금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느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7일 검찰에 재소환되는 김문기 처장
김문기 씨의 동생은 오늘(22일) 빈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은 줄곧 '실무자로서 일한 것밖에 없다'고 하며 억울해했다"라면서 "검찰과 경찰이 개인 하나를 두고 몇 번씩 참고인 조사하다 보니 형이 현직 실무자로서 중압감을 크게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 대장동 '윗선 수사'는 언제…

김문기 처장이 언급한 정민용 변호사는 당시 성남도개공에서 김문기 처장보다 직급이 낮았던 인물입니다. 그를 '환수조항 삭제'의 몸통으로 지목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문기 처장의 죽음에 여야는 모두 특검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SBS TV에 나와 "저는 투명하게 드러날수록 유리한 입장"이라며 "(특검을) 빨리해서 확실하게 전모를 밝히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대장동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말 이게 이런 표현을 하면 좀 그런데 미치겠다"라며 허탈한 듯 웃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정부는 비리만 터지면 왜 관련자가 죽어 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후보가 국민의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즉시 민주당에 특검 실시를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역시 민관합동으로 진행된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지분 6%를 가진 민간업자가 수천억 원의 배당 잔치를 벌인 희대의 부동산 개발 의혹의 진상 규명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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