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100만 원 벌 때, 여성은 얼마 벌까?”…서울시 성별 임금 보니

입력 2021.12.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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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입니다.

이 같은 격차를 메워보고자 정부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아직 실현되진 못했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임금공시제는 곳곳에서 다시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한발 먼저 운영해왔습니다.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 조례'에 그 근거를 담았고, 2019년 최초 공시를 한 뒤 2년 주기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공시는 내일(30일) 오전 8시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집니다. 서울시 본청과 서울시립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4곳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분석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맡았고, OECD와 같이 중위값 기준입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정원 외 모든 근로자 가운데 2020년 만근한 3만 2,183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정보를 도출했습니다.

■ "남성 100만 원 벌 때 여성 45만 원 번다"…성별임금격차 1위는?

'성별 임금 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 성별임금격차는 12.53%였습니다.

이 격차가 30%일 경우,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70만 원을 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30%라면 남성 임금이 100만 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0만 원이라는 뜻이죠.

서울시 본청의 경우 성별임금격차는 11.28%로, OECD 평균 격차보다 낮았습니다.


전체 분석 대상 26곳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은 서울시립대로, 무려 54.99%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45만 원을 번다는 말입니다.

이는 높은 임금을 받는 전임교원 중 여성 비율이 13.9%(55명)로 상대적으로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60.5개월로 남성 147.3개월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이 학교의 정교수 310명 가운데 여성은 35명에 불과했고, 부교수는 남성 43명-여성 17명, 조교수는 남성 22명-여성 3명이었습니다. 반면 조교는 여성이 48명, 남성이 13명이었습니다.


반대로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기관은 26곳 중 3곳이었는데요. 특히 서울여성가족재단이 –29.95%로 차이가 가장 컸습니다.

주요 직위인 연구원 100%가 여성이고, 일반직·연구직·기능직 등 직종별로 다른 채용자격이 적용된 점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 26곳 중 23곳은 남성 임금 높아…고위직 비중·근속기간 차이

결국, 26개 기관 중 23곳은 남성 근로자의 임금이 여성보다 더 높은 셈입니다. 서울시가 분석한 원인을 보면 크게 네 가지로 추려집니다.

고임금을 받는 고위직에 남성이 더 많고, 남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훨씬 길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 직원이 늘었고, 야간·당직 근무에 남성이 더 많이 투입된다는 점입니다.


성별임금격차가 47.98%인 서울관광재단의 경우, 전체 117명의 직원 중 낮은 임금을 받는 말단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우선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여성 신입사원 비중이 78%로 남성보다 월등히 높았고, 최근 기간제 근로자 2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들 전원이 여성이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가 25.16%인 서울디자인재단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설립 당시 상위직급의 남성 비중이 높아, 현재 상위직급(1급)은 남성 100%로 채워졌는데요.

이후 여성 중심으로 중·하위 직급 채용이 이뤄지면서 성별임금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청소직의 경우 여성 비율이 100%였습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성별임금격차가 26.56%였는데, 임금 수준이 높은 수석연구원과 행정위원의 여성비율이 0%이고, 중·상위 직급 가운데 여성 비중이 작아 격차가 생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근무 형태와 근속 기간의 차이도 컸습니다. 재직기간을 보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경우 남성 243개월-여성 53개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성별임금격차가 30.05%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4시간 도매시간 운영 등 야간근무 특성에 따라 여직원 비율이 낮았고, 있다고 해도 하위직급 비율이 높았습니다.

여직원 85%의 평균근속연수는 7.8년으로 남직원 16.6년보다 절반도 안 됐고,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 '시간선택제' 활용도 여성이 훨씬 활발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성별임금격차가 35.71%였는데, 남녀 평균 근속기간이 18년 8개월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또 야간이나 휴일 교대근무의 75%는 남성이 투입됐습니다.

서울시설공단, 서울에너지공사, 서울산업진흥원 등에서도 야간·당직근무에 남성들이 많이 투입되면서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서울시 "여성 경력단절 예방·전문기술직 양성 노력"

서울시는 이번 공시를 계기로 공공부문 인사관리의 성별 균형을 더 신경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성 근로자의 재직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육아기 경력단절 예방 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입니다.

또 여성 근로자의 기술직종 등 채용비율이 낮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살펴, 전문기술직 분야의 성별균형 인력양성에 힘쓰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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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 100만 원 벌 때, 여성은 얼마 벌까?”…서울시 성별 임금 보니
    • 입력 2021-12-29 06:01:38
    취재K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입니다.

이 같은 격차를 메워보고자 정부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아직 실현되진 못했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임금공시제는 곳곳에서 다시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한발 먼저 운영해왔습니다.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 조례'에 그 근거를 담았고, 2019년 최초 공시를 한 뒤 2년 주기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공시는 내일(30일) 오전 8시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집니다. 서울시 본청과 서울시립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4곳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분석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맡았고, OECD와 같이 중위값 기준입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정원 외 모든 근로자 가운데 2020년 만근한 3만 2,183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정보를 도출했습니다.

■ "남성 100만 원 벌 때 여성 45만 원 번다"…성별임금격차 1위는?

'성별 임금 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 성별임금격차는 12.53%였습니다.

이 격차가 30%일 경우,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70만 원을 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30%라면 남성 임금이 100만 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0만 원이라는 뜻이죠.

서울시 본청의 경우 성별임금격차는 11.28%로, OECD 평균 격차보다 낮았습니다.


전체 분석 대상 26곳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은 서울시립대로, 무려 54.99%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45만 원을 번다는 말입니다.

이는 높은 임금을 받는 전임교원 중 여성 비율이 13.9%(55명)로 상대적으로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60.5개월로 남성 147.3개월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이 학교의 정교수 310명 가운데 여성은 35명에 불과했고, 부교수는 남성 43명-여성 17명, 조교수는 남성 22명-여성 3명이었습니다. 반면 조교는 여성이 48명, 남성이 13명이었습니다.


반대로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기관은 26곳 중 3곳이었는데요. 특히 서울여성가족재단이 –29.95%로 차이가 가장 컸습니다.

주요 직위인 연구원 100%가 여성이고, 일반직·연구직·기능직 등 직종별로 다른 채용자격이 적용된 점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 26곳 중 23곳은 남성 임금 높아…고위직 비중·근속기간 차이

결국, 26개 기관 중 23곳은 남성 근로자의 임금이 여성보다 더 높은 셈입니다. 서울시가 분석한 원인을 보면 크게 네 가지로 추려집니다.

고임금을 받는 고위직에 남성이 더 많고, 남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훨씬 길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 직원이 늘었고, 야간·당직 근무에 남성이 더 많이 투입된다는 점입니다.


성별임금격차가 47.98%인 서울관광재단의 경우, 전체 117명의 직원 중 낮은 임금을 받는 말단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우선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여성 신입사원 비중이 78%로 남성보다 월등히 높았고, 최근 기간제 근로자 2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들 전원이 여성이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가 25.16%인 서울디자인재단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설립 당시 상위직급의 남성 비중이 높아, 현재 상위직급(1급)은 남성 100%로 채워졌는데요.

이후 여성 중심으로 중·하위 직급 채용이 이뤄지면서 성별임금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청소직의 경우 여성 비율이 100%였습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성별임금격차가 26.56%였는데, 임금 수준이 높은 수석연구원과 행정위원의 여성비율이 0%이고, 중·상위 직급 가운데 여성 비중이 작아 격차가 생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근무 형태와 근속 기간의 차이도 컸습니다. 재직기간을 보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경우 남성 243개월-여성 53개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성별임금격차가 30.05%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4시간 도매시간 운영 등 야간근무 특성에 따라 여직원 비율이 낮았고, 있다고 해도 하위직급 비율이 높았습니다.

여직원 85%의 평균근속연수는 7.8년으로 남직원 16.6년보다 절반도 안 됐고,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 '시간선택제' 활용도 여성이 훨씬 활발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성별임금격차가 35.71%였는데, 남녀 평균 근속기간이 18년 8개월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또 야간이나 휴일 교대근무의 75%는 남성이 투입됐습니다.

서울시설공단, 서울에너지공사, 서울산업진흥원 등에서도 야간·당직근무에 남성들이 많이 투입되면서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서울시 "여성 경력단절 예방·전문기술직 양성 노력"

서울시는 이번 공시를 계기로 공공부문 인사관리의 성별 균형을 더 신경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성 근로자의 재직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육아기 경력단절 예방 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입니다.

또 여성 근로자의 기술직종 등 채용비율이 낮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살펴, 전문기술직 분야의 성별균형 인력양성에 힘쓰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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