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러시아가 흔들자 ‘천연가스값 10배’…중국은 희토류 ‘흔들 준비중’

입력 2021.12.27 (18:04) 수정 2021.12.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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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앞서 전해드린 적 있는데,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대를 빼고 있답니다.

그럼 전쟁은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물리적으론 몰라도 자원을 무기로 한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깁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중국, 러시아가 물리적 전쟁 말고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한 거 같다고요?

[기자]

이 두 나라의 '자원 무기화'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를,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깁니다.

[앵커]

안 그래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난리가 났던데, 상당 부분은 러시아 영향이겠죠?

[기자]

네, 지금 천연가스 가격이 한 달 만에 거의 두 배가 되면서 역대 최고치 찍었습니다.

러시아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근 지 일주일째인데, 러시아에서 폴란드 거쳐 독일로 가는 '야말' 가스관 잠갔거든요.

그래프 보면 아시겠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연초 대비 무려 10배가 넘는 상태입니다.

[앵커]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까?

[기자]

네. 필요한 천연가스의 40%가 러시아산입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이후 의존도 높아졌는데, 겨울이기까지 합니다.

일부러 끊은 거로 보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주문을 안 해서 그런 거지 우리 탓이 아니다" 라고 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지난 23일 : "가즈프롬(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이 가스 수송 물량을 예약하지 않은 건, 독일과 프랑스의 기업 고객들이 구매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진실게임인가요? 누구 말이 맞습니까?

[기자]

외신들은 '노르트스트림2'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번 소개했는데, 러시아와 독일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가스관입니다.

지난 9월 완공됐는데, 독일 정부가 승인을 안 해주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 승인 압박하려고 가스 공급을 끊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 새 가스관, 미국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이 왜요?

[기자]

우크라이나 때문입니다.

이 직통 가스관이 개통되면,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기존의 가스관을 러시아가 잠글 거란 말이 나옵니다.

쉽게 말해, 우크라이나의 돈줄인 가스관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 겁니다.

미국은 그래서, 러시아가 만약 우크라이나 공격하면 새 직통 가스관 제재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 모든 일이 다음 달 러시아와 미국·나토 간 안보 협상을 앞둔 샅바 싸움입니다.

복잡하지만, 바둑으로 치자면 러시아는 협상 유리하게 하려고 먼저 가스를 건드려 유럽을 길들이는 포석을 두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중국은요?

[기자]

중국은 희토류.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는다는 건 오래된 얘기입니다만, 이번에 이 희토류 관련 사업들을 정리해서 한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기존 국유기업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이 된 겁니다.

[앵커]

듣기로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거로 추산되는데, 이게 한 기업 손에 들어가면 독과점 아닙니까?

[기자]

네. 이 '중국희토그룹'의 최대 주주가 중국 정부니, 러시아 가스처럼 체계적 무기화 준비에 나선 거나 다름없단 분석이 나옵니다.

이미 전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일본 무릎을 꿇렸죠.

당시 센카쿠를 둘러싸고 중·일 두 나라가 갈등을 빚었는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안 한다고 하자 3일 만에 일본이 꼬리 내렸습니다.

센카쿠 해역에서 체포된 중국 선장을 무조건 석방한 겁니다.

이후 트럼프 때도, 중국은 대미 압박 카드로 만지작거렸고요.

이번 통폐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미사일, 잠수함까지, 안 들어가는 데가 없는데, 중국이 생산, 공급, 가격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단 거니까요.

이게 무서운 건 중국 내 매장량이 많아서만이 아닙니다.

중국에 없어도요,

중국은 해외 광산을 뭉터기로 사들입니다.

수십조 원을 들여서요.

대표적인 게 리튬.

리튬 자체는 남미, 호주 등에 많지만 광산을 중국이 통째로 샀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배터리로 가공한 중간 화합물, '수산화 리튬'은 절대적으로 중국산입니다.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가격 결정력도 가집니다.

이 희토류, 그동안 환경오염,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대부분 나라가 생산, 가공을 꺼렸고, 미국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당장은 대처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앵커]

21세기에 자원을 무기로 한 노골적인 압박이 벌어질 수 있다니, 걱정됩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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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러시아가 흔들자 ‘천연가스값 10배’…중국은 희토류 ‘흔들 준비중’
    • 입력 2021-12-27 18:04:26
    • 수정2021-12-27 18:23:43
    통합뉴스룸ET
[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앞서 전해드린 적 있는데,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대를 빼고 있답니다.

그럼 전쟁은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물리적으론 몰라도 자원을 무기로 한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깁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중국, 러시아가 물리적 전쟁 말고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한 거 같다고요?

[기자]

이 두 나라의 '자원 무기화'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를,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깁니다.

[앵커]

안 그래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난리가 났던데, 상당 부분은 러시아 영향이겠죠?

[기자]

네, 지금 천연가스 가격이 한 달 만에 거의 두 배가 되면서 역대 최고치 찍었습니다.

러시아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근 지 일주일째인데, 러시아에서 폴란드 거쳐 독일로 가는 '야말' 가스관 잠갔거든요.

그래프 보면 아시겠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연초 대비 무려 10배가 넘는 상태입니다.

[앵커]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까?

[기자]

네. 필요한 천연가스의 40%가 러시아산입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이후 의존도 높아졌는데, 겨울이기까지 합니다.

일부러 끊은 거로 보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주문을 안 해서 그런 거지 우리 탓이 아니다" 라고 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지난 23일 : "가즈프롬(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이 가스 수송 물량을 예약하지 않은 건, 독일과 프랑스의 기업 고객들이 구매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진실게임인가요? 누구 말이 맞습니까?

[기자]

외신들은 '노르트스트림2'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번 소개했는데, 러시아와 독일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가스관입니다.

지난 9월 완공됐는데, 독일 정부가 승인을 안 해주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 승인 압박하려고 가스 공급을 끊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 새 가스관, 미국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이 왜요?

[기자]

우크라이나 때문입니다.

이 직통 가스관이 개통되면,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기존의 가스관을 러시아가 잠글 거란 말이 나옵니다.

쉽게 말해, 우크라이나의 돈줄인 가스관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 겁니다.

미국은 그래서, 러시아가 만약 우크라이나 공격하면 새 직통 가스관 제재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 모든 일이 다음 달 러시아와 미국·나토 간 안보 협상을 앞둔 샅바 싸움입니다.

복잡하지만, 바둑으로 치자면 러시아는 협상 유리하게 하려고 먼저 가스를 건드려 유럽을 길들이는 포석을 두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중국은요?

[기자]

중국은 희토류.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는다는 건 오래된 얘기입니다만, 이번에 이 희토류 관련 사업들을 정리해서 한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기존 국유기업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이 된 겁니다.

[앵커]

듣기로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거로 추산되는데, 이게 한 기업 손에 들어가면 독과점 아닙니까?

[기자]

네. 이 '중국희토그룹'의 최대 주주가 중국 정부니, 러시아 가스처럼 체계적 무기화 준비에 나선 거나 다름없단 분석이 나옵니다.

이미 전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일본 무릎을 꿇렸죠.

당시 센카쿠를 둘러싸고 중·일 두 나라가 갈등을 빚었는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안 한다고 하자 3일 만에 일본이 꼬리 내렸습니다.

센카쿠 해역에서 체포된 중국 선장을 무조건 석방한 겁니다.

이후 트럼프 때도, 중국은 대미 압박 카드로 만지작거렸고요.

이번 통폐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미사일, 잠수함까지, 안 들어가는 데가 없는데, 중국이 생산, 공급, 가격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단 거니까요.

이게 무서운 건 중국 내 매장량이 많아서만이 아닙니다.

중국에 없어도요,

중국은 해외 광산을 뭉터기로 사들입니다.

수십조 원을 들여서요.

대표적인 게 리튬.

리튬 자체는 남미, 호주 등에 많지만 광산을 중국이 통째로 샀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배터리로 가공한 중간 화합물, '수산화 리튬'은 절대적으로 중국산입니다.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가격 결정력도 가집니다.

이 희토류, 그동안 환경오염,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대부분 나라가 생산, 가공을 꺼렸고, 미국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당장은 대처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앵커]

21세기에 자원을 무기로 한 노골적인 압박이 벌어질 수 있다니,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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