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행을 단순폭행 처리’ 육군 경찰들 기소…가해자는 뒤늦게 재판에

입력 2021.12.28 (21:17) 수정 2021.12.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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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육군 군사경찰의 성추행 무마 의혹, 집중 보도합니다.

공군 고 이 중사가 숨진 사건에서 군사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육군의 군사경찰들이 성추행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덮으려 한 혐의로 한꺼번에 기소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1월, 육군 모 사단 군사경찰대 소속 여군 부사관이 부대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선임 부사관이 옆구리를 만지고 어깨를 잡는 등 두 차례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 내 범죄를 수사하는 군사경찰대 안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겁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군사경찰 대대장과 수사과장 등은 가해 부사관에 대해 단순 폭행 혐의만 적용해 사단 법무부에 징계를 의뢰했습니다.

군사경찰의 수사 내용을 본 사단 법무부는 단순 폭행은 아니고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봤지만 입건도 하지 않은 채 정직 1개월의 징계만 내렸습니다.

가해자가 형사처벌은 받지 않은 겁니다.

군의 생명인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고 접수 6일 뒤, 군사경찰대는 '군사경찰대대 부사관, 여군 부사관 폭행'이라는 참고용 보고 문서를 작성해 참모장과 사단장에게 결재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는 신고 이후 청원휴가를 가기 전까지 열흘 동안 가해 선임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해야 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도록 한 군 성폭력 예방 지침을 어긴 겁니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가 올해 6월,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공군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하던 때였습니다.

군사경찰 대대장 등 사건을 맡았던 4명은 지난달,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습니다.

성추행 가해 부사관도 군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정민/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 "폭행으로 간 것은 성범죄에 대한 판단 자체를 봉쇄해 버린 거거든요. 이것은 봐주기라고 해도 특별히 변명하기가 어려워요."]

군사경찰대 대대장 등은 사단 법무부와 협의해 징계가 이뤄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영상편집:김태형/그래픽:고석훈/취재협조:강대식 의원실

‘제식구 감싸기’ 군사경찰…군 성범죄 언제 근절될까?

[앵커]

이 내용 취재한 통일외교부 홍진아 기자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기소된 군사경찰들, 지금 어떤 상태죠?

[기자]

국방부의 수사 의뢰를 받은 육군본부 검찰부가 지난달 군사경찰 대대장 등 4명을 기소했는데요.

아직 첫 공판은 열리지 않은 상탭니다.

진급이 예정됐던 대대장은 이 사건으로 진급이 취소되고, 보직 해임됐고요.

나머지 수사관들은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육군은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재진에게 밝혀왔습니다.

[앵커]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데, 뭐라고 이유를 대는 겁니까?

[기자]

피고인들은 사단 법무 참모들과 협의해 징계로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성추행 사건에 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현재 이들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보고 등입니다.

사건을 잘못 처리한 것을 법률상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느냐, 또 '허위 보고'한 게 맞느냐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진행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법조계에선 이 사건,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설령 징계를 하더라도 성 군기 위반으로 갔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보다 경미한 성범죄도 유죄로 인정되는 게 현재 추세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신고했는데도 단순 폭행으로 징계 처분한 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앵커]

이 중사 사건 이후, 여러 대책들이 나왔는데 육군, 해군에서 또 이번 건까지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입니다?

[기자]

8월에 군사법원법이 개정됐죠.

군 성범죄 사건은 군이 아닌 민간에서 수사와 1심 재판을 맡게 됐습니다.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되구요.

또 국가인권위에 군 인권보호관을 두는 내용의 법안도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 군인권보호관 제도 신설로 군 내 성폭력 같은 사건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공군 이 중사 사건 수사담당자들이 모두 형사처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 성범죄 근절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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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성추행을 단순폭행 처리’ 육군 경찰들 기소…가해자는 뒤늦게 재판에
    • 입력 2021-12-28 21:17:57
    • 수정2021-12-28 21:40:37
    뉴스 9
[앵커]

이번엔 육군 군사경찰의 성추행 무마 의혹, 집중 보도합니다.

공군 고 이 중사가 숨진 사건에서 군사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육군의 군사경찰들이 성추행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덮으려 한 혐의로 한꺼번에 기소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1월, 육군 모 사단 군사경찰대 소속 여군 부사관이 부대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선임 부사관이 옆구리를 만지고 어깨를 잡는 등 두 차례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 내 범죄를 수사하는 군사경찰대 안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겁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군사경찰 대대장과 수사과장 등은 가해 부사관에 대해 단순 폭행 혐의만 적용해 사단 법무부에 징계를 의뢰했습니다.

군사경찰의 수사 내용을 본 사단 법무부는 단순 폭행은 아니고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봤지만 입건도 하지 않은 채 정직 1개월의 징계만 내렸습니다.

가해자가 형사처벌은 받지 않은 겁니다.

군의 생명인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고 접수 6일 뒤, 군사경찰대는 '군사경찰대대 부사관, 여군 부사관 폭행'이라는 참고용 보고 문서를 작성해 참모장과 사단장에게 결재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는 신고 이후 청원휴가를 가기 전까지 열흘 동안 가해 선임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해야 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도록 한 군 성폭력 예방 지침을 어긴 겁니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가 올해 6월,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공군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하던 때였습니다.

군사경찰 대대장 등 사건을 맡았던 4명은 지난달,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습니다.

성추행 가해 부사관도 군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정민/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 "폭행으로 간 것은 성범죄에 대한 판단 자체를 봉쇄해 버린 거거든요. 이것은 봐주기라고 해도 특별히 변명하기가 어려워요."]

군사경찰대 대대장 등은 사단 법무부와 협의해 징계가 이뤄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영상편집:김태형/그래픽:고석훈/취재협조:강대식 의원실

‘제식구 감싸기’ 군사경찰…군 성범죄 언제 근절될까?

[앵커]

이 내용 취재한 통일외교부 홍진아 기자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기소된 군사경찰들, 지금 어떤 상태죠?

[기자]

국방부의 수사 의뢰를 받은 육군본부 검찰부가 지난달 군사경찰 대대장 등 4명을 기소했는데요.

아직 첫 공판은 열리지 않은 상탭니다.

진급이 예정됐던 대대장은 이 사건으로 진급이 취소되고, 보직 해임됐고요.

나머지 수사관들은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육군은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재진에게 밝혀왔습니다.

[앵커]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데, 뭐라고 이유를 대는 겁니까?

[기자]

피고인들은 사단 법무 참모들과 협의해 징계로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성추행 사건에 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현재 이들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보고 등입니다.

사건을 잘못 처리한 것을 법률상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느냐, 또 '허위 보고'한 게 맞느냐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진행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법조계에선 이 사건,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설령 징계를 하더라도 성 군기 위반으로 갔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보다 경미한 성범죄도 유죄로 인정되는 게 현재 추세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신고했는데도 단순 폭행으로 징계 처분한 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앵커]

이 중사 사건 이후, 여러 대책들이 나왔는데 육군, 해군에서 또 이번 건까지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입니다?

[기자]

8월에 군사법원법이 개정됐죠.

군 성범죄 사건은 군이 아닌 민간에서 수사와 1심 재판을 맡게 됐습니다.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되구요.

또 국가인권위에 군 인권보호관을 두는 내용의 법안도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 군인권보호관 제도 신설로 군 내 성폭력 같은 사건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공군 이 중사 사건 수사담당자들이 모두 형사처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 성범죄 근절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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