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사도광산 ‘단독 추천’ 결정…“강제동원 언급 검토 계획 없다”

입력 2021.12.28 (21:13) 수정 2021.12.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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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사도광산 관련 단독 보도, 이어갑니다.

이 광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피해자들의 명부와 생활 흔적들, KBS 특파원이 찾아가 발굴한 내용 어제(27일) 전해드렸는데, 일본 문화청이 바로 오늘(28일)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선정해 등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 핵심 관계자가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언급하는 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된 일본 사도광산의 근대기 갱도.

백여 년 간 채굴이 이뤄진 갱도를 따라 설명글과 사진 전시가 이어집니다.

[나하타 쇼/사도광산 주임보 : "이게 광차가 달린 레일입니다. (이렇게 쭉 달린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물자 확보를 위해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사실은 언급이 없습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일본 니가타현은 강제동원 언급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 여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거기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사도시와 니가타현에서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선을 긋습니다.

[오다 유미코/니가타현 세계유산등록추진실장 : "외교상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담당할 수밖에 없겠죠. 일개 자치단체 직원으로서 답하기는 곤란합니다."]

일본 문화청은 사도광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단독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제동원 현장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가 군함도에 이어 한일 간 민감한 현안으로 작용하는 데다, 이번에도 신청 대상 기간에서 일제강점기를 제외해 강제동원 관련 기술은 누락될 우려가 한층 커졌습니다.

일본정부는 조만간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추천서를 낼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여부는 2023년에 결정됩니다.

우리 외교부는 군함도에 이은 사도 광산의 등재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을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사도섬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김지훈

‘군함도’ 전철 밟지 않아야

[앵커]

그럼 도쿄 연결해서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지종익 특파원, 일본이 등재 절차, 예상보다 빨리 시작했네요?

[기자]

네, 어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 가능성 보도 후 바로 오늘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에 발표 자료가 올라왔는데요.

추천 후보의 '선정'은 추천 '결정'이 아니다, '향후, 일본 정부 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사도광산 관계자에게도 문화청이 오늘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하고요.

또, 지역신문 니가타일보에서는 "한국 내 반발을 우려해 외무성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후보 선정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는 겁니까?

[기자]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 취재를 좀 해봤는데요.

그럴 것 같진 않다는 게 공통된 답변이었습니다.

단, 최종 결정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거로 봐선 한국이나 국제사회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는 기한이 2월 1일인데 겨우 한 달 남겨두고 후보 선정을 발표한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데 사실, 한국 입장에선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우선 강제동원 생존자나 증언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요

또 중요한 건, 사도광산에 강제동원 피해자가 조선인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군함도와는 달리 연구나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 보니,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가능합니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정식으로 추천하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심사가 있을 텐데요.

취재진이 현지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조선인 명부나 증언자 등을 확보해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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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日 사도광산 ‘단독 추천’ 결정…“강제동원 언급 검토 계획 없다”
    • 입력 2021-12-28 21:13:56
    • 수정2021-12-28 21: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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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사도광산 관련 단독 보도, 이어갑니다.

이 광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피해자들의 명부와 생활 흔적들, KBS 특파원이 찾아가 발굴한 내용 어제(27일) 전해드렸는데, 일본 문화청이 바로 오늘(28일)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선정해 등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 핵심 관계자가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언급하는 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된 일본 사도광산의 근대기 갱도.

백여 년 간 채굴이 이뤄진 갱도를 따라 설명글과 사진 전시가 이어집니다.

[나하타 쇼/사도광산 주임보 : "이게 광차가 달린 레일입니다. (이렇게 쭉 달린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물자 확보를 위해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사실은 언급이 없습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일본 니가타현은 강제동원 언급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 여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거기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사도시와 니가타현에서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선을 긋습니다.

[오다 유미코/니가타현 세계유산등록추진실장 : "외교상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담당할 수밖에 없겠죠. 일개 자치단체 직원으로서 답하기는 곤란합니다."]

일본 문화청은 사도광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단독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제동원 현장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가 군함도에 이어 한일 간 민감한 현안으로 작용하는 데다, 이번에도 신청 대상 기간에서 일제강점기를 제외해 강제동원 관련 기술은 누락될 우려가 한층 커졌습니다.

일본정부는 조만간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추천서를 낼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여부는 2023년에 결정됩니다.

우리 외교부는 군함도에 이은 사도 광산의 등재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을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사도섬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김지훈

‘군함도’ 전철 밟지 않아야

[앵커]

그럼 도쿄 연결해서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지종익 특파원, 일본이 등재 절차, 예상보다 빨리 시작했네요?

[기자]

네, 어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 가능성 보도 후 바로 오늘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에 발표 자료가 올라왔는데요.

추천 후보의 '선정'은 추천 '결정'이 아니다, '향후, 일본 정부 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사도광산 관계자에게도 문화청이 오늘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하고요.

또, 지역신문 니가타일보에서는 "한국 내 반발을 우려해 외무성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후보 선정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는 겁니까?

[기자]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 취재를 좀 해봤는데요.

그럴 것 같진 않다는 게 공통된 답변이었습니다.

단, 최종 결정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거로 봐선 한국이나 국제사회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는 기한이 2월 1일인데 겨우 한 달 남겨두고 후보 선정을 발표한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데 사실, 한국 입장에선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우선 강제동원 생존자나 증언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요

또 중요한 건, 사도광산에 강제동원 피해자가 조선인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군함도와는 달리 연구나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 보니,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가능합니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정식으로 추천하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심사가 있을 텐데요.

취재진이 현지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조선인 명부나 증언자 등을 확보해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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