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홍합탕 덕에…” 미국서 온 70대 남성의 편지

입력 2021.12.28 (11:30) 수정 2021.12.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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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70대 남성이 50년 전 먹었던 홍합탕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한때 살았던 지역 지구대에 2백여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70대 남성은 지난달 중순쯤, 한국에 있는 친구를 통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 편지 한 통을 전달했습니다. 편지 봉투 안에는 미화 2천 달러짜리 수표도 동봉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신촌에 머물렀던 이 남성은 당시 '고학생'이었습니다. 가난했던 그는 어느 겨울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귀가했습니다. 신촌시장 뒷골목을 지나던 남성은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아주머니에게 홍합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며, 돈은 내일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한 아주머니는 뜨끈한 홍합탕 한 그릇을 선뜻 건넸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던 그는 다음 날도 아주머니에게 약속한 대로 돈을 건네지 못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70대 남성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 보낸 편지뉴욕에 사는 70대 남성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 보낸 편지

이 70대 남성은 수십 년 동안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편지에 적었습니다. 또 너무 늦었지만, 당시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에 지구대로 편지와 수표를 보내게 됐다고 썼습니다.

또 작은 액수라 부끄럽지만 전달한 돈으로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한다면 감사하겠다고 적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미화 2천 달러는 지역 내 주민들의 복지 문제를 돕는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오늘(28일) 오전 10시 반쯤 전달됐습니다. 이 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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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전 홍합탕 덕에…” 미국서 온 70대 남성의 편지
    • 입력 2021-12-28 11:30:54
    • 수정2021-12-28 11:40:02
    취재K

미국 뉴욕에 사는 70대 남성이 50년 전 먹었던 홍합탕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한때 살았던 지역 지구대에 2백여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70대 남성은 지난달 중순쯤, 한국에 있는 친구를 통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 편지 한 통을 전달했습니다. 편지 봉투 안에는 미화 2천 달러짜리 수표도 동봉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신촌에 머물렀던 이 남성은 당시 '고학생'이었습니다. 가난했던 그는 어느 겨울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귀가했습니다. 신촌시장 뒷골목을 지나던 남성은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아주머니에게 홍합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며, 돈은 내일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한 아주머니는 뜨끈한 홍합탕 한 그릇을 선뜻 건넸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던 그는 다음 날도 아주머니에게 약속한 대로 돈을 건네지 못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70대 남성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에 보낸 편지
이 70대 남성은 수십 년 동안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편지에 적었습니다. 또 너무 늦었지만, 당시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에 지구대로 편지와 수표를 보내게 됐다고 썼습니다.

또 작은 액수라 부끄럽지만 전달한 돈으로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대접한다면 감사하겠다고 적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미화 2천 달러는 지역 내 주민들의 복지 문제를 돕는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오늘(28일) 오전 10시 반쯤 전달됐습니다. 이 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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