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日 ‘오미크론 불안’…“2월 도쿄 3,000명 나올 수도”

입력 2021.12.23 (15:12) 수정 2021.12.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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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앞두고 시민들이 성탄 트리가 늘어선 도쿄 미드타운 거리를 걷고 있다.         KBS성탄절을 앞두고 시민들이 성탄 트리가 늘어선 도쿄 미드타운 거리를 걷고 있다. KBS

성탄절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도쿄 시내 곳곳도 화려한 성탄 조명으로 반짝입니다.

도쿄 미드타운이나 마루노우치의 거리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 잡고 야간 조명 행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당과 술집도 보넹카이(망년회·忘年会)를 즐기는 직장인들로 북적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두어달 전부터 안정됐기 때문입니다.

12월 22일 일본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도쿄 40명을 포함해 일본 전역에서 262명이 나왔습니다. 10월 28일(273명)에 300명 선 아래로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안정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다시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가 22일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를 마친 뒤 “오사카부 내에서 4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면서 “3명은 지역사회 감염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NHK화면 갈무리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가 22일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를 마친 뒤 “오사카부 내에서 4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면서 “3명은 지역사회 감염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NHK화면 갈무리

■ 지역사회 감염 '시작'

일본에서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처음 나온 건 11월 30일입니다. 그 뒤 한 달도 안 돼 12월 22일 오사카부에서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나왔습니다.

최근 해외여행 경력이 없는 30대 부부와 미취학 여아의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겁니다. 발열 증상이 있는 경증으로 셋 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모는 이미 2차례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 수도 이날 공항 검역 단계에서 68명이 추가되면서 153명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오사카부의 코로나19 전문가회의 좌장을 맡고 있는 도모노 가즈노리(朝野和典) 건강안전기반연구소 이사장은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온데 대해 "이미 오사카부에 두 자릿수, 세 자릿수의 감염자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경향이 이어지면 '제6파'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고토 시게유키(後藤茂之) 후생노동상은 "현 시점에서 전국적인 오미크론 확산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오미크론이 매우 감염력이 강하고, 전문가들도 감염 확대는 피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습니다.

연말을 맞아 북적이고 있는 도쿄의 대표 번화가 ‘시부야’ 거리           KBS연말을 맞아 북적이고 있는 도쿄의 대표 번화가 ‘시부야’ 거리 KBS

■ "내년 2월 도쿄 3,000명 나올 수도"

당국이 더욱 긴장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도쿄의 하루 신규 감염자가 내년 2월 3,700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 겁니다.

12월 23일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히라타 아키마사(平田晃正) 교수가 이끄는 나고야 공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향후 감염자 수를 예측해 봤습니다. 과거 감염자 수, 황금연휴 영향, 백신 효과 등을 AI에 학습시켜 도출한 결과인데요.

연말연시 회식이나 귀성 등으로 감염이 확산할 경우 내년 2월 도쿄 신규 감염자가 3,000명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특히 2월 중순엔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르면서 3,700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히라타 교수는 "오미크론 등장으로 사태가 크게 바뀌어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오미크론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고 연말연시 인구 이동이 겹치면서 시중의 바이러스 양을 얼마나 억제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도착 즉시 "센다이공항으로…"

오미크론 확산 우려와 함께 일본 정부의 입국 방역 조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52개 오미크론 유행 국가·지역을 지정했는데요. 이런 국가로부터 일본으로 입국하면 3일~10일 지정 숙박 시설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문제는 입국자를 전부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수도권 관문인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북쪽 센다이, 중부 나고야, 간사이, 심지어 서쪽 끝자락인 후쿠오카까지 가야 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요미우리신문이 언급한 34살 A씨의 사례를 볼까요. A씨는 캐나다를 출발해 12월 11일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캐나다는 일본이 지정한 유행국이어서 3일간 시설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리타공항 주변엔 지정 숙소가 없어 A씨는 비행기로 다시 센다이 공항까지 가야 했습니다. 사흘 뒤인 14일 이 여성은 또 음성이 나와 나리타공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시설 대기는 끝났지만 대기 일수 14일을 채워야 해서 그는 지금도 도쿄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25일이 돼야 규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입국 후 대기 시설 이용자는 많게는 8,0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후생노동성은 부랴부랴 6,000실 정도였던 지정 숙소를 현재 13,000실 정도로 늘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에 대해서도 자택 아닌 지정 시설 격리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시설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최근 두세달 숨돌렸던 일본이 또다시 엄혹한 겨울을 맞게 됐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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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日 ‘오미크론 불안’…“2월 도쿄 3,000명 나올 수도”
    • 입력 2021-12-23 15:12:02
    • 수정2021-12-23 15:12:21
    특파원 리포트
성탄절을 앞두고 시민들이 성탄 트리가 늘어선 도쿄 미드타운 거리를 걷고 있다.         KBS
성탄절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도쿄 시내 곳곳도 화려한 성탄 조명으로 반짝입니다.

도쿄 미드타운이나 마루노우치의 거리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 잡고 야간 조명 행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당과 술집도 보넹카이(망년회·忘年会)를 즐기는 직장인들로 북적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두어달 전부터 안정됐기 때문입니다.

12월 22일 일본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도쿄 40명을 포함해 일본 전역에서 262명이 나왔습니다. 10월 28일(273명)에 300명 선 아래로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안정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다시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가 22일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를 마친 뒤 “오사카부 내에서 4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면서 “3명은 지역사회 감염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NHK화면 갈무리
■ 지역사회 감염 '시작'

일본에서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처음 나온 건 11월 30일입니다. 그 뒤 한 달도 안 돼 12월 22일 오사카부에서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나왔습니다.

최근 해외여행 경력이 없는 30대 부부와 미취학 여아의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겁니다. 발열 증상이 있는 경증으로 셋 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부모는 이미 2차례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 수도 이날 공항 검역 단계에서 68명이 추가되면서 153명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오사카부의 코로나19 전문가회의 좌장을 맡고 있는 도모노 가즈노리(朝野和典) 건강안전기반연구소 이사장은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온데 대해 "이미 오사카부에 두 자릿수, 세 자릿수의 감염자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경향이 이어지면 '제6파'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고토 시게유키(後藤茂之) 후생노동상은 "현 시점에서 전국적인 오미크론 확산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오미크론이 매우 감염력이 강하고, 전문가들도 감염 확대는 피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습니다.

연말을 맞아 북적이고 있는 도쿄의 대표 번화가 ‘시부야’ 거리           KBS
■ "내년 2월 도쿄 3,000명 나올 수도"

당국이 더욱 긴장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도쿄의 하루 신규 감염자가 내년 2월 3,700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 겁니다.

12월 23일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히라타 아키마사(平田晃正) 교수가 이끄는 나고야 공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향후 감염자 수를 예측해 봤습니다. 과거 감염자 수, 황금연휴 영향, 백신 효과 등을 AI에 학습시켜 도출한 결과인데요.

연말연시 회식이나 귀성 등으로 감염이 확산할 경우 내년 2월 도쿄 신규 감염자가 3,000명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특히 2월 중순엔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르면서 3,700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히라타 교수는 "오미크론 등장으로 사태가 크게 바뀌어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오미크론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고 연말연시 인구 이동이 겹치면서 시중의 바이러스 양을 얼마나 억제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도착 즉시 "센다이공항으로…"

오미크론 확산 우려와 함께 일본 정부의 입국 방역 조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52개 오미크론 유행 국가·지역을 지정했는데요. 이런 국가로부터 일본으로 입국하면 3일~10일 지정 숙박 시설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문제는 입국자를 전부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수도권 관문인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북쪽 센다이, 중부 나고야, 간사이, 심지어 서쪽 끝자락인 후쿠오카까지 가야 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요미우리신문이 언급한 34살 A씨의 사례를 볼까요. A씨는 캐나다를 출발해 12월 11일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캐나다는 일본이 지정한 유행국이어서 3일간 시설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리타공항 주변엔 지정 숙소가 없어 A씨는 비행기로 다시 센다이 공항까지 가야 했습니다. 사흘 뒤인 14일 이 여성은 또 음성이 나와 나리타공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시설 대기는 끝났지만 대기 일수 14일을 채워야 해서 그는 지금도 도쿄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25일이 돼야 규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입국 후 대기 시설 이용자는 많게는 8,0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후생노동성은 부랴부랴 6,000실 정도였던 지정 숙소를 현재 13,000실 정도로 늘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에 대해서도 자택 아닌 지정 시설 격리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시설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최근 두세달 숨돌렸던 일본이 또다시 엄혹한 겨울을 맞게 됐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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