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코로나19 백신 맞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전문가들 “황당 그 자체”

입력 2021.12.26 (08:01) 수정 2022.04.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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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자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12월 25일 기준 15,114,773명/접종률 29.4%). 지난 10월 12일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에게 처음 3차 접종을 시작한 지 약 두 달 반 만입니다.

3차 접종은 백신 접종 후 시간이 흐를수록 면역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실시합니다. 2차 접종 후 정점에 올랐다가 차츰 떨어지는 백신 면역 효과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입니다.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등장하면서 2차 접종 후에도 확진되는 ‘돌파 감염’을 막자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 중화항체가 생겨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아준다.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중화항체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분석했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 중화항체가 생겨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아준다.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중화항체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분석했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백신을 접종하면 오히려 면역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백신을 계속 접종하면 결국 면역 결핍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서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코로나19 백신이 면역력을 약화”…백신 추가 접종 음모론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 공유되고 있는 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손상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다른 감염에 취약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글 캡처네이버 블로그 글 캡처

이 주장은 나아가 백신 추가 접종이 면역력을 약화시켜 만성 질환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인구를 줄이고, 의약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글 캡처디시인사이드 글 캡처

■ 전문가들 "일고의 가치가 없는 가짜뉴스"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는 제대로 면역이 되려면 바이러스에만 정확하게 항체가 결합해야 하는데 백신을 맞아 생긴 항체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를 파괴하거나 정상 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을 두고서는 항체의존면역증강(ADE) 현상을 ‘백신 접종하면 면역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혼동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DE는 백신접종으로 만들어진 항체들 중 질 낮은 항체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중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상입니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 속에서 증식하게 되고 결국 면역세포가 죽게 되면서 면역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입니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면역세포는 대식세포, 항체를 만드는 중요한 B세포, 선천면역 후천면역이 다 필요한 수지상 세포 이렇게 구성돼 있는데 (ADE 현상의 경우) 여기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버리면,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서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면역세포는 대개 죽습니다. 면역 세포 수가 줄어드는 거죠. 그럼 면역력이 약화되지 않는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은가 합니다. 그러나 이럴 가능성은 확률적으로는 수백만 분의 일일 겁니다. 코로나19의 경우에 과학적으로 보고된 바도 없습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몸이 선천적인 면역 능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질병 예방이 안 되기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면역을 만들어주는 게 백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엄 교수는 후천적인 면역이 만들어지는 방법은 그 병에 걸려 걸리든가 아니면 백신 접종을 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백신 접종은 면역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백신을 접종해서 면역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
"백신을 접종해서 면역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건 주로 면역 저하자들이 백신 접종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일수록 백신을 많이 맞히거든요. 그러니까 바깥에서 보면 면역 백신 접종했다는 사람들이 면역이 떨어져 있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럼 거꾸로 보는 거죠."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러한 주장은 대응에 가치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외국에도 많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전형적인 가짜뉴스라고 지적했습니다.

■ 국내 게시글 출처는 '가짜뉴스' 양산 해외 사이트

국내 게시물의 출처를 따라가 보면 나오는 인물이 있습니다. 마이크 애덤스라는 미국 남성으로 내추럴 뉴스(Natural News)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시물 다수는 그의 웹사이트에 실린 동영상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애덤스의 동영상을 번역해 올려 놓은 블로그 캡처마이크 애덤스의 동영상을 번역해 올려 놓은 블로그 캡처

마이크 애덤스는 동영상에서 우리 몸은 자연적인 면역과정을 갖고 있는데 백신은 면역 체계를 손상시켜 다른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어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몸이 더 아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2009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권위 있는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에 따르면 마이크 애덤스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폴리티팩트 마이크 애덤스 항목출처 : 폴리티팩트 마이크 애덤스 항목

2017년 2월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내추럴 뉴스가 생산한 14만 페이지를 삭제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유튜브가 내추럴 뉴스의 동영상 채널을 서비스 위반을 이유로 삭제했습니다.

내추럴 뉴스는 페이스북에서도 가장 유명한 백신 반대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페이스북은 2020년 5월, 콘텐츠를 스팸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게시했다며 내추럴 뉴스를 퇴출시켰습니다.

이진성 기자 e-gija@kbs.co.kr
조성하 SNU팩트체크 인턴기자 shacho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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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6 08:01:03
    • 수정2022-04-05 07:01:17
    팩트체크K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자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12월 25일 기준 15,114,773명/접종률 29.4%). 지난 10월 12일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에게 처음 3차 접종을 시작한 지 약 두 달 반 만입니다.

3차 접종은 백신 접종 후 시간이 흐를수록 면역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실시합니다. 2차 접종 후 정점에 올랐다가 차츰 떨어지는 백신 면역 효과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입니다.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등장하면서 2차 접종 후에도 확진되는 ‘돌파 감염’을 막자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 중화항체가 생겨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아준다.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중화항체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분석했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백신을 접종하면 오히려 면역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백신을 계속 접종하면 결국 면역 결핍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서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코로나19 백신이 면역력을 약화”…백신 추가 접종 음모론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 공유되고 있는 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손상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다른 감염에 취약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글 캡처
이 주장은 나아가 백신 추가 접종이 면역력을 약화시켜 만성 질환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인구를 줄이고, 의약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글 캡처
■ 전문가들 "일고의 가치가 없는 가짜뉴스"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는 제대로 면역이 되려면 바이러스에만 정확하게 항체가 결합해야 하는데 백신을 맞아 생긴 항체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를 파괴하거나 정상 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을 두고서는 항체의존면역증강(ADE) 현상을 ‘백신 접종하면 면역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혼동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DE는 백신접종으로 만들어진 항체들 중 질 낮은 항체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중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상입니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 속에서 증식하게 되고 결국 면역세포가 죽게 되면서 면역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입니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면역세포는 대식세포, 항체를 만드는 중요한 B세포, 선천면역 후천면역이 다 필요한 수지상 세포 이렇게 구성돼 있는데 (ADE 현상의 경우) 여기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버리면,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서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면역세포는 대개 죽습니다. 면역 세포 수가 줄어드는 거죠. 그럼 면역력이 약화되지 않는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은가 합니다. 그러나 이럴 가능성은 확률적으로는 수백만 분의 일일 겁니다. 코로나19의 경우에 과학적으로 보고된 바도 없습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몸이 선천적인 면역 능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질병 예방이 안 되기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면역을 만들어주는 게 백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엄 교수는 후천적인 면역이 만들어지는 방법은 그 병에 걸려 걸리든가 아니면 백신 접종을 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백신 접종은 면역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백신을 접종해서 면역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
"백신을 접종해서 면역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건 주로 면역 저하자들이 백신 접종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일수록 백신을 많이 맞히거든요. 그러니까 바깥에서 보면 면역 백신 접종했다는 사람들이 면역이 떨어져 있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럼 거꾸로 보는 거죠."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러한 주장은 대응에 가치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외국에도 많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전형적인 가짜뉴스라고 지적했습니다.

■ 국내 게시글 출처는 '가짜뉴스' 양산 해외 사이트

국내 게시물의 출처를 따라가 보면 나오는 인물이 있습니다. 마이크 애덤스라는 미국 남성으로 내추럴 뉴스(Natural News)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시물 다수는 그의 웹사이트에 실린 동영상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애덤스의 동영상을 번역해 올려 놓은 블로그 캡처
마이크 애덤스는 동영상에서 우리 몸은 자연적인 면역과정을 갖고 있는데 백신은 면역 체계를 손상시켜 다른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어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몸이 더 아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2009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권위 있는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에 따르면 마이크 애덤스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폴리티팩트 마이크 애덤스 항목
2017년 2월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내추럴 뉴스가 생산한 14만 페이지를 삭제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유튜브가 내추럴 뉴스의 동영상 채널을 서비스 위반을 이유로 삭제했습니다.

내추럴 뉴스는 페이스북에서도 가장 유명한 백신 반대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페이스북은 2020년 5월, 콘텐츠를 스팸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게시했다며 내추럴 뉴스를 퇴출시켰습니다.

이진성 기자 e-gija@kbs.co.kr
조성하 SNU팩트체크 인턴기자 shacho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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