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잇따르자 ‘야생 들개’ 실태조사…“유기견 방지가 최선”

입력 2021.1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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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새벽녘 들개떼 습격으로 송아지 4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축사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지난해 6월, 새벽녘 들개떼 습격으로 송아지 4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축사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

최근 유기견들이 야생에서 맹수처럼 변해, 돼지나 소, 닭 등을 키우는 축사를 습격하거나 밭작물을 헤집으며 피해를 주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들 '야생화된 들개'가 사람까지 공격하는 일도 왕왕 벌어지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피해가 잇따르자 제주에선 올해, 전국 처음으로 '야생화된 들개 실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 용역 결과가 어제(28일) 발표됐는데요.

조사 결과, 제주 중산간 일대에서 서식하는 야생 들개가 많게는 2,100여 마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왔습니다.


■ 전국 첫 '야생 들개 실태조사'…2천여 마리 서식 추정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약 8개월간 들개 서식 실태조사를 맡았습니다.

용역 명칭은 '중산간 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야생 들개가 제주 어디서, 얼마나 많이 서식하는지 조사하고, 대응책을 찾자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포획한 유기견 개체 수와 지역 환경 변수 등을 고려해, 들개 개체 수를 추정했는데요. 제주에선 산림지와 초지가 접한 해발 300~600m 중산간 지대를 중심으로 야생 들개가 1,600여 마리~2,10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특히, 이들 야생 들개가 3~4마리씩 군집 생활을 하는 탓에 개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해마다 늘어나는 야생 들개…"유기견 방지가 최선"

이번 용역보고서에서는 야생들개를 '유기 또는 유실에 의해 사람의 손길에서 벗어나, 산과 들에서 생활하고 번식하는 야생화된 개'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실제 들개 대부분이 집 마당을 갓 뛰쳐나온 '떠돌이 개들의 무리'가 아니라, 장기간 여러 세대에 걸쳐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번식하고, 자라면서 군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유기견 포획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해발 300~600m 중산간 지대에서 포획된 유기견 개체 수는 2017년 243마리에서 지난해 542마리로 증가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용역에서 유기견 발생 방지를 위해 △동물등록제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 △ 중성화 수술 확대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야생 들개의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놓고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동물등록제는 앞서 2014년부터 의무화되었습니다. 반려동물 소유자가 동물의 보호와 유실ㆍ유기방지 등을 위해 행정에 등록 대상 동물을 등록하도록 한 건데요. 소유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지난 9월, 서귀포시 한 마을에서 포착된 들개 무리. 시청자 제공지난 9월, 서귀포시 한 마을에서 포착된 들개 무리. 시청자 제공

반려동물등록 대상은 2개월령(月齡) 이상의 반려견으로, 등록대상 월령보다 아래인 경우에도, 소유자 의사에 따라 등록할 수 있습니다. 반려묘의 경우엔 제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등록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등록은 동물병원 등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거나 외장형 목걸이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는데, 외장형의 경우 분실 위험이 있어 행정에서 권하고 있진 않습니다.

지난 9월, 들개떼 습격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장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지난 9월, 들개떼 습격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장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

제주지역 등록 반려견은 지난달(11월) 기준 4만 7,091마리. 그러나 실제 등록되지 않은 반려견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려묘는 2018년 1월부터 2,066마리가 등록돼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 역시 읍면 지역에서 마당 등에 풀어놓고 반려견을 키우는 방식을 고려해, 2019년부터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점차 강해지는 공격·야생성…도민 불안감 해소 목표"

제주도는 용역팀이 제시한 중산간 야생 들개 관리방안 용역 결과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야생화된 들개의 경우 야생동물로 보느냐, 아니냐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용역을 진행한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동물방역과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동물 보호 업무를 맡는 부서로서 유기견을 포획하고 관리하는 의무 사항이 있어, 이번 용역을 발주한 것"이라면서 "들개는 갈수록 공격성과 야생성이 강해지고 더욱 민첩해져서, 일반 마취총이나 포획 틀을 이용한 포획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9월, 들개떼 습격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장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지난 9월, 들개떼 습격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장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

이 관계자는 "여러 세대에 걸쳐 번식하고 자라면서 야생화된 동물인데, 들개를 야생동물로 보게 될 경우엔 환경 부서의 소관이 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포획을 할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할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할지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했고, 관련 부서와 단체가 모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누군가가 잃어버리고 포기한 생명이 야외를 떠돌다가 수년 후, 소·닭 등 가축은 물론 사람까지 위협하는 맹수로 돌아온 현실.

유기견 발생 방지를 위해서 '동물등록'까지 법적으로 의무화했지만,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하고,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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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 잇따르자 ‘야생 들개’ 실태조사…“유기견 방지가 최선”
    • 입력 2021-12-29 09:00:47
    취재K
지난해 6월, 새벽녘 들개떼 습격으로 송아지 4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축사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
최근 유기견들이 야생에서 맹수처럼 변해, 돼지나 소, 닭 등을 키우는 축사를 습격하거나 밭작물을 헤집으며 피해를 주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들 '야생화된 들개'가 사람까지 공격하는 일도 왕왕 벌어지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피해가 잇따르자 제주에선 올해, 전국 처음으로 '야생화된 들개 실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 용역 결과가 어제(28일) 발표됐는데요.

조사 결과, 제주 중산간 일대에서 서식하는 야생 들개가 많게는 2,100여 마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왔습니다.


■ 전국 첫 '야생 들개 실태조사'…2천여 마리 서식 추정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약 8개월간 들개 서식 실태조사를 맡았습니다.

용역 명칭은 '중산간 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야생 들개가 제주 어디서, 얼마나 많이 서식하는지 조사하고, 대응책을 찾자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포획한 유기견 개체 수와 지역 환경 변수 등을 고려해, 들개 개체 수를 추정했는데요. 제주에선 산림지와 초지가 접한 해발 300~600m 중산간 지대를 중심으로 야생 들개가 1,600여 마리~2,100여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특히, 이들 야생 들개가 3~4마리씩 군집 생활을 하는 탓에 개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해마다 늘어나는 야생 들개…"유기견 방지가 최선"

이번 용역보고서에서는 야생들개를 '유기 또는 유실에 의해 사람의 손길에서 벗어나, 산과 들에서 생활하고 번식하는 야생화된 개'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실제 들개 대부분이 집 마당을 갓 뛰쳐나온 '떠돌이 개들의 무리'가 아니라, 장기간 여러 세대에 걸쳐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번식하고, 자라면서 군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유기견 포획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해발 300~600m 중산간 지대에서 포획된 유기견 개체 수는 2017년 243마리에서 지난해 542마리로 증가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용역에서 유기견 발생 방지를 위해 △동물등록제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 △ 중성화 수술 확대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야생 들개의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놓고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동물등록제는 앞서 2014년부터 의무화되었습니다. 반려동물 소유자가 동물의 보호와 유실ㆍ유기방지 등을 위해 행정에 등록 대상 동물을 등록하도록 한 건데요. 소유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지난 9월, 서귀포시 한 마을에서 포착된 들개 무리. 시청자 제공
반려동물등록 대상은 2개월령(月齡) 이상의 반려견으로, 등록대상 월령보다 아래인 경우에도, 소유자 의사에 따라 등록할 수 있습니다. 반려묘의 경우엔 제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등록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등록은 동물병원 등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거나 외장형 목걸이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는데, 외장형의 경우 분실 위험이 있어 행정에서 권하고 있진 않습니다.

지난 9월, 들개떼 습격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장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
제주지역 등록 반려견은 지난달(11월) 기준 4만 7,091마리. 그러나 실제 등록되지 않은 반려견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려묘는 2018년 1월부터 2,066마리가 등록돼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 역시 읍면 지역에서 마당 등에 풀어놓고 반려견을 키우는 방식을 고려해, 2019년부터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점차 강해지는 공격·야생성…도민 불안감 해소 목표"

제주도는 용역팀이 제시한 중산간 야생 들개 관리방안 용역 결과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야생화된 들개의 경우 야생동물로 보느냐, 아니냐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용역을 진행한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동물방역과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동물 보호 업무를 맡는 부서로서 유기견을 포획하고 관리하는 의무 사항이 있어, 이번 용역을 발주한 것"이라면서 "들개는 갈수록 공격성과 야생성이 강해지고 더욱 민첩해져서, 일반 마취총이나 포획 틀을 이용한 포획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9월, 들개떼 습격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장 CCTV 모습. KBS뉴스 갈무리
이 관계자는 "여러 세대에 걸쳐 번식하고 자라면서 야생화된 동물인데, 들개를 야생동물로 보게 될 경우엔 환경 부서의 소관이 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포획을 할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할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할지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했고, 관련 부서와 단체가 모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누군가가 잃어버리고 포기한 생명이 야외를 떠돌다가 수년 후, 소·닭 등 가축은 물론 사람까지 위협하는 맹수로 돌아온 현실.

유기견 발생 방지를 위해서 '동물등록'까지 법적으로 의무화했지만,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하고,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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