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일 신생아 두고 8개월 잠적…30대 남녀 구속

입력 2021.12.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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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일 된 신생아를 산후조리원에 맡기고 8개월 넘게 잠적한 3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은 오늘(22일) 사실혼 관계인 30대 남녀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6일 제주시 모 산후조리원에 생후 사흘 된 신생아를 맡긴 뒤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모친은 산후조리원에 아이를 맡긴 뒤 잠시 집 정리를 하러 다녀오겠다고 한 뒤 잠적했다.

경찰은 8개월 넘는 추적 끝에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의 모 처에서 이들 남녀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2019년 10월에도 첫째를 낳아 제주시 모 산후조리원에 비슷한 방법으로 애를 맡기고 잠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이들을 첫째 자녀에 대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생후 6개월 이내에 필요한 필수예방접종 등을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달 기소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어제(21일) 이들 남녀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첫째는 친족이 데리고 있고, 둘째는 도내 모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져 돌봄을 받고 있다.

해당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모친이 3월 6일 아이를 맡긴 뒤 다음날 온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도 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며 "10여 년 동안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측은 "직원들이 아이가 안쓰러워 사비로 옷을 사주고 돌봐줬다"며 "모친에게 아이가 보고 싶지 않냐고 설득도 해봤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시와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모친은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의 남성과 살며 두 아이를 낳았고, 이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두 아동은 이름도, 생년월일도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무등록' 상태다.

■ 이름도 등록 안 된 아이들…"제도 개선 시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부모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부모가 이를 신고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로울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시는 지자체가 신고할 경우 친부가 아닌 전남편의 아이로 등록돼 그동안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모친이 둘째가 태어난 뒤 전남편과 이혼을 했지만, 민법상 이혼 후 300일이 지나지 않으면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될 수밖에 없어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844조는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혼인 중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모친이 전남편의 아이로 올리는 것을 막고 친부의 아이로 올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소가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친부가 법원에 자신의 자식으로 인지해 달라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들 남녀는 경제적인 이유로 소를 진행하지 않고 지역을 옮겨가며 잠적했다.

제주시는 해당 아동들에게 임시로 사회보장번호를 발급해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들 아동은 이름도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상태로 살고 있다.

최재호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장은 "대부분 아동 유기 방임 사건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다"며 "특히 부모들이 각종 절차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의 원인이 가장 크지만, 복잡한 절차와 제도로 인해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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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후 3일 신생아 두고 8개월 잠적…30대 남녀 구속
    • 입력 2021-12-22 20:32:36
    취재K

생후 3일 된 신생아를 산후조리원에 맡기고 8개월 넘게 잠적한 3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은 오늘(22일) 사실혼 관계인 30대 남녀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6일 제주시 모 산후조리원에 생후 사흘 된 신생아를 맡긴 뒤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모친은 산후조리원에 아이를 맡긴 뒤 잠시 집 정리를 하러 다녀오겠다고 한 뒤 잠적했다.

경찰은 8개월 넘는 추적 끝에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의 모 처에서 이들 남녀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2019년 10월에도 첫째를 낳아 제주시 모 산후조리원에 비슷한 방법으로 애를 맡기고 잠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이들을 첫째 자녀에 대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생후 6개월 이내에 필요한 필수예방접종 등을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달 기소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어제(21일) 이들 남녀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첫째는 친족이 데리고 있고, 둘째는 도내 모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져 돌봄을 받고 있다.

해당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모친이 3월 6일 아이를 맡긴 뒤 다음날 온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도 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며 "10여 년 동안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측은 "직원들이 아이가 안쓰러워 사비로 옷을 사주고 돌봐줬다"며 "모친에게 아이가 보고 싶지 않냐고 설득도 해봤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시와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모친은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의 남성과 살며 두 아이를 낳았고, 이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두 아동은 이름도, 생년월일도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무등록' 상태다.

■ 이름도 등록 안 된 아이들…"제도 개선 시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부모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부모가 이를 신고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로울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시는 지자체가 신고할 경우 친부가 아닌 전남편의 아이로 등록돼 그동안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모친이 둘째가 태어난 뒤 전남편과 이혼을 했지만, 민법상 이혼 후 300일이 지나지 않으면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될 수밖에 없어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844조는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혼인 중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모친이 전남편의 아이로 올리는 것을 막고 친부의 아이로 올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소가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친부가 법원에 자신의 자식으로 인지해 달라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들 남녀는 경제적인 이유로 소를 진행하지 않고 지역을 옮겨가며 잠적했다.

제주시는 해당 아동들에게 임시로 사회보장번호를 발급해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들 아동은 이름도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상태로 살고 있다.

최재호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장은 "대부분 아동 유기 방임 사건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다"며 "특히 부모들이 각종 절차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의 원인이 가장 크지만, 복잡한 절차와 제도로 인해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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