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인기그룹 해외 공연 판권 있다”…가짜 여권과 도장, 각종 문서 등장에 ‘깜빡 속았다’

입력 2021.12.26 (07:00) 수정 2021.12.26 (10: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류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한류 붐을 틈탄 사기 행각이 적발돼 사기범들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5년 9월 A 씨(당시 35살)는, 빅뱅의 중국 콘서트를 유치해보려는 중국 공연회사 측 관계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는 빅뱅이 세 번째 정규앨범 발매에 맞춰 2015년 봄부터 2016년 초까지 전 세계 15개국을 도는 월드투어가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진행 중이었습니다.

A 씨는 이 관계자에게, '빅뱅의 중국 공연 개최를 주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B 씨(당시 41살)를 소개했습니다.

A와 B 씨를 말을 믿게 된 중국 공연회사 관계자는 콘서트 주선 중개비 명목으로 현금 2억 5천만 원을 B씨에게 줬습니다. 그러자 A씨는 이 관계자가 콘서트 개최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B 씨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빅뱅의 중국 콘서트를 추진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콘서트 개최를 기획하자고 제안했습니다.

A 씨는 "내가 YG의 000 작사가와 △△△ 이사 등을 통해 빅뱅이 중국 상해와 청두 등에서 추가로 콘서트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겠다"면서 진행에 필요한 자금이라며 세 세 차례에 걸쳐 1억 5,500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A 씨는 그러나, 실제로는 YG 관계자들과 빅뱅의 콘서트 개최를 협의할 정도로 친분이나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A 씨는 마치 콘서트 개최를 주선 중인 것처럼 보이도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도장이 찍힌 '사용 인감계'를 위조해 내밀었습니다. 또 "YG 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상해시에서 해당 콘서트에 빅뱅 멤버들을 상반기 내로 출연시킬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공연 출연 확인서>와 해당 가수들의 <소속사 확인증> 등을 만들어 건네며 피해자를 속였습니다.

A 씨가 개입한 해외 공연 주선 사기는 2017년 11월 중순에도 유사하게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A 씨의 지인인 C 씨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당시는 오디션 방송을 통해 결성된 '워너원'이 큰 사랑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C 씨는 한 국내 공연기획사에 접촉해 자신을 '스티브 김'이라고 소개하며, "유명 아이돌 가수 그룹 '워너원'의 소속사와 해외 공연 판권 계약을 맺은 회사를 알고 있다. 섭외 개런티의 3%를 수수료로 지급하면 당신 회사가 기획 중인 해외 공연에서의 워너원 출연 계약을 15일 내로 체결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사가 이를 믿자 기획사와 워너원 단독 콘서트 섭외 대행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C 씨는 자신이 워너원의 해외 공연 판권을 보유한 회사로부터 계약 진행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서류를 내밀며 이번에는 워너원의 월드 투어 콘서트 계약서를 썼습니다. C 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9천6백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김'이라던 C 씨의 여권 사본은 물론 워너원의 해외 공연 판권을 갖고 있다는 계약서 등은 모두 A 씨가 준비해둔 가짜였습니다.

이들의 해외 공연 계약 미끼 상품은 세계적인 한류 그룹 BTS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번엔, 앞선 A 씨의 사기 두 건과 각각 연관돼 있던 B 씨와 C 씨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C 씨는 B 씨의 소개로 중국 소재 공연·문화교류 사업체를 알게 된 뒤, 2019년 8월 B 씨의 사무실에서 B 씨와 함께 중국 사업체 대리인들을 만나 "C 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2019년 11월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공연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370만 달러(우리 돈 44억여 원)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BTS 단독 콘서트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계약금 명목으로는 두 차례에 걸쳐 5억 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B 씨는 중국 사업체가 요구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당사를 2019년 11월 16일 자 공연의 현지 주최사로 지정한 것을 확인한다"거나 "당사에 2019~2020년 인도네시아 공연에 관한 우선 협상 권한을 부여했고 2020년 1월 초순 우선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는 BTS 월드 투어 콘서트 업무 확인 문서를 여러 차례 작성하며 가짜 법인 도장을 찍어 보냈습니다.

계약 체결 뒤 실제 중개는 불발됐는데, B와 C 씨는 이 사실을 중국 사업체에는 알리지 않은 채 BTS가 출연하는 다른 공연을 추진하겠다고 거짓말을 이어가며 추가 공연 진행비 5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렇게 수년에 걸쳐 인기 그룹의 해외 공연 판권 사기를 이어온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는 사기와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41)에게 징역 2년, B 씨(47)에게 징역 1년, C 씨(39)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편취액이 큰데도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는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B 씨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일체 부인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하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누범 기간인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C 씨에 대해선 수사단계에서 피해액 상당을 변제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고, 범행의 가담 정도가 다른 공범에 비해 적은 데다 취득한 이득액의 비율이 적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꼽았습니다. 또 유죄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액의 상당을 회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건후] “인기그룹 해외 공연 판권 있다”…가짜 여권과 도장, 각종 문서 등장에 ‘깜빡 속았다’
    • 입력 2021-12-26 07:00:11
    • 수정2021-12-26 10:06:19
    취재후·사건후

한류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한류 붐을 틈탄 사기 행각이 적발돼 사기범들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5년 9월 A 씨(당시 35살)는, 빅뱅의 중국 콘서트를 유치해보려는 중국 공연회사 측 관계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는 빅뱅이 세 번째 정규앨범 발매에 맞춰 2015년 봄부터 2016년 초까지 전 세계 15개국을 도는 월드투어가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진행 중이었습니다.

A 씨는 이 관계자에게, '빅뱅의 중국 공연 개최를 주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B 씨(당시 41살)를 소개했습니다.

A와 B 씨를 말을 믿게 된 중국 공연회사 관계자는 콘서트 주선 중개비 명목으로 현금 2억 5천만 원을 B씨에게 줬습니다. 그러자 A씨는 이 관계자가 콘서트 개최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B 씨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빅뱅의 중국 콘서트를 추진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콘서트 개최를 기획하자고 제안했습니다.

A 씨는 "내가 YG의 000 작사가와 △△△ 이사 등을 통해 빅뱅이 중국 상해와 청두 등에서 추가로 콘서트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겠다"면서 진행에 필요한 자금이라며 세 세 차례에 걸쳐 1억 5,500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A 씨는 그러나, 실제로는 YG 관계자들과 빅뱅의 콘서트 개최를 협의할 정도로 친분이나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A 씨는 마치 콘서트 개최를 주선 중인 것처럼 보이도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도장이 찍힌 '사용 인감계'를 위조해 내밀었습니다. 또 "YG 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상해시에서 해당 콘서트에 빅뱅 멤버들을 상반기 내로 출연시킬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공연 출연 확인서>와 해당 가수들의 <소속사 확인증> 등을 만들어 건네며 피해자를 속였습니다.

A 씨가 개입한 해외 공연 주선 사기는 2017년 11월 중순에도 유사하게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A 씨의 지인인 C 씨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당시는 오디션 방송을 통해 결성된 '워너원'이 큰 사랑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C 씨는 한 국내 공연기획사에 접촉해 자신을 '스티브 김'이라고 소개하며, "유명 아이돌 가수 그룹 '워너원'의 소속사와 해외 공연 판권 계약을 맺은 회사를 알고 있다. 섭외 개런티의 3%를 수수료로 지급하면 당신 회사가 기획 중인 해외 공연에서의 워너원 출연 계약을 15일 내로 체결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사가 이를 믿자 기획사와 워너원 단독 콘서트 섭외 대행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C 씨는 자신이 워너원의 해외 공연 판권을 보유한 회사로부터 계약 진행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서류를 내밀며 이번에는 워너원의 월드 투어 콘서트 계약서를 썼습니다. C 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9천6백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김'이라던 C 씨의 여권 사본은 물론 워너원의 해외 공연 판권을 갖고 있다는 계약서 등은 모두 A 씨가 준비해둔 가짜였습니다.

이들의 해외 공연 계약 미끼 상품은 세계적인 한류 그룹 BTS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번엔, 앞선 A 씨의 사기 두 건과 각각 연관돼 있던 B 씨와 C 씨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C 씨는 B 씨의 소개로 중국 소재 공연·문화교류 사업체를 알게 된 뒤, 2019년 8월 B 씨의 사무실에서 B 씨와 함께 중국 사업체 대리인들을 만나 "C 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2019년 11월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공연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370만 달러(우리 돈 44억여 원)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BTS 단독 콘서트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계약금 명목으로는 두 차례에 걸쳐 5억 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B 씨는 중국 사업체가 요구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당사를 2019년 11월 16일 자 공연의 현지 주최사로 지정한 것을 확인한다"거나 "당사에 2019~2020년 인도네시아 공연에 관한 우선 협상 권한을 부여했고 2020년 1월 초순 우선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는 BTS 월드 투어 콘서트 업무 확인 문서를 여러 차례 작성하며 가짜 법인 도장을 찍어 보냈습니다.

계약 체결 뒤 실제 중개는 불발됐는데, B와 C 씨는 이 사실을 중국 사업체에는 알리지 않은 채 BTS가 출연하는 다른 공연을 추진하겠다고 거짓말을 이어가며 추가 공연 진행비 5천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렇게 수년에 걸쳐 인기 그룹의 해외 공연 판권 사기를 이어온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는 사기와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41)에게 징역 2년, B 씨(47)에게 징역 1년, C 씨(39)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편취액이 큰데도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는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B 씨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일체 부인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하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누범 기간인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C 씨에 대해선 수사단계에서 피해액 상당을 변제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고, 범행의 가담 정도가 다른 공범에 비해 적은 데다 취득한 이득액의 비율이 적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꼽았습니다. 또 유죄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액의 상당을 회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