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인도네시아에서 미얀마까지…확진자가 크게 줄었어요

입력 2021.12.29 (09:00) 수정 2021.12.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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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아속(asoke)거리엔 차가 넘친다. 백화점엔 루돌프 복장의 점원들이 손님을 반기고, 저녁 카페골목엔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방역 규제는 거의 다 풀렸다.(단 식당 내 음주는 밤 11시까지만 허용된다) 누가 봐도 코로나 이전이다. 연말 연초 푸껫의 고급 리조트들은 예약이 꽉 찼다.

실제 확진자가 크게 줄었다.
8월엔 하루 2만 명을 넘었다. 식당 내 식사는 금지됐고, 방콕은 밤 9시 이후엔 통행금지였다. 지금은 하루 3천 명 정도다. 지난 8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은 인도네시아는 이번 주엔 하루 100명대로 줄었다. (지난 8월 10일 하루에 2,048명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8월 대비 확진자가 1/10로 줄었다. 심지어 통계를 다 믿지 못한다고 해도, 미얀마의 확진자도 1/30 수준으로 줄었다.

우리는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모두 연일 확진자 수가 사상 최대를 갈아치우고 있는데, 동남아 국가들의 확진자는 크게 줄었다. 이유가 뭘까.

1) 말레이시아는 80%, 태국은 65%, 인도네시아는 2억 7천만 인구의 40%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선진국보다 접종 완료가 늦어지면서 그 효과가 이제야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도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기던 지난 가을 확진자가 크게 줄었다.

백신도 갈아탔다. 올 초에는 대부분 시노백이나 시노팜을 접종했지만, 국민들 불신이 커지자 2차나 3차 접종은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 접종이 크게 늘었다.

2) 지난 2년간 두어 차례 거대한 파동을 겪으면서 방역 의식도 많이 좋아졌다. 의료인프라가 열악해 (병원에 가기 힘드니) 오히려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종일 마스크 안 한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3) 지난 가을 확산세에 알게 모르게 감염돼, 항체를 가진 지역 주민도 꽤 있을 것 같다 (지난 7월 태국 지역의사협회가 방콕 빈민가 주민 5만여 명을 무작위 검사한 결과, 13%의 주민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 정도로 한 때 감염률이 높았던 만큼 이미 감염돼 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4)오미크론은 아직 확산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인도네시아는 28일 오미크론 지역 감염자가 처음 확인됐다. 100명 정도였던 태국의 오미크론 확진자는 닷새 만에 500여 명으로 늘었다. 이 불안한 동남아 국가들의 평화는 그래서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확진자 줄었는데 문 닫는 동남아 국가들
결국, 확진자가 크게 줄었는데도, 서둘러 문을 닫기로 했다.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무격리 관광이 가능했던 태국은 21일부터 63개국에 대한 무격리 입국 제도(Test & go)를 전격 중단했다. 지난 두 달간 30만 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다시 7일 격리가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도 다시 해외 입국자 격리를 7일로 늘렸다.

(베트남만 오히려 1월부터 해외 관광객 입국 시 격리를 사흘로 줄인다. 하지만 베트남은 9월 이후에도 유독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사흘' 격리를 감수하고 들어올 관광객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싱가포르만 예외다.
초강수다. 여전히 한국 등 18개 나라에 무격리 입국을 허용한다(입국 뒤 7일 동안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2번은 PCR 검사, 5번은 간이검사). 어차피 오미크론 확산은 못 막는다면서, 아프리카 10개국의 입국 금지도 해제했다.

지난 27일부터 오미크론 확진자도 재택 치료나 지역 돌봄센터(CCF)로 돌렸다. 설령 확진 판정을 받아도 백신 접종을 마쳤으면 스스로 격리하면서 검사하면 된다. 자가격리 사흘째 되는 날 음성이 나오면 외출도 가능하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도 '10일간의 의무 격리' 대신 '7일간의 건강위험경고 health risk warning'으로 바꿨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파격적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10월 하루 확진자가 3천 명을 넘기면서 중환자실의 85%가 가득 찼다. 그때도 '재택 치료 우선 정책'을 고수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 자심감이 배어있다.

분명한 것은 동남아 국가들의 안정세가 다음 확산세의 '예고편'이라는 것이다. 예외 없이 그랬다. 일일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 봉쇄가 풀리고, 규제가 완화되고, 그러면서 백신 효력은 점진적으로 약해진다. 시민들의 긴장감이 풀리고, 그렇게 다음 파동이 다가온다.

태국 보건부는 1월 하루 확진자가 3만 명을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년 전 태국 방콕 파라곤월드 백화점의 신년 카운트 다운 행사. 오는 31일 푸껫과 파타야에서 대규모 신년카운트다운 행사가 다시 열린다.  태국 정부는 이날 하루 새벽 1시까지 음주를 허용했다.2년 전 태국 방콕 파라곤월드 백화점의 신년 카운트 다운 행사. 오는 31일 푸껫과 파타야에서 대규모 신년카운트다운 행사가 다시 열린다. 태국 정부는 이날 하루 새벽 1시까지 음주를 허용했다.

오는 31일 파타야와 푸껫에서는 거대한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린다. 이날 하루는 새벽 1시까지 음주도 허용됐다. 잘못하면 거대한 코로나 확산세의 카운트다운이 될 수도 있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지금까지 코로나로 모두 20만 명이 사망했다.

태국 정부는 며칠 전 민간 백화점 등이 준비한 대형 불꽃놀이 등 신년 맞이 행사는 금지한다고 밝혔다. 방콕을 찾기로 한 몇몇 유명 가수는 발길을 돌렸다. 폭풍전야같은 동남아의 연말 연시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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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인도네시아에서 미얀마까지…확진자가 크게 줄었어요
    • 입력 2021-12-29 09:00:46
    • 수정2021-12-29 09:01:39
    특파원 리포트

방콕 아속(asoke)거리엔 차가 넘친다. 백화점엔 루돌프 복장의 점원들이 손님을 반기고, 저녁 카페골목엔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방역 규제는 거의 다 풀렸다.(단 식당 내 음주는 밤 11시까지만 허용된다) 누가 봐도 코로나 이전이다. 연말 연초 푸껫의 고급 리조트들은 예약이 꽉 찼다.

실제 확진자가 크게 줄었다.
8월엔 하루 2만 명을 넘었다. 식당 내 식사는 금지됐고, 방콕은 밤 9시 이후엔 통행금지였다. 지금은 하루 3천 명 정도다. 지난 8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은 인도네시아는 이번 주엔 하루 100명대로 줄었다. (지난 8월 10일 하루에 2,048명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8월 대비 확진자가 1/10로 줄었다. 심지어 통계를 다 믿지 못한다고 해도, 미얀마의 확진자도 1/30 수준으로 줄었다.

우리는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모두 연일 확진자 수가 사상 최대를 갈아치우고 있는데, 동남아 국가들의 확진자는 크게 줄었다. 이유가 뭘까.

1) 말레이시아는 80%, 태국은 65%, 인도네시아는 2억 7천만 인구의 40%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선진국보다 접종 완료가 늦어지면서 그 효과가 이제야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도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기던 지난 가을 확진자가 크게 줄었다.

백신도 갈아탔다. 올 초에는 대부분 시노백이나 시노팜을 접종했지만, 국민들 불신이 커지자 2차나 3차 접종은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 접종이 크게 늘었다.

2) 지난 2년간 두어 차례 거대한 파동을 겪으면서 방역 의식도 많이 좋아졌다. 의료인프라가 열악해 (병원에 가기 힘드니) 오히려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종일 마스크 안 한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3) 지난 가을 확산세에 알게 모르게 감염돼, 항체를 가진 지역 주민도 꽤 있을 것 같다 (지난 7월 태국 지역의사협회가 방콕 빈민가 주민 5만여 명을 무작위 검사한 결과, 13%의 주민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 정도로 한 때 감염률이 높았던 만큼 이미 감염돼 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4)오미크론은 아직 확산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인도네시아는 28일 오미크론 지역 감염자가 처음 확인됐다. 100명 정도였던 태국의 오미크론 확진자는 닷새 만에 500여 명으로 늘었다. 이 불안한 동남아 국가들의 평화는 그래서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확진자 줄었는데 문 닫는 동남아 국가들
결국, 확진자가 크게 줄었는데도, 서둘러 문을 닫기로 했다.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무격리 관광이 가능했던 태국은 21일부터 63개국에 대한 무격리 입국 제도(Test & go)를 전격 중단했다. 지난 두 달간 30만 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다시 7일 격리가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도 다시 해외 입국자 격리를 7일로 늘렸다.

(베트남만 오히려 1월부터 해외 관광객 입국 시 격리를 사흘로 줄인다. 하지만 베트남은 9월 이후에도 유독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사흘' 격리를 감수하고 들어올 관광객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싱가포르만 예외다.
초강수다. 여전히 한국 등 18개 나라에 무격리 입국을 허용한다(입국 뒤 7일 동안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2번은 PCR 검사, 5번은 간이검사). 어차피 오미크론 확산은 못 막는다면서, 아프리카 10개국의 입국 금지도 해제했다.

지난 27일부터 오미크론 확진자도 재택 치료나 지역 돌봄센터(CCF)로 돌렸다. 설령 확진 판정을 받아도 백신 접종을 마쳤으면 스스로 격리하면서 검사하면 된다. 자가격리 사흘째 되는 날 음성이 나오면 외출도 가능하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도 '10일간의 의무 격리' 대신 '7일간의 건강위험경고 health risk warning'으로 바꿨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파격적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10월 하루 확진자가 3천 명을 넘기면서 중환자실의 85%가 가득 찼다. 그때도 '재택 치료 우선 정책'을 고수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 자심감이 배어있다.

분명한 것은 동남아 국가들의 안정세가 다음 확산세의 '예고편'이라는 것이다. 예외 없이 그랬다. 일일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 봉쇄가 풀리고, 규제가 완화되고, 그러면서 백신 효력은 점진적으로 약해진다. 시민들의 긴장감이 풀리고, 그렇게 다음 파동이 다가온다.

태국 보건부는 1월 하루 확진자가 3만 명을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년 전 태국 방콕 파라곤월드 백화점의 신년 카운트 다운 행사. 오는 31일 푸껫과 파타야에서 대규모 신년카운트다운 행사가 다시 열린다.  태국 정부는 이날 하루 새벽 1시까지 음주를 허용했다.
오는 31일 파타야와 푸껫에서는 거대한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린다. 이날 하루는 새벽 1시까지 음주도 허용됐다. 잘못하면 거대한 코로나 확산세의 카운트다운이 될 수도 있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지금까지 코로나로 모두 20만 명이 사망했다.

태국 정부는 며칠 전 민간 백화점 등이 준비한 대형 불꽃놀이 등 신년 맞이 행사는 금지한다고 밝혔다. 방콕을 찾기로 한 몇몇 유명 가수는 발길을 돌렸다. 폭풍전야같은 동남아의 연말 연시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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